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진 | 2016-09-29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스테판 쇼어(Stephen Shore)가 네덜란드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다. 컬러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본 선구자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였다.
비평가 앤 셀린 제이거가 저명한 사진가와 나눈 대화가 담긴 〈사진, 찍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앤 셀린 제이거 지음, 미진사 펴냄)를 보면, ‘사진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스테판 쇼어의 대답이 나온다. 그는 “사진은 나의 언어다. 말보다 사진으로 소통하는 게 더 편하다. 1970년대 대륙 횡단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여행을 하며 어떤 날엔 일기를 썼다. 몇 마일을 운전했는지, 어디서 먹었는지, TV에서 뭘 봤는지 기록했다. 하지만 보통의 일기에서처럼 그날 느낀 인상이나 감상은 없었다. 문득 ‘사진가는 조각난 사실들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다.”고 얘기했다.
예술 사진사에 한 획을 그은 스테판 쇼어의 대규모 개인전이 지금 네덜란드 Huis Marseille Museum에서 열리고 있다. 1970년대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개인전 이후 두 번째로 이곳에서 개최되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 촬영된 흑백사진부터 2013년 완성된 최신작까지, 총 200여 점의 작품이 총망라된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일상을 촬영한 그의 사진은 라이트 갤러리(Light gallery)에서 처음으로 전시되었고 미술계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작업에 자신감을 얻은 스테판 쇼어는 평범한 일상을 대상으로 한 사진 실험을 계속했다. 다만 초기 사용하던 35mm 롤라이 카메라가 4X5, 8X10 카메라로 바뀌었고, 대형 포맷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에 걸맞는 피사체로 확장되기에 이른다. 그렇게 탄생된 시리즈가 바로 스테판 쇼어의 또 다른 대표작인 〈Uncommon Places〉(1973-1981)와 〈Landscapes〉(1984-1988) 시리즈다.
거장의 실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06년에는 보테가 베네타의 광고 비주얼 작업을 책임지기도 했으며 2012~2013년에는 우크라이나를 여행하며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모습을 담은 〈Ukraine〉시리즈를 완성해 사진집으로 발표했다.
가장 최신작은 아티스트 더그 앳킨(Doug Aitken)이 기획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완성한 〈Winslow Arizona〉다. 더그 앳킨은 뉴욕부터 샌프란시스코에 이르는 기차 역 중 9개를 선택해 각각의 역에서 다양한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스테판 쇼어는 그 중 한 명으로, 소도시 윈슬로(Winslow)를 대상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윈슬로는 스테판 쇼어의 초기 작업에 자주 등장한 뜻깊은 장소다. 작업의 결과물은 네덜란드 회고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다. 스테판 쇼어는 2012년 〈American suburbx〉와 나눈 인터뷰에서 “사진은 그 이미지가 생성된 순간 그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된다.”라고 말했다. 보편적 일상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거장의 회고전은 9월 4일에 막을 내렸다.
Huis Marseille Museum (www.huismarseille.nl)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사진 전문 미술관이다. 1999년 개관했으며, 2013년 총 14개의 전시 공간을 갖고 있는 현재의 모습으로 재정비되었다. 사진 전문 미술관인만큼 컨템포러리 사진작품을 중심으로 세계적 사진가의 주요 작품을 폭넓게 소장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소장품 리스트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에디터_ 김민정
디자인_ 김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