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진 | 2016-09-13
색채심리학과 사진을 접목한 작업으로 자신의 불안정한 감정을 드러내는 사진가 홍지윤. 그녀 작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색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기존 청춘 작업과는 다른 시작
실로 오랜만에 ‘청춘 타령’을 해본다. 단,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사진 좀 찍는다는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청춘’을 주제로 한 날것 냄새 나는 사진을 말하는 그런 타령은 아니다. 대신 청춘의 사전적 의미(젊은 나이)에 부합하는 사진가에 관한 타령을 해보려 한다. 청춘 타령 주인공은 〈2015 미래작가상〉을 수상하고, 현재 〈제15회 동강국제사진제〉 ‘거리 설치전’에 참여 중인 홍지윤이다.
홍지윤은 아직 대학생인 청춘 사진가지만 그녀에 대한 비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정확한 대상이 없다’, ‘감각과 느낌 의존도가 높다’, ‘한계가 명확한 작업이다’ 등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작가의 폐부를 찌르는 말이기도 하다. ‘사진 좀 한다’는 사람들에겐 탐탁지 않은 형식의 사진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갓 작가 선상에 오른 이를 하나의 작업만으로 그의 미래까지 재단할 수 있을까.
청춘을 밝히는 색
〈접점A〉는 색과 감정의 공유점을 찾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 작업은 색채심리학에서 통용되는 색의 의미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어떤 색을 자신만의 기호로 재해석한다.
예를 들면 색채심리학에서의 노란색이 ‘낙관적’, ‘이해’ 등으로 해석되는 것에 반해, 홍지윤의 작업에서 노란색은 상당히 우울한 느낌이다. 언젠가 작가를 괴롭혔던 ‘불안’에 대한 기억이 노란색과 중첩된 탓이다.
어린 시절 홍지윤은 예민했다.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 무턱대고 짜증을 내고 울기만 했다. 이런 유년시절을 겪으면서 작가는 이러한 감정들을 숨기고 또 감정들로부터 도망치는 방법을 배웠다. 자신의 기분을 사람들 앞에서 표출하면 서로가 불편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자신의 감정들과 대면하고, 이를 조절할 수 있을 때쯤 홍지윤은 색채심리학 수업을 접하게 된다.
색채심리학은 색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분석하고 표출하는, 치유의 목적이 큰 학문이다. 〈접점A〉는 자가 치료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 작업이다. 그 시작은 ‘우연’이다. 일단 불현듯 어떤 색에 끌려야 한다. 끌림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굳이 꼽자면 그 순간 감정의 상태다. 이후 그 색이 주는 분위기와 유사한 과거의 기억, 그리고 그때의 감정을 끄집어낸 다음 이를 사진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어떤 색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접점A〉 덕분에 홍지윤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표출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심지어 전보다 덜 예민해졌다고 한다. 작업을 통해 성숙해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어두웠던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한 것이, 지금의 청춘을 밝힌 ‘색’인 셈이다.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홍지윤의 작업이 자신을 옭아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풍부한 경험과 감정이 기반이 돼야 탄생할 수 있는 것이 그녀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색을 이용해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줄 때 홍지윤의 작업은 파급력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작업을 위해 동어반복을 한다거나, 자신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결코 작가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부분을 작가가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또한 작가와 작업 사이의 고리는 끈끈하지만, 감상자와의 연결 고리는 아직 약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간혹 드러나는 모호한 이미지들과 명확하지 않은 텍스트들이 보는 이의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탓이다. 홍지윤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길 바란다고 하니, 이 연결고리를 어떻게 견고히 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듯하다.
홍지윤
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학과 4학년(순수전공) 재학 중이다. 박건희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15년 미래작가상〉에 선정됐다. 전시 경력으로는 〈미래작가상〉(CANON-FLEX, 2016)과 〈동강국제사진제 거리설치전〉(2016)이 있다.
에디터_ 박이현
디자인_ 김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