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사진 | 2016-05-26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동남아의 시각예술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의 정치, 사회, 종교, 문화 등을 사진과 미디어 작업으로 쿨하고 의미 있게 보여주는 전시는 단연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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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예술’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인도네시아 예 술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전시를 꼽자면 2015년 ‘크리스틴 아이추 개인전’(송은아트스페이스)과 ‘ARTificial’(예술공간 세이), 2013년 ‘LOST AND FOUND’(스페이스 K) 정도다. 비록 우리에게는 생소할지라도, 실험적인 비주얼과 독특한 내러티브 그리고 높은 작품가로 오늘날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인도네시아 예술이다.
일단 인도네시아 예술은 시각적으로 독특하다. 다민족 국가인지라 다양한 문화와 관습이 공존하고, 오랜 시간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탓에 토착 문화와 외부 문화가 융합됐기 때문이다. 소재 또한 역사적인 사건부터 오늘날 종교적 갈등까지 그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넘쳐난다는 뜻이다.
이처럼 현대미술계에서 핫한 인도네시아 예술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송은아트스페이스가 개최하는 ‘MES 56 - Keren dan Beken: 인도네시아 젊은 작가전’이 바로 그것이다.
전시는 인도네시아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자, 현대 미술계의 라이징 스타가 될 작가들을 미리 점찍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사진과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그들의 작업은 현재 인도네시아의 정치, 사회, 종교, 문화 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발적인 MES 56의 등장
초청된 작가들은 예술사진의 실험적 제작 및 보급을 위해 2002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Djokjakrta)에서 설립된 비영리 조직 MES 56이다. 이들은 ‘맥락과 개념적인 생각들은 틀에 박힌 시각적 형태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한 가지 원칙 아래, 암실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전통적인 사진작업 방식부터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아트,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해온 예술가 집단이다.
전시 제목 ‘Keren dan Beken’은 MES 56을 대표하는 브랜드명이라 할 수 있다. 정확한 해석은 어렵지만 ‘쿨하고 의미 있게’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만큼 작업들이 쿨하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비주얼이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에드윈 로세노와 앙끼 뿌르반도노의 작업을 주목할 만하다. 로세노는 통조림이나 음료수병 등을 재활용하여 인공물과 자연물 간에 성립된 유기적 관계가 복잡한 현대사회 문제들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뿌르반도노는 겉으론 명품 브랜드 화보처럼 보이는 종이 위에 족자카르타의 길거리를 헤매는 부랑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MES 56 그룹 프로젝트인 <Alhamdulillah We Made It>도 흥미롭다. 족자카르타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에게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것을 묻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제작한 사진작업이다. 꽤나 키치적이지만 사람들의 평범한 꿈을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MES 56은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의 해석과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낼 작업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점점 기성의 것으로 변해가고 있는 현대미술의 어법이 지루해졌다면, 시각적으로 신선한 자극을 받고 싶다면, 중국과 인도를 잇는 핫한 아시아 예술을 만나보고 싶다면 전시장을 방문해보자. 6월 25일까지.
문의 02-3448-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