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11
Art, Architecture, Alive의 뜻을 담은 소문자 a, 그리고 최고의 점수와 불변하는 고유명사적 가치를 암시하는 대문자 A가 합쳐진 이름인 aA 디자인뮤지엄은 가구 전시장이다. 시간성을 간직한 건축공간에 가구를 넘어선 예술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살아 있는 공간 aA 디자인뮤지엄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다.
취재 | 권연화 기자 (yhkwon@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의 거리인 홍대 앞에 aA 디자인뮤지엄이 등장했다. aA뮤지엄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지오 김명한 사장의 컬렉션에서 시작되었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유럽의 작가와 앤티크 에이전트와 친분을 쌓았고, 가구에 미쳐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 디자인뮤지엄을 열 정도가 된 것이다.
그의 컬렉션은 가구만이 아니다. aA뮤지엄 건물 자체가 그의 앤티크 컬렉션이다. 런던 국회의사당 건물 일부를 개보수할 때, 더블린의 300년 된 술집인 퀸스헤드가 허물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해체된 건물의 부분을 가져왔다. aA 카페의 나무바닥은 100년을 훌쩍 넘긴 것이고, 뮤지엄의 문과 창틀은 모두 철거된 유럽의 건물들에서 가져온 것이다. 150년 전 런던 테임즈 강변의 가로등, 1900년대 영국 공장의 창문, 프로방스 성의 연회실 바닥에 사용한 무늬 타일 등이 모두 그가 수집한 것들이다.
시간을 간직한 가구와 오브제에 대한 그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이 모든 세월의 흔적들은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각기 다른 장소와 시간의 흔적이 조합되어 탄생한 공간이 바로 aA 디자인뮤지엄이다.
이곳은 오픈 전부터 국내 건축가, 인테리어디자이너는 물론이고 스타일리스트,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예약을 하고 투어 형식으로 진행되는 aA뮤지엄의 한 달 예약이 이미 완료될 정도이다.
전시는 지하층부터 3층까지 구성되어 있고 4층은 스페셜 에디션 가구로 전시될 예정이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한다. 모든 층은 복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하층은 유럽의 빈티지 가구들이, 2층은 스칸디나비안 가구들이, 3층에는 모던하고 컨템포러리한 가구들과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딕슨의 스페셜 전시관으로 꾸며졌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의자로, 책상으로, 캐비닛으로 세월을 보낸 빈티지 가구들과 럭셔리한 가구숍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세계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지하층의 문은 지하철 문을 떼온 것이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럽 빈티지 가구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깃들어 있는 빈티지 가구들이 내뿜는 아우라는 굉장하다. 1850년대 프랑스의 우체국 편지 분리 데스크, 1950년대 서랍장 등 다양한 곳에서 각기 다른 시간을 보내고 나름의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빈티지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높은 천장과 통유리로 시원하게 오픈되어 있는 2층의 전시장은 스칸디나비안 가구들이 자리잡고 있다. 노르웨이 세이즈, 핀횰 등 북유럽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가구가 전시되어 있다. 3층 전시장은 컨템포러리한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클라이우드 공법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르셜 브루어, 뉴욕현대미술관 MoMA에도 영구 소장된 엘렌 그레이의 테이블과 의자, 피에르 뽈랑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 현재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디자이너 톰 딕슨의 전시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aA 디자인뮤지엄에서는 톰 딕슨, 찰스 & 레이 임스, 노르웨이 세이즈, 엘리슨 & 피터 스미슨, 엘렌 그레이, 핀횰 등 유럽 디자이너들의 가구를 넘어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김명한 사장의 말을 빌리자면 가구는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오브제이다. 3차원의 공간에 4차원의 시간을 더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3차원의 공간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가구인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간의 레이어가 겹쳐져 생명력 있는 공간이 된 aA 디자인뮤지엄은 지금 이곳을 찾는 이들의 시간이 덧입혀지고 있다. 아주 먼 훗날 이곳을 찾는 이들은 여기에 덧입혀놓은 우리의 시간을 찾아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