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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패드’의 아버지 리처드 사퍼, 2015년과 함께 저물다

2016-01-05

 

 

레노버(Lenovo) 노트북 ‘씽크패드(ThinkPad)’ 라인의 효시 ‘씽크패드 700C’를 디자인한 산업 디자이너 리처드 사퍼(Richard Sapper)가 2015년 12월 31일 향년 83세로 별세했다. 

 

에디터 | 나태양(tyna@jungle.co.kr)

 

선박, 자동차, 컴퓨터, 전자 제품, 가구, 가전 등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며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남긴 그는 1932년 뮌헨에서 출생했다. 뮌헨 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 학위를 수여하고 다임러-벤츠(Daimler-Benz) 슈투트가르트(Stuttgart) 지사의 스타일리스트로 디자인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1958년 밀라노로 근거지를 옮긴 후에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이탈리아 생활 초반에는 건축가 지오 폰티(Gio Ponti) 사무실과 리나센테(La Rinascente) 백화점 디자인 부서 등에서 근무했고, 1959년 독립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후에는 독일의 가전제품 회사 텔레푼켄(Telefunken)과 로렌즈(Lorenz) 등 유수의 회사들과 협업하면서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리처드 사퍼&마르코 자누소, 〈TS 502〉, 라디오, 클라이언트: Brionvega, 1963

리처드 사퍼&마르코 자누소, 〈TS 502〉, 라디오, 클라이언트: Brionvega, 1963

리처드 사퍼&마르코 자누소, 〈Doney〉, Television set, 클라이언트: Brionvega, 1962

리처드 사퍼&마르코 자누소, 〈Doney〉, Television set, 클라이언트: Brionvega, 1962

 

1960년부터 1977년까지,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마르코 자누소(Marco Zanuso)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했던 약 18년간은 사퍼에게 찾아온 제1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전자제품 업계를 선도하던 일본 및 독일 브랜드를 상대로 경쟁하고자 했던 이탈리아의 브리온베가(Brionvega)는 이 듀오를 디자인 컨설턴트로 영업했고, 두 사람은 브리온베가에 머무는 기간 신소재와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며 혁신적인 디자인들을 쏟아낸다. 상자 형태에 경첩을 펼치면 스피커와 컨트롤러가 나타나는 〈TS 502〉(1965), 곡선적인 라인과 컴팩트한 사이즈에 투명 아크릴 소재를 사용해 내부가 비쳐 보이는 TV 세트 〈Doney〉 (1962)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르텔(Kartell)의 〈K 1340〉 역시 두 사람의 작품으로, 사상 최초로 의자 전체에 폴리에틸렌 소재를 사용했으며 여러 유닛을 쌓아서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리처드 사퍼&마르코 자누소, 〈K 1340〉, Polyethylene children chair, 클라이언트: Kartell, 1964

리처드 사퍼&마르코 자누소, 〈K 1340〉, Polyethylene children chair, 클라이언트: Kartell, 1964

리처드 사퍼, 〈Tizio〉, Desk lamp, 클라이언트: Artemide, 1972

리처드 사퍼, 〈Tizio〉, Desk lamp, 클라이언트: Artemide, 1972

 

조명 전문 업체 아르떼미데(Artemide)의 베스트 셀러 〈티지오(Tizio) 데스크 램프도 사퍼의 작품이다. 티지오 램프는 조명 방향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카운터웨이트 시스템(counterweight system)을 탑재했으며 저전압 할로겐 전구를 활용해 전선 없는 디자인을 구현, 1972년 출시 후 2백만 점 이상의 제품이 생산됐다. 한편,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 알레시(Alessi)를 위해 디자인한 〈9091〉은 두 개의 금관 파이프가 각각 ‘미’와 ‘시’ 음을 내는 휘슬 주전자다.

 

리처드 사퍼, 〈9091〉, 주전자, 1983

리처드 사퍼, 〈9091〉, 주전자, 1983

리처드 사퍼, 〈Zoombike〉, 접이식 자전거, 클라이언트: Elettromontaggi, 2000

리처드 사퍼, 〈Zoombike〉, 접이식 자전거, 클라이언트: Elettromontaggi, 2000

 

생전 운송 수단 디자인에도 지대한 흥미를 보였던 리처드 사퍼는 1970년대 자동차 제조업체 피아트(FIAT)에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충돌 시 충격을 감소시키는 공압(pneumatic) 범퍼 및 플렉서블한 차체 디자인 콘셉트를 제안했다. 1972년에는 자누소와 함께 이동식 주거 유닛을 디자인해 뉴욕현대미술관(MoMA) 전시 ‘이탈리아, 새로운 거주의 풍경(Italy, the New Domestic Landscape)’에 선보이기도 하고, 이탈리아 건축가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와 그룹을 결성해 시내 교통 혼잡을 해소할 어반 운송 시스템을 탐구하기도 했다. 항공기 기술을 사용, 간단하게 접어 자동차 트렁크에 보관할 수 있도록 제작한 접이식 경량 자전거 〈Zoombike〉 (2000) 역시 그러한 관심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리처드 사퍼&카즈 야마사키(Kaz Yamasaki), 〈ThinkPad 700C〉, Laptop computer, 클라이언트: IBM, 1992

리처드 사퍼&카즈 야마사키(Kaz Yamasaki), 〈ThinkPad 700C〉, Laptop computer, 클라이언트: IBM, 1992

 

1980년부터 사퍼는 IBM에서 산업 디자인 컨설턴트 치프(Chief)로 활동하며 노트북 디자인에 힘을 쏟는다. 특히 〈씽크패드(ThinkPad) 700C〉 (1992)는 도시락 모양의 미니멀리스틱한 디자인으로 이전 IBM 노트북 디자인 전통과의 단절을 선언, 사장길에 접어들고 있던 IBM의 노트북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05년 레노버가 IBM PC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에는 사퍼 역시 소속을 옮겨 레노버의 개인용 컴퓨터 디자인을 감독했다.

 

현재 사퍼가 디자인한 제품 가운데 15점 이상은 뉴욕 현대 미술관,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등 세계적인 박물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또한, 공식 홈페이지(richardsapperdesign.com)에도 195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사퍼의 포트폴리오가 연대기 순으로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리처드 사퍼, 〈Telephone Booth〉, Telephone booth for German post office, 클라이언트: Deutsche Bundespost, 1986

리처드 사퍼, 〈Telephone Booth〉, Telephone booth for German post office, 클라이언트: Deutsche Bundespost, 1986

리처드 사퍼, 〈Bues for Bicycle〉, Experimental project, 클라이언트: FIAT, 1976

리처드 사퍼, 〈Bues for Bicycle〉, Experimental project, 클라이언트: FIAT, 1976

리처드 사퍼, 〈Algol〉 3번째 에디션, Portable TV Set, 클라이언트: Brionvega, 1985

리처드 사퍼, 〈Algol〉 3번째 에디션, Portable TV Set, 클라이언트: Brionvega,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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