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포토저널리스트의 현실을 알려주는 소중한 리서치가 월드프레스포토 파운데이션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공동 조사로 발표되었다. 전 세계 사진가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진행된 설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기사제공 | 월간사진
‘사진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 속에서 ‘무엇’이 뜻하는 의미가 사진가의 경제 활동이라고 가정했을 때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진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특히 지명도가 생기면 작품을 고가로 판매할 수 있는 순수 예술 사진가나 상업 활동이 중심이 되는 커머셜 사진가에 비해서 작품 판매나 고정 수입을 얻기 쉽지 않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한 게 사실이다. 사건 사고의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을 하는 사진가들의 현실과 그들의 생각에 관한 세계 최초의 리서치 결과가 지난 9월 발표되었다. ‘2015 월드 프레스 포토 콘테스트’에 응모한 사진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에는 100여 개가 넘는 나라의 1556명의 사진가가 참여했다. 총 63개 항목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작성된 보고서에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인해 아마추어 사진가 혹은 시민 저널리스트들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위협받고, 힘들게 취재한 내용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진가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앞으로 향후 3년간 지속될 조사의 첫 번째 결과 보고에 담긴 내용의 일부를 소개한다.
2015년 현재 포토저널리스트의 평균 모습은?
설문 결과를 토대로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포토저널리스트의 평균적인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들은 30~50대 남성으로 사진 작업을 통해서 한 해에 US$30,000(한화 3천 4백만 원 선)미만의 수입을 올린다. 대학 학위를 갖고 있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신문 및 잡지에 사진을 기고하며 수익을 얻고 있다. 대체로 혼자서 일하고, 특별한 경우에 멀티미디어 팀과 협업을 진행한다. 또한 꼭 필요할 경우 사진 외에 영상 작업과 기사 작성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포토저널리스트들의 경제 상황은?
응답자 중 38%에 해당하는 사진가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 중 13%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25%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반면 경제 상황이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19%, ‘매우 좋다’고 답한 이는 단 3%에 불과했다. 포토저널리스트라는 직업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에 57%의 응답자가 사진 외의 부수적인 활동으로 경제적 도움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 사진가는 남성 사진가에 비해 수입이 낮았고, 프리랜서 사진가 역시 신문이나 잡지 같은 언론 매체에 소속된 사진기자들에 비해 낮은 수입을 얻고 있었다. 각 대륙별로 살펴보면 북미 지역과 호주 사진가들이 좀 더 나은 연간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9%만이 US$29,999(약 3천 4백만 원) 미만이었다. 반면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사진가는 자그마치 80%가 US$29,999(약 3천 4백만 원)미만의 수입을, 단 5%만이 US$60,000(약 6천 8백 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응답자의 70%가 넘는 사진가들이 자신들의 사진이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포토저널리스트가 주로 사용하는 장비는?
응답자 중 1/3에 이르는 사진가가 ‘여전히 전통적인 아날로그필름 카메라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19%의 응답자는 ‘필름 카메라를 가끔씩 사용한다’고 말했다. 필름 카메라를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지역은 유럽(31%), 북미(28%), 아프리카(27%), 중남미(22%), 아시아(18%) 순이었다. 장비에 관한 조사 중에서 눈에 띄는 답변은 스마트폰 카메라 사용에 관한 것이었다. 응답자들 중 30%에 이르는 사진가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서 작업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에 대한 포토저널리스트의 견해
사진이 대중화되면서 아마추어 사진가 혹은 일반 시민이 포토저널리스트의 직업을 위협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37%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이 ‘우리들의 역할을 빼앗기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대부분의 응답자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한편으로 포토저널리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답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 사진환경이 앞으로 사진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할 일이다.
숫자로 살펴본 설문 조사 결과
85% 설문에 응한 사진가중 85%에 이르는 사진가가 남성이었다.
60% 신문, 잡지 등 그 어떤 보도 매체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활동하는 프리랜서 사진가의 비율은 과반수가 넘었다.
1/3 전업 사진가로 활동하는 사진가의 비율은 설문에 응한 사진가의 1/3에 불과했다.
40% 40%의 사진가는 스스로를 포토저널리스트(Photojournalists), 30%의 사진가는 다큐멘터리 사진가(Documentary Photographers), 14%는 뉴스 사진가(News
photographers)라고 칭했다.
2/3 사진가들의 교육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에 이르는 사진가가 대학 졸업의 학력을 갖췄고, 단지 1/4 만이 전문적인 사진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0,000 응답자 중 3/4의 사진가가 일 년에 US$40,000(약 4천5백만 원) 미만을, 1/3에 이르는 사진가가 US$10,000(약 1천1백 만 원) 미만의 수익을 올린다.
71.5% 과반수가 훨씬 넘는 사진가가 단 한 푼의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사진이 무단 사용된 경험을 갖고 있었다.
92% 92%의 사진가들이 사진작업을 임할 때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52% 촬영 대상에게 특정 포즈를 취하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촬영을 위해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는 등 촬영을 위한 연출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2%였다. 36%는 ‘절대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10% 단 10%의 사진가만이 ‘포토샵과 같은 사진 전문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의 톤과 색상 등을 조절한 경험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51%의 사진가는 자주 혹은 항상 보정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진 톤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3% 개인 홈페이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63%의 사진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과반수가 넘는 사진가는 소셜 미디어를 자주 혹은 항상 사용한다고 말했고, 11%의 사진가는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62%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62%가 페이스북을, 26%의 사진가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었다.
19% 보도사진가로서 집중하는 촬영 분야에 관한 비율은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19%가 뉴스, 18%가 개인 작업, 14%가 포트레이트, 10%가 스포츠를 꼽았다.
2/3 낮은 수입, 작업 환경의 변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환경에의 노출 등 포토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이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3에 이르는 사진가가 사진가로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과반수가 넘는 55%의 사진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해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