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우(브랜드 컨설턴트) | 아디다스 | 2016-03-21
요즘에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1990년대 무렵에는 청소년들, 특히 남학생들이 브랜드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제품은 운동화였다. 그 당시에는 프로스펙스와 같은 몇몇 국내 브랜드를 제외하면 수입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었다. 많은 친구들은 나이키(Nike) 운동화를 갖고 싶어했고 이외에 아디다스(Adidas), 리복(Reebok), 푸마(Puma), 아식스(Asics) 등과 같은 수입 브랜드 운동화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글 | 우승우(브랜드 컨설턴트)
여러 대안이 있었음에도 그때부터 나의 선택은 아디다스였다. 왜 아디다스를 선택했는지,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세 줄이 그려진 아디다스의 로고를 선택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당연했고 슈퍼스타(Superstar), 스탠스미스(Stansmith) 등의 운동화는 물론 축구 관련 제품이나 평소 입고 다니는 저지(jersey) 역시 아디다스가 좋았다.
그래서일까 나이키의 위상은 여전하고 뉴발란스(New Balance), 언더아머(Under Armour), 반스(VANS) 등 새롭고 다양한 브랜드가 유행하는 요즘에도 여전히 나의 선택은 아디다스였다.
그런 이유로 전 세계를 대표하는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우리집 브랜드’의 아홉 번째 주인공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디다스를 좋아하고 나 역시 별다른 고민없이 똑같은 운동화를 20년 넘게 -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브랜드의 베스트셀러인 ‘슈퍼스타(Superstar)’를 열 켤레 넘게 꾸준하게 사서 신고 있다 - 신고 다니는 이유를, 우리집 브랜드로 선정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먼저 아디다스의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1920년 창업 초기 가죽 신발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발끈을 세 번 둘러 묶은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삼선(Three Stripe)’ 브랜드 로고로 대표되는 아디다스의 친근하면서도 진중한 이미지는 다른 브랜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1972년 등장해 순식간의 전 세계 스포츠 시장을 장악해 버린 나이키의 완벽함이나 패션과 디자인 분야를 공략한 푸마의 화려함과 다르게 정통과 오리지널리티에 근거한 아디다스만의 브랜드 이미지는 차별적이다. 물론 1등 보다는 2등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고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느낌이 아닌, 다른 브랜드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시장에서 존재해 온 리더 브랜드로써의 여유와 너그러움이 느껴진다.
다음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해석하는 아디다스의 접근법 역시 매력적이다. 고객들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접점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 치열하게 마케팅 활동이 진행되는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아디다스의 접근법은 경쟁사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스포츠 정신을 확산하고, 스포츠 산업 자체의 발전을 위하는 아디다스는 보다 거시적이고 근본적으로 스포츠 이벤트 자체를 후원하고 참여한다.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존 매켄로 등의 스타 플레이어에 대한 후원을 통한 마케팅에 초점을 맞췄던 나이키와 달리 아디다스가 올림픽, 월드컵이라는 양대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물론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등에 대한 공식 후원사 참여를 지속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주요 선수들 -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육상 4관왕 제시 오언스, 1960년 로마 올림픽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1988년 서울 올림픽 테니스 금메달리스트 슈테피 그라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수영 선수 이언소프 - 이 아디다스 브랜드를 통해 그 존재감을 들어냈으며, 4년마다 열리는 FIFA 월드컵의 공인구 개발 역시 아디다스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차별화하는데 큰 공헌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투자 때문이다. 아디다스는 마케팅을 비용이 아닌 브랜드 자산을 위한 투자로 보고, 경제상황에 상관없이 매년 매출액의 13%에 가까운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요즘처럼 빠르게 트렌드가 변화하고 새로운 브랜드의 등장과 기존 브랜드의 몰락이 자연스러운 상황에서도 최고의 브랜드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물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의 존재감(Presence)을 보여주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노출이 필수적인데 아디다스는 이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쿠셔닝을 자랑하는 신소재 ‘부스트(Boost)’나 디지털 맞춤형 코칭 서비스인 ‘마이코치(Micoach) 스마트 런’을 개발하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Impossible is Nothing)’이나 ‘최선을 다하거나 아무것도 아니거나(All In Or Nothing)’와 같은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 역시 이를 통해 아디다스만의 차별화된 제품과 철학을 전세계로 전파하기 위해서라고 있다.
또한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제레미 스콧(Jeremy Scott) 등의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1960년대 유행했던 스포츠화를 재현한 제품들과 아디다스의 역사적인 제품들을 재해석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라인의 구축 등도 브랜드의 매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운동화 브랜드간의 경쟁을 바라보는 것은 꽤나 흥미진진한 일이다. 한동안 전 세계의 스포츠 시장을 주름잡던 아디다스가 안방 시장인 유럽 시장에서도 나이키에 밀리고, 세계 2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라 최근 새롭게 글로벌 CEO를 선임했다고 한다. CEO교체를 통해 과거 명성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아디다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쉬운 도전은 아니겠지만 나름 치열한 우리집 스포츠 용품 브랜드들간의 승자는 단연 아디다스다. 운동화도, 저지도 심지어 여행 가방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