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우 브랜드 컨설턴트 | KFC 공식 홈페이지 | 2015-12-15
금요일 밤. 저녁을 먹긴 먹었다. 배가 터질 정도로 많이 먹은 것은 아니지만 배가 고프지 않은 걸 보니 충분히 먹은 것 같다. 밥 먹은지 몇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출출하고 뭔가를 더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난다. 그럴 때면 언제나 나의 선택은 치킨이다. 다른 대안도 있겠지만 질리지 않고 매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치킨 이상의 것이 있을까.
하지만 어떤 치킨을 시켜야 할지 언제나 고민이다. 즉,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너무 많은 것이다. 거의 대부분 맥주와 함께 치킨을 먹는 나에게 어떤 치킨을 선택하느냐는 어떤 맥주를 선택하느냐의 고민 못지 않게 어려운 문제이다. 최근에 시켜 먹는 것들은 포함해 이런 저런 채널을 통해 광고하는 치킨 치킨 브랜드만 열가지가 훌쩍 넘는다.
글 | 우승우 브랜드 컨설턴트
우리나라 사람들의 치킨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야식의 단골 메뉴인 후라이드 치킨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파티는 물론 혼자만의 야식을 위해 빠지지 않는 기본 메뉴라 할 수 있다. 해외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치맥(치킨+맥주)’가 언급된지 꽤나 오래되었고, 우리나라 치킨집 숫자가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 보다 많다는 최근 신문기사도 눈에 들어온다. 지금 우리가 흔하게 먹는 후라이드 치킨 - 그 전까지는 통닭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 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대중화시키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브랜드가 바로 ‘KFC(Kentucky Fried Chicken)’라고 할 수 있다.
치킨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인KFC. 수많은 치킨 브랜드 중에서도 ‘그래도 치킨하면 KFC이지’라는 말이 아직까지 유효한 것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맛이든, 접근성이든, 추억이든 간에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사랑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전이 최고의 치킨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KFC를 여섯번째 우리집 브랜드로 결정했다.
수많은 치킨 브랜드가 존재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맛과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KFC를 기억하고, 여전히 KFC 브랜드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KFC의 차별화된 맛을 꼽을 수 있다. KFC 치킨은 시중에서 먹을 수 있는 다른 브랜드 치킨과 확연하게 다르다. 특히 오리지널 레시피(Original Recipe) 치킨 - KFC치킨은 일반적으로 순한 맛인 치킨과 매콤한 맛인 핫 앤 크리스피(Hot & Crispy) 치킨으로 나뉜다 - 은 그 어떤 브랜드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을 제공한다.
이는 어느 정도 이미 제조된 상태로 들어와 그것을 튀기거나 구워서 제공하는 기존의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대부분의 주요 제품들은 매장에서 직접 준비, 조리한다는 ISP(In Store Preparation) 방식으로 KFC만의 특별한 맛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치킨 이외에도 징거버거, 트위스터, 비스켓 등 다른 치킨 브랜드에서는 맛볼 수 있는 제품들이 적지 않다.
둘째, 차별화된 브랜드 자산을 가지고 있다. KFC의 대표 아이콘 ‘커넬 샌더스’ 할아버지는 누구나 익숙하다. 최근 우리나라 매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흰색 양복과 나비 넥타이, 지팡이를 입은 커낼 샌더스 할아버지 동상은 KFC를 대표하는 강력한 브랜드 아이콘이며 이는 다른 브랜드들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브랜드 자산이다.
더욱이 업종과 상관없이 ‘할아버지’를 브랜드 아이콘으로 쓰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로 이를 통해 친근하고 신뢰성 있는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 이외에도 KFC에서만 볼 수 있는 버킷(Bucket)과 박스(Box) 패키지. ‘it’s finger lickin’ good’이라는 슬로건 역시 강력하다. 맥도날드가 노란색, 스타벅스가 녹색이듯이 KFC의 대표 색깔인 빨간색 역시 브랜드의 존재감을 두드러지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브랜드에 담긴 흥미로운 스토리 때문이다. 1952년 유타(Utah) 주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에 최초 매장을 낸 커넬 샌더스의 창업 스토리는 그 어떤 브랜드 스토리보다 인상적이다.
압력솥을 싣고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자신이 개발한 치킨 조리법을 팔기 위해 6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 창업하여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시킨 그의 이야기는 최근 창업과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새롭게 회자되고 있다. 또한 KFC만의 차별화된 치킨의 핵심이라고 할 수 11가지의 비밀양념(Secret Recipe)는 코카콜라의 비밀 제조법에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치킨 브랜드의 대명사이자,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KFC. 올해로 우리나라에 진출한지 31주년이 지났다고 한다. KFC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줄을 서서 먹었고, 가장 핫한 약속 장소 중 하나로 꼽혔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KFC 치킨 맛 뿐만 아니라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라는 인사말과 ‘케이~에프~씨!’라고 끝나는 브랜드 징글송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너무 흘러서 그랬을까. 우리 주변에 맛있는 레스토랑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일까. 예전의 그 맛이, 그 느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내가 변한 걸까, KFC가 변한 걸까. 여전히 많이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