2016-10-26
성실화랑은 멸종위기동물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다. 2010년 12월 성실그래픽스를 창업한 김남성 대표가 멸종위기동물들을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알리고자 2012년 8월 성실화랑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멸종위기동물의 얼굴을 그려온 성실화랑은 그래픽과 모든 제품에 멸종위기동물의 등급을 나타내는 마크를 삽입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동물이 어느 정도의 멸종위기에 처해있는지를 알려왔다.
그래픽, 제품, 전시 등 ‘멸종위기동물 프로젝트’를 통해 멸종위기동물을 알려온 이들이 올해는 독립출판으로 책을 냈다.
사라져가는 동물들에 대한 그래픽 아카이브_ #독립출판
어떻게 책을 출판하게 됐나
처음부터 브랜드를 만들고 책을 내려고 하진 않았다. 기존의 동물도감들은 대부분 세밀화로 표현돼 있거나 사진 위주의 것들이 많아서 그래픽 일러스트로 된 동물도감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마침 멤버들이 모두 동물을 좋아해서 작은 책자의 동물 관련 도감을 가볍게 만들고자 시작했다. 이런저런 동물들을 무작위로 그리다가 동물들에 대해 점차 깊이 있게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걸 알게 됐고 범위를 좁혀서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주제로 한 책을 만들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멸종위기동물 아트북’을 진행하게 됐다.
책에는 어떤 동물들이 담겨있나
성실화랑에서 그간 작업했던 멸종위기동물 그래픽 아카이브를 담았다. 맨드릴 원숭이, 치타, 톰슨 가젤, 사막 여우, 웨델 바다표범 등 50여 종에 이르는 멸종위기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동물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멸종위기동물들은 수만 종에 달하고 포유류만 해도 수천 종에 이른다. 나무늘보는 두 발가락 나무늘보와 세 발가락 나무늘보가 다른 종에 속하는데 이렇게 발가락 개수에 따라 다른 종으로 나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은 매우 많다.
책은 어디서 구할 수 있나, 또 출간 후 지금까지의 반응도 궁금하다
8월 중순에 출간해서 서울 경기권의 독립출판 서점을 중심으로 입점했고 성실화랑 온라인숍,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온라인숍을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얼마 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10월 초에 서울숲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언더스탠드 에비뉴'에서 전시회를 오픈했는데 책에 대해 많이 물어봐 주셔서 앞으로 좋은 반응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책에 대한 계획이 있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없다면 매년 한 권씩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우선 두 번째 책 보다는 1쇄 때 실수한 부분이라든지, 디테일하게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고쳐 2쇄를 찍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사라져가는 그들을 기록하는 방법_ #사실적, #구체적
성실화랑의 멸종위기동물 프로젝트만의 특징이 있다면
멸종위기동물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나 상품은 기존에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뭔가 다르게 하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멸종위기 동물에 대해 물으면 북극곰, 펭귄, 사막 여우 정도로만 대답할 거다. 이렇게 귀엽고 예쁜 동물들만 멸종위기동물로 주목을 받는 부분들이 안타까웠다.
친숙한 포유류 동물들만 보아도 그중에는 예쁘지 않고 귀엽지 않은 멸종위기동물들이 훨씬 많다. 그런 동물들을 일러스트로 소개하면서 멸종위기동물 등급 마크를 삽입해 위기의 등급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그게 목적인 만큼 이렇게 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동물들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때가 가장 좋다. 실제로 통킹 들창코 원숭이는 카드지갑 제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멸종위기종으로 많이 알려졌다. 그럴 때가 가장 고무적이다.
동물들의 모습도 일반적인 동물 그림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어떤 방식으로 그리나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사실적인 표현이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래픽적으로 단순화시키거나 강조하는 경우는 있지만 표정을 넣거나 눈을 크게 하거나 홍조를 넣는 그런 작업은 하지 않는다. 그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동물 얼굴의 형태, 깃털이나 피부 표현 등도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그림을 처음 보시는 분들, 특히 아이들은 무서워하기도 한다. 리얼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을 순화시키기 위해 배경컬러를 화려하게 배색하는 편이다.
모든 동물들이 정면을 보고 있는 것은 초상화의 개념이다. 사람들이 죽기 전에 초상을 남기는 것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동물들을 기억하기 위해 정면 사진을 넣었다. 초상처럼 그림으로 기억하자는 것이 디자인 콘셉트다.
그래픽 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동물이 있다면
많은 종류의 동물들을 그리면서 동일한 톤을 유지하기 위해 특정 동물에 대한 애착은 갖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가장 의미가 있는 동물은 있다. 맨드릴 원숭이다. 현재 총 53종의 동물 이미지는 관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넘버를 붙여 관리하고 있는데 작업 순서대로 A1, A2...의 형식이다. 맨드릴 원숭이는 ‘A1’로 멸종위기동물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이미지다. 형태와 컬러의 조합에 있어서도 내가 알고 있는 포유류 중 그래픽적으로 가장 멋진 페이스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점차 알려지는 멸종위기동물들_ #제품, #컬래버레이션, #테마스토어
그래픽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어떤 제품이 가장 인기가 좋나
배터리팩, 아이폰 케이스, 파우치, 에코백, 컵, 쿠션 등 다양한 제품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이폰 케이스가 가장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자수로 만든 와펜 브로치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제품은 어디서 판매되나
자체 쇼룸과 온라인숍에서 판매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삼청동 제일모직 하티스트, 타임스퀘어 빈폴, 에이랜드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기업들과 컬래버레이션도 많이 진행했다. 어떤 프로젝트들을 했나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삼성전자와 했던 배터리팩 시리즈 작업과 에뛰드 패키지였고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로는 가구 브랜드 카레클린트, 친환경 양말 브랜드 그린블리스와의 작업이 있다. 그 밖에도 한국토요타자동차, 러쉬, 함소아, 맨즈스킨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제품의 패키지를 디자인하기도 했고 기업들과 함께 멸종위기동물을 알리는 행사, 동물실험반대 행사도 진행했다. 서울대공원, 삼청동 하티스트, 국립생물자원관, 부산 신세계 프리미엄아울렛 등에서는 전시를 가졌다.
공익적인 목적이 큰 것 같은데
사회적 기업을 표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모든 기업이 사회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착한 기업을 표방하지 않는 회사가 다 나쁜 기업은 아닌 것처럼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지 않는 회사가 반사회적 기업인 건 아니지 않나. 난 개인적으로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 멸종위기동물들을 직접적으로는 구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디자인 회사로서 멸종위기동물들을 위해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디자인을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잘하는 일을 잘 했을 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그게 가장 좋은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멸종위기동물들을 위한 기부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서울대공원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동물을 위해 함께 만든 동행기금에 기부하고 있다. 매년 연간 수익을 계산해서 다음 해 초에 동행기금에 기부한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디자인 회사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잘해서 멸종위기동물을 지키는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과 MOU를 맺은 지 올해로 4년째다. 동물원에 대해 여전히 아이러니한 곳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동물원도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달라졌다. 동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생태공원의 형태다. 서울대공원도 종을 보존하고 그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형태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이 맞아서 MOU를 맺게 됐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서울대공원에서 멸종위기동물을 돕는 행사가 굉장히 많이 열린다. 우리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관련 행사를 통해 동물들을 돕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기에 공익적인 목적으로 디자인 라이선스를 무상으로 제공해서 우리 이미지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게 배포하고 있다. 활동하시는 분들을 위해 에코백 제품을 대량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삼성 갤럭시 테마스토어를 통해 테마 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어떤 작업인가
테마를 적용해서 사용자가 배경화면, 잠금화면, 아이콘 모양 및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우리는 그간 해왔던 그래픽을 바탕으로 테마작업을 하고 있다. 초기엔 사람들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멸종위기동물들로 시작을 했고 지금은 우리 프로젝트의 목적대로 멸종위기동물들을 알리기 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들로 작업을 하고 있다.
테마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그동안 해왔던 그래픽 이미지가 바탕이 되지만 테마작업은 좀 더 유동적이다. 그래픽작업에서는 동물들의 얼굴 위주로만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테마에서는 동물의 얼굴뿐 아니라 몸통, 꼬리 등, 동물들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요소를 함께 표현한다. 먹이나 서식지 등 동물에 대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다음 그래픽 작업 계획은 어떻게 되나
포유류 작업을 어느 정도 하고 나면 조류나 파충류도 작업할 예정이다.
남은 올해의 계획과 내년도 계획은
이달 말부터 준비하는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와 내년 초에 진행하는 일러스트레이션 프로젝트가 몇 가지 있다. 내년에도 열심히 살아남아 전시회와 캠페인으로 많은 분들을 만나보고 싶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성실그래픽스(www.ssgraphics.net), 성실화랑(www.sshwara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