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8
<상실의 시대>로 국내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일러스트레이터를 테마로 한 전시가 처음으로 열렸다. 현대문학에 있어서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무라카미의 문학세계를 표현해온 일러스트 전시로, 그의 출판물속에서 30년간 동거동락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을 통해 조금은 색다른 시선으로 문학을 바라본다.
무라카미의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뒤이어 1973년 초기 3부작으로 발간된 <핀볼>, <양을 둘러싼 모험>의 표지는 사사키 마키가 담당했다. 표지 자체로도 유명한 그의 일러스트는 소설과 함께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다. 이번 전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운영하는 재즈바에 장식되어 있었던 이 그림의 첫 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그의 3부작이 다루고 있는 모티브를 충실히 그려낸 <양(羊)남자의 크리스마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발랄한 색채를 더해줬다.
2000년대부터 잡지 <anan>에 연재된 에세이 ‘무라카미라지오(村上ラヂオ)’ 속 동판화는 오오하시 아유미가 담당했다. 일상을 전달하는 무라카미만의 담백한 어휘는 오오하시의 <지나친 설명은 하지 않고, 솔직하게>의 심플한 화풍의 선과 잘 어울려 독창적이면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무라카미가 영문번역가로서 참여한 작품의 표지를 담당한 와다 마코토는 20세기 아메리카대학의 영화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무라카미와 의기투합해서 음악을 테마로 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음악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며 두 사람이 문학과 일러스트가 재즈의 즉흥연주와 함께 심장을 뜨겁게 하는 감각을 지녔음을 느꼈으리라 짐작해본다. 와다 마코토는 무라카미 전집의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담당했다. 친구이기도 한 그는 무라카미의 소설에 대한 깊은 애정에 대해 명쾌한 일러스트로 화답하고 있다.
안자이 미즈마루와 무라카미아사히도 동맹을 맺으며 가장 많은 작업을 함께한 콤비로 남아있다. 1981년부터 안자이가 타계한 2014년까지 30여 년간에 걸쳐 단편소설, 에세이, 공장견학기, 그림책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업을 함께하며 안팎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일까, 장난끼 가득하면서도 시대감각을 잘 녹여낸 안자이의 화풍은 무라카미의 작품을 누구보다 잘 대변하고 있다.
글_ Jun(de_signq@naver.com)
참고링크 www.chihiro.jp/global/ko/index.html
전시: 치히로 기념 미술관, 8월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