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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고요함 속 유순함

무신사 | 2016-02-26

 


팔칠엠엠(87MM)의 쇼룸은 과거 주택으로 쓰였던 건물을 그대로 리뉴얼해 만들었다. 1층에는 매장을 들였고 2층엔 사무실을 들였다. 담장을 허물고 넓게 튼 앞마당에서는 작은 행사도 치러냈다. 

 

기사제공 | 무신사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정지한 것 같았던 순백의 공간. 1층 매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마저 멈춘 듯한 느낌에 잠시 멈춰섰다. 새로 선보이는 캡슐 컬렉션의 ‘블랙’이라는 테마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쇼룸 전체를 ‘화이트’로 꾸몄다는 스태프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제서야 매장의 곳곳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캡슐 컬렉션의 전반을 블랙이 차지하고 있어 되려 화이트와 네이비 컬러가 먼저 눈에 띄었지만, 이내 시선은 다시금 가지런히 걸려있던 블랙 피스 쪽으로 고정되었다. 후드 코트와 봄버, 라운지 팬츠와 스웨트셔츠, 후디 등은 ‘팔칠엠엠이 보여주는 이지 웨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담담한 대답처럼 보여졌다. 거기에 스웨트셔츠의 손목 리브 밴드 자리에 셔츠 커프스의 스냅 버튼을 더하거나, 어깨 재봉선을 페이크 레이어드로 표현한 것은 단정하되 심심하지 않은, 특별한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들의 첨언으로 해석됐다.

 



 

팔칠엠엠은 이번 캡슐 컬렉션을 기획하며 '필름'이라는 카테고리를 베이스로 두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82년 영화 〈E.T〉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 화려하고 급변적인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타이포그래피 디테일은 최대한 담백하게 만들고 옷 자체의 유순함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조용하지만 멈춰있지 않은, 변주가 느껴져 좋은 옷을 이들은 만들어 냈다.

 

순백의 공간 곳곳에는 캡슐 컬렉션의 룩북 이미지가 큰 액자로 만들어져 아무렇게나 뉘어져 있었다. 옷은 허공에 떠 있었고 모델은 옆으로 눕혀져 있었으며 심지어는 뒤통수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것도 평범하진 않았지만, 어느 것도 강렬하진 않았다. 모든 것이 단순했지만, 모든 것이 지루하지 않았다. 

 







 

관련링크: 팔칠엠엠 무신사 스토어(store.musinsa.com/87mm), 팔칠엠엠 캡슐 컬렉션(store.musinsa.com/app/plan/views/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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