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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

월간사진 | 2016-06-20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출신 사진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의 과거와 현재 모습은 어떨까. 우리에겐 너무 흔해서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때론 정겹고 때론 비판적 인 서울 풍경을 향한 다양한 시선들. 

 

기사제공 | 월간사진 

 



 

지나간 우리의 일상

후지모토 다쿠미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근대화 바람을 타고 변모하는 한국의 모습을 이웃사촌의 시각 으로 세심하고 따뜻하게 담아낸 후지모토 다쿠미의 사진들이다. 사진가를 꿈꿨지만 무엇을 어떻게 카메라에 담아내야 할지 고민하던 스무 살의 후지모토 다쿠미는 아버지와 함께 1970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그의 아버지는 조선 민속 예술연구가 아사카와 다쿠미에 관한 글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아들 이름을 다쿠미라 지을 만큼 조선 민속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분. 아버지와 여행을 마친 이후 한국을 자주 찾게 되었고 46년간 60여 차례,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한반도 구석구석을 촬영했다. 

 

하늘과 나무, 초가지붕, 흙벽, 그리고 돌담까지, 그가 찍은 흑백사진에는 지금은 만나기 어려운 한국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담겨 있다. 또한 지금은 볼 수 없는, 그 옛날 소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가까이서 포착했다. 정처 없이 길을 돌아다니며 만난 만원버스 풍경과 장난기 넘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 장난감 가면을 쓰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에선 순박함마저 느껴진다. 이 사진들은 눈빛이 출간한 <내 마음속의 한국>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후지모토 다쿠미는 2011 년, 한국에서 작업한 4만 6천여 점의 필름과 디지털 사진, 책자 등을 한국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다. 

 



 

서울 엘레지

프랑소와즈 위기에 

 

기성세대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에 경종을 울리는 듯 보이는 프랑소와즈 위기에(Françoise Huguier)의 사진들이다. ‘첨단기술과 대중 소비’가 만연한 서울의 젊은 문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당시에는 주류였지만 지금은 ‘뒷방 노인’ 취급 받는 어르신들의 모습(콜라텍 노인), 밤거리의 현란한 유흥문화, K팝열풍, 그리고 버려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빈민촌 모습에서 강한 이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사진들을 공개하며 “한국 젊은 세대가 나이든 세대가 겪은 희생을 이해하고, 전쟁으로 빚어진 고통과 피해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과거가 없이는 현재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 사진들은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프랑소와즈 위기에 사진전 <서울 엘레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1982년 작가가 처음 서울을 방문 했을 때 촬영한 사진과 2014~2015년 서울을 재방문해서 촬영한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20세기 역사상 가장 주목 받는 도시 개혁을 이루어낸 서울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뒷맛 씁쓸한 푸른 눈의 시선

필리포 벤츄리 

 

우리에게는 너무 흔해서 무심코 지나칠 법한 장면들이지만 외국인의 시선에는 새롭게 보였나 보다. 필리포 벤츄리(Filippo Venturi)의 시선은 단절된 고층의 주상복합아파트와 명동의 쇼핑몰, PC방, 지하철 등에서 흔히 펼쳐지는 장면들을 향해 있다. 

 

이 사진들은 이탈리아 사진가 필리포 벤츄리의 <Made in Korea> 시리즈다. 2016년 소니 세계 사진 시상식(Sony World Photography Award) 인물 부문(Professional People) 2위에 선정된 작업이기도 하다. 

 

유형학적 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작업은 한국의 일상을 단편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처음부터 끝까지 밝은 톤을 유지하고, 간간이 유머 코드가 삽입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작업노트에도 잘 나타나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이 어느덧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나라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SKY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4당 5락을 새겨야 하는 과도한 교육열, 대학에 들어가서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청춘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높은 자살률, 과도한 음주문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몰개성 문화로 인한 외모지상주의와 성형 중독 등을 말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무미건조한 형식으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꼬집고 있기에, 게다가 이방인의 시선이기에 씁쓸함 이 더 배가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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