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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이탈리아에서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2016-04-12

 

 

해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는 모두 각자의 비전으로 다른 문화와 소통하며, 또 이를 더 크고 넓은 디자인 세계로 연결시킨다. 한국인이지만, 해외 디자인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자동차 디자이너로 그리고 제품 디자이너로 살아온 이우철 디자이너, 그에게 물었다.   

 

에디터 ㅣ 김미주(mjkim@jungle.co.kr)

사진 ㅣ 김미주, 이우철, Segno Inverso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창 시절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던 학생은 이탈리아로 홀홀 단신 유학을 떠난다. 이탈리아의 언어를 익히고 대학 진학을 위해 입시 과정을 거쳤다. 그가 밀라노 공과대학(Polytechnic University of Milan)에 입학해서 공부한 분야는 산업디자인. 졸업 후 그는 토리노 IAAD에서 운송 디자인 석사과정을 거친다.

 

현재 그는 이탈리아 디자인기업 Segno Inverso(http://www.segnoinverso.com , 대표 Nicola Zanetti)의 한국 지사장으로 한국과 중국의 기업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 지난 14년여에 걸친 그의 디자인 스쿨의 경험과 이탈리아에서의 디자이너로서의 삶, 현재 디자이너로서 어떤 영향을 줬을까.

 

 

Segno Inverso 한국지사장, 디자이너 이우철

Segno Inverso 한국지사장, 디자이너 이우철

 

 

 Jungle: 이탈리아에서 학부 때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셨어요. 디자인을 위해 유학길에 오르신 건가요? 이탈리아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었어요. 내가 디자인한 자동차가 사람들의 이동수단으로 사용되고 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된다는 상상으로 항상 꿈을 키워왔죠. 차를 굉장히 좋아했었고, 막연히 자동차를 떠올리면 남자들의 로망이랄까… 바로 '페라리' 아닐까요(웃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유학을 준비할 당시 유로화 이전이라 환율도 꽤 괜찮은 편이었죠.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언어를 습득한 후에 우리나라 수능과 같은 대학입시를 치렀는데, 학비가 저렴한 국립대학에 진학하게 됐어요. 밀라노에는 한국에 알려진 유명한 디자인학교가 물론 많지만, 학비가 한국보다는 많이 비싸죠. 금전적인 고민으로 유학을 망설인다면 국립대학교도 좋은 디자인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으니, 추천하고 싶네요.

 

베르토네 파견 당시, 중국 클라이언트에 제안한 디자인 프로젝트. 해치백, 시티, 벤, SUV, 쿠페, 세단, 스테이션, 웨건, 밴의 다양한 라인업으로 제안됐다.

베르토네 파견 당시, 중국 클라이언트에 제안한 디자인 프로젝트. 해치백, 시티, 벤, SUV, 쿠페, 세단, 스테이션, 웨건, 밴의 다양한 라인업으로 제안됐다.

 

 


Jungle: 학부 졸업 후, 대학원을 운송기기 쪽으로 선택하셨네요. 이탈리아 디자인 스쿨의 특별함을 꼽자면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와 차이점이 있다면요?

 

이탈리아에서 운송기기 디자인을 공부했을 때는 수업이 저녁 7시가 되어서 시작됐어요. 그 이유는 현직 디자이너들이 퇴근하고 학교에 강의를 하러 오기 때문이죠. 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님은 먼저 학생 개개인의 특별함을 관찰하고 인정하는 가운데 시작합니다. 이탈리아의 디자인 교육은 한 가지 방식으로 설명될 수 없어요.

 

한 학생이 컬러를 ‘빨강’을 선택했다면 그 컬러에 대해서 다양한 얘기를 서로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학생이 그 컬러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자극합니다. 또 다른 컬러를 택한 동기와도 많은 대화를 서로 나누는 과정을 거치죠. 만약 다른 학생이 ‘흰색’을 선택했다면 둘이 합쳐져 ‘분홍’색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디자인이 다른 협업의 가능성으로 시너지를 얻거나, 혹은 새로운 또 다른 발견을 경험하면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을 차차 가지게 됩니다. 디자인을 표현하는 테크닉은 그 다음 순이고요. 자신의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보장받는 것이죠.  

 

 

이우철 디자이너가 리더로 참여해 제안한 Sunbird의 요트 디자인

이우철 디자이너가 리더로 참여해 제안한 Sunbird의 요트 디자인

 

 

주지아로 계열 Officinemultiplo 재직 당시, 요트 디자인 프로젝트 작업 모습

주지아로 계열 Officinemultiplo 재직 당시, 요트 디자인 프로젝트 작업 모습

 

 

 

지난 2011년 페라리 자동차 디자인공모전 제출작품. X-fighter는 엑스의 형상에서 전체 쉐입을 핸들 없이 양손의 레버로 핸들링하는 모습이 마치 파이터를 연상시켜 붙인 명칭.

지난 2011년 페라리 자동차 디자인공모전 제출작품. X-fighter는 엑스의 형상에서 전체 쉐입을 핸들 없이 양손의 레버로 핸들링하는 모습이 마치 파이터를 연상시켜 붙인 명칭.

 

 

Segno Inverso의 대표 Nicola Zanetti(가운데)

Segno Inverso의 대표 Nicola Zanetti(가운데)

 

 

 

Jungle: 이탈리아에 3대 자동차 공방으로 꼽히는 베르토네에서 근무하셨다고 들었는데, 이 곳에서 어떤 디자인에 참여하셨나요?

 

이탈리아에서 대학원 재학 중에 먼저 주지아로 디자인(Giugiaro Design)의 운송 · 제품 계열 쪽(Officinemultiplo)으로 입사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는 운송기기를 디자인했었어요. 그곳에서 요트나 메트로와 관련한 디자인을 하면서 *베르토네는 잠시 파견근무를 했었던 것이고요. 베르토네에서 중국 자동차 프로젝트에 참여해 디자인 스타일링을 작업했는데, 시티카, 해치백, 쿠페, 벤, SUV 등 다양한 라인업의 작업들을 진행했었죠.


*베르토네: 이탈리아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카로체리아(자동차 공방) 중 한 곳

 

카로체리아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만족을 얻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고, 정해진 가격과 퀄리티, 디자인에 요구되는 세분화되는 지점들을 분명히 안고 가야 하죠. 때문에 어린 시절의 꿈처럼 자동차 디자인에 창의를 발현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Jungle: 이탈리아에서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이 한국에 와서는 어떤 영향을 줬나요? 작업과정이나, 디자인 사고 등의 디자인 접근방식에 있어서 우리나라와는 차이점이 있을 듯 한데요?

 

이탈리아는 디자인 재능을 타고난 것이 아니라, 결과를 위해 기다릴 줄 아는,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 과정의 시간이 주어지는 환경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할까요. 기본적인 얘기인 듯 하지만 실은 한국의 실무자들은 이 같은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죠. 디자인 결과물을 이틀, 하루 만에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지요.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마땅한 과정이 있어야 하고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한국의 저력은 이 고난의 연속들을 무던히 겪어 내고 있다는 겁니다. 감성적인 디자인을 요구하지만, 감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부터 주어져야 하는데, 안타까운 현실이죠. 야생의 본능은 있지만, 우리 안에 가둬진 생명체처럼 규격 안에서 자기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데 제한적이고, 한계가 있다는 게 많이 아쉽습니다.  

 

Jungle: 해외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언어가 큰 장벽이 되겠지요. 국립대학은 모든 교과과정을 거쳐야 해서, 현지 학생들보다 2~3배는 더 노력해야만 해요. 타국이다 보니 어느 정도 디자이너로서의 구체적 목표나 그에 대한 다부진 마음 가짐이 없다면 성장하긴 힘들죠.

 

기술적인 직무가 금전적으로는 이익이 더 많죠. 저는 주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는데, 디자이너로서 아이디어를 스타일링해서 아이디어에 머물렀던 생각들이 실물로 완성된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럽고 좋았으니 선택한 것이고요.


한국에는 좋은 콘텐츠와 인프라가 이탈리아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지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이를 십분 활용할 기회가 없다는 부분에서 간극이 느껴진다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삶 속에서도 자신이 디자이너라고 생각을 잇는 사람이기 때문에 생활 속 아이디어 스케치는 필수죠. 타지에서의 환경적 어려운 점뿐 아니라, 디자이너로서의 자세 또한 중요한 것이죠. 

 

Segno Inverso에서 진행한 커피머신 디자인 스케치

Segno Inverso에서 진행한 커피머신 디자인 스케치

 

 

 

Jungle: 현재 한국 지사장을 맡고 계신 디자인 스튜디오 세뇨 인베르쏘(Segno inverso)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기업이지만, 상하이,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미 지사가 있었어요. 한국은 그 이후에 시작된 것이고요. 이탈리아에 있는 대표 니콜라(Nicola Zanetti)는 밀라노 공대의 선배인데, 그동안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싶었지만, 인프라가 없었던 지라, 한국인이지만 이탈리아에 있는 제가 그 일을 맡게 됐어요.

 

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각 지사에서도 공동으로 디자인에 참여를 하고 있어요. 한국의 기업과  디자인을 해서 제안을 하지만, 이탈리아의 디자인이라고 해서 디자인 비용이 비싸다고 편견을 가지시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이탈리아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 금전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Jungle: 이탈리아의 디자인 기업문화,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해외에서 활동한다면 전할 조언을 들자면?

 

서울 주요 대학에서 디자인 스케치 과정에 대한 강의를 줄곧 맡아 왔는데, 디자인을 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전하는 이야기는 디자이너로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현재 지금의 위치뿐 아니라, 밖을 나서도 테이블 위를 벗어나도 디자인이 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디자인이 단시간에 끝나는 책상 위 작업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아무리 유명세를 떨친 세계적 디자이너라 할지라도 단시간 안에 훌륭한 결과물을 낼 수는 없을 겁니다.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면서 얻는 시너지도 디자인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열린 마음 또한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할 자세가 됩니다.

 

항상 즐거운 강의를 진행하되, 창의를 추구하는 것은 디자이너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는 해요. 한국 디자인 기업들의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좋은 디자인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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