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22
적극적인 활동은 싫다. 그냥 여기저기 붙어 기생한다. 존재를 드러내고 싶진 않지만 나름 개성껏, 나의 식대로 살고 싶다. 취미는 훔쳐보기, 특기는 숨바꼭질인 ‘에브리 몬스터(every monster)’의 이야기는 꼭 우리 모습 같기도 하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일상을 훔쳐보는 응큼한 개구쟁이들 ‘에브리 몬스터’는 디자인 스튜디오 ‘루카랩(LUCALAB)’의 첫 캐릭터다. 생활 속에서 ‘만나고 싶고’, 때론 ‘되고 싶은’ 존재들이 캐릭터로 태어났다.
루카랩은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안희라 대표가 2011년 론칭한 브랜드로 여행용품, 리빙, 문구 등의 디자인 제품을 기획, 제조, 양산, 유통하고 있다.
chapter 1. idea
루카랩의 첫 번째 제품은 랩탑 매트였다. 노트북과 바닥 사이에 공간을 마련해주어 열기를 빠져나가게 하는 기능적 디자인으로 iF 상을 받은 ‘랩탑 쿨링 매트’를 시작으로 아이패드 케이스 등의 태블릿용 액세서리를 디자인하다 2013년도부터 메모보드, 킹클립 책갈피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였다. 플래너와 캘린더가 합쳐진 기능을 지닌 ‘플랜더’, 만년 다이어리 등은 루카랩이 개발, 디자인한 인기 아이템이다. 그 중에서도 넥타이 모양의 여행 캐리어 네임택 ‘플래그 타이택’은 가장 ‘핫’한 반응을 얻고 있다.
타이택은 패턴 타이택과 플래그 타이택으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도 태극기 제품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플래그 타이택 디자인 중에선 한국 국기 작업이 가장 어려웠어요. 젊은 층을 고려해서 전통적인 느낌을 모던하면서도 심플하게 풀고자 했죠.” 플래그 타이택은 국기 시리즈 여권지갑으로 이어졌고, 이 두 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 대만, 태국 등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짐 가방이 아닌, 트래블러의 취향을 보여주는 ‘액세서리’로서의 러기지 백을 위해 루카랩은 선글라스 모양의 ‘러기지 벨트’, 캐리어용 데코 스티커 등 다양한 상품도 선보였다.
chapter 2. idea + story
타이택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여행상품을 선보인 루카랩은 최근 첫 캐릭터 ‘에브리 몬스터’를 론칭했다. 지난 5월에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타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에브리 몬스터는 루카랩의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시도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캐릭터를 기존의 제품들에 적용할 수도 있지만 콘텐츠라는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도 있어요. 업계가 전체적으로 어렵고, 디자인 문구도 매출이 좋지 않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노트 대신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하니까요. 캐릭터 개발을 하게 된 것은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기도 했어요.”
트렌드에 맞는 아이디어 상품 개발로 루카랩의 매출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문구시장만 바라보다간 망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한 안 대표는 콘텐츠를 위한 캐릭터 개발을 하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에브리 몬스터를 내놓았다.
스토리텔링이 기반이 되는 캐릭터 디자인 작업을 할 땐 어려움도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경력이 많다 해도 캐릭터 디자인은 또 다른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제품 디자이너 출신이라서, 그래서 더 신선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프로젝트 기획 때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브레인스토밍, 스토리텔링, 이미지 워크숍 등을 통해 콘셉트를 잡고 방향, 컬러 톤, 성격 등을 정했죠. 아무것도 모르니까 더 새로운 프로세스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숨어서 힐끔거리는 에브리 몬스터의 개구진 성격도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됐다. “사람들이 귀여워하고 예뻐하고 사랑하는 캐릭터는 삶을 힐링해주는 역할을 하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들자 했어요. 그런데 프로세스를 거치다 보니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마침내 소심하고 힐끔거리는 성격이 탄생했죠.”
chapter 3. extension
쎈 척하지만 소심하고, 시크한척하지만 남의 인생사가 궁금한 ‘우리’ 같은 에브리 몬스터는 훔쳐보는 탓에 ‘응큼이’라는 애칭도 있다. 엉큼하지만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만큼 친근한 ‘에브리몬스터’는 총 7개의 캐릭터로 구성된다. 어디든 숨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형태는 없다. 늘 힐끔거릴 준비가 돼있는 눈동자가 포인트. 에브리 몬스터는 루카랩이 쌓아온 제조 노하우에 더해져 새로운 제품으로 출시, 디자인숍 및 패션숍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안 대표는 에브리 몬스터를 더 많이 알리고 콘텐츠로서 활용, 디자인의 범위를 확장시키기 위해 매주 1편씩 에브리 몬스터 영상을 제작,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콘텐츠의 가능성이 큰 만큼, 또 루카랩이 도전을 위해 한발 내디딘 만큼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많다. 루카랩은 현재 에브리 몬스터를 콘텐츠로서 확장시키기 위해 캐릭터 라이선스와 이모티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제품이든 캐릭터든 콘텐츠든 루카랩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그럴 수 있기 위해 그녀는 ‘고여 있지 않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시대에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직업이 디자이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와의 친밀한 커뮤니케이션만이 새로운 에너지를 주니까요. 그 힘이 바로 저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재미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