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태 | 2016-09-05
힘들 때 우리를 위로하는 건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이다. 그래서 별 것 아닌 일상은 그 자체로 큰 힘을 갖는다. <구름 껴도 맑음>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우리네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한 아트북이다.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의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웃음이 배어 나온다. 아마 특유의 사랑스러운 그림체와 따뜻한 컬러 때문일 것이다. 그림 속 인물마다 머금고 있는 싱그러운 미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최근 <구름 껴도 맑음>이라는 아트북을 출간했다. 작가가 아내와 함께 두 마리의 고양이(망고, 젤리)를 키우며 즐기는 알콩달콩 신혼의 일상이 담겨 있다. 그냥 넘어갈 법한 일상을 어찌나 잘 포착했는지,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연신 ‘딱 내 이야기인데’라며 공감하게 된다. 다음은 저자와의 일문일답.
책을 만들게 된 계기와 과정을 이야기해주세요.
처음에는 저만을 위한 기록의 과정이었습니다. 신혼의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림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고 응원해준 덕분에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책을 만들 때는 텀블벅을 통해 후원을 받았고, 목표 금액 600% 이상을 달성해 <구름 껴도 맑음>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구름 껴도 맑음>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제목을 생각해 놓았던 것은 아니에요. 연재를 시작하고 조금 있다가 그동안 그렸던 그림들을 모아 보니 행복한 그림들밖에 없더라고요. ‘아, 삶이 팍팍한 가운데도 우리는 서로 잘 이겨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구름 껴도 맑음>이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책에 실린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가장 처음에 나오는 텅 빈 집 그림을 가장 좋아합니다. 알록달록한 다른 그림과 달리, 흰 배경에 사람 뒷모습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는 그림인데요. 텅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또 가득 차 있는 이 그림은 우리가 결혼을 하면서 느꼈던 많은 감정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림체와 컬러 사용이 독특해요. 어떻게 이런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나요?
필요 없는 색을 버리고 몇 가지의 색만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데요. 색이 단순해지니 시선이 분산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제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으로 집중되더라고요.
작가님 인스타그램을 보면 ‘이거 내 얘긴데’, ‘저희 부부랑 똑같아요’ 등의 반응이 많아요. 요번에 출간하신 책도 마찬가지고요. 소재는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특별한 순간에 가려져서 일상이 빛을 잃는 게 아쉬웠어요. 지나가며 나눴던 웃긴 이야기, 소파에 누워 따뜻한 빛을 받으며 책을 읽었던 주말 등을 기억에서 떠나 보내기가 영 서운하더라고요. 순간순간을 기억해놨다가 그림으로 남기고 있어요. 그림을 보면 그때의 감정과 분위기가 영상처럼 번뜩 떠올라서 좋아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일상을 다루는 책이니만큼 어떻게 보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제 그림이 독자들에게 용기나 위로를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고요. ‘아 맞아, 나도 저랬지’, ‘아 이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정도만이라도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이후북스’, ‘노말에이’, ‘반반북스’ 등 독립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구름 껴도 맑음>은 오는 10월 정식 출간을 앞두고 있다. 전국의 대형 서점을 통해 더 많은 독자가 그의 그림과 책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이 책은 솔직히 나만 알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만 알고 있기엔 아까웠다. 다가오는 가을엔 <구름 껴도 맑음>과 함께 당신도 행복해지길 바란다.
새 집 살면서 채우자
오빠 믿지? 난 무혐의로 풀려났다고 한다
다녀올게 자면서 말하기. 물론 깨면 몰라요
각자의 점심시간 저녁을 적게 먹으라지만, 많이 먹게 되는 이유가 있다
보고싶다 윤초딩 너의 사람 중에 나만 너의 어릴 적 모습을 못 본 게 정말로 너무 억울해
개꿈이네 그 강아지 혼 좀 나야겠어
grim-grim.com
에디터 |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 | 배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