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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project 1 - 도시경관 프로젝트(간판, 현수막)

2007-08-21

서울을 세계도시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가 ‘디자인’이라는 무기를 들었다.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 중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간판과 현수막이다. 지난 7월 12일 서울시는 서울광장에서 ‘행정 현수막 없는 서울’ 선포식을 하고, ‘불법 유동광고물 없는 거리’,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취재 | 권연화 기자 (yhkwon@jungle.co.kr)
사진 제공 | 서울시 도시디자인과

어지럽게 거리를 도배한 가로 광고물 정비를 위해 서울시가 솔선수범에 나섰다. ‘행정 현수막 없는 서울’을 선포하며, 서울시청 앞 도로에 설치된 시정 홍보선전탑을 시범적으로 철거한 것이다. 모든 시민의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가능한 ‘불법 유동광고물 없는 거리’와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정책을 펴고 있는 서울시가 두손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과연 서울의 거리는 어떻게 변하게 될지 그 청사진을 들여다보자.

서울시는 현수막, 간판 등 옥외 광고물을 정비해 서울의 누더기 옷을 벗길 예정이다. 우선, 8차로 이상 주요 간선도로를 ‘행정 현수막 없는 거리’로 선정해 서울시, 자치구 등 행정기관부터 광고물 개선에 솔선수범할 계획이다. 또한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현수막 지정 게시대를 늘리고, 게시대의 디자인을 다양하게 개선하여 게시대를 적극 활용한다.
서울 시내 10차로 이상 주요 간선도로는 ‘불법 유동광고물 없는 거리’로 조성해, 단계적으로 확대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금년 12월까지 불법 유동광고물인 현수막, 벽보, 전단, 입간판 등의 금지를 위한 시민홍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2008년부터 본격 정비를 시작한다.

‘좋은 간판 만들기’ 정책을 시행해 행정자치부로부터 우수 구로 선정되기도 한 성동구는 8월부터 왕십리길을 ‘아름다운 간판의 거리’로 정비하며, 은평뉴타운 등 25개 재정비촉진지구와 청량리 촉진지구 등 8개의 균형발전촉진지구에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를 적용한다.
동대문운동장 주변, 역사•문화•관광 특화 거리, 그리고 대학가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를 중심으로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가 조성되는 것이다. 올해 안에 5곳을 시범 추진하고, 내년부터는 연차적으로 10곳씩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 권영걸 본부장은 처음부터 거리 전체를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어느 거리의 200m 구간이라도 확실히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 권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공모를 통해 서울의 10개 대학을 선정해서, 그 대학 인근이나 대학이 속한 구의 일정 구간에 구청과 공동으로 간판을 바꿀 것이라고 한다. 대학과 간판주와 점포주, 그리고 구청에 인센티브를 적용해 협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 12월까지 역사•문화구역, 관광특구, 상업중심지역 등 지역별 특성에 적합한 ‘권역별 간판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2008년부터는 위반자에 대한 과태료(불법 유동광고물에 대한) • 이행강제금(철거일을 지키지 않은 고정 광고물에 대한) 부과, 고발조치 등 행정처분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권 본부장은 서울시 간판의 문제를 크게 ‘크다, 많다, 강하다’로 요약했다. 옥외광고물관리법상으로 한 업주당 3개의 간판을 가질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적게는 6개부터 많게는 12개까지 무분별하게 설치된 간판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을 반기는 사람도 많겠지만, 간판을 바꿔야 하는 업주들의 불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업주들뿐 아니라, 디자인학계에서도 간판 정비를 빌미로 규제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권 본부장은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혐오스러운 간판을 단 사람들이 수치스럽게 느끼도록 범국민적인 의식이 변화해야 할 것이며, 자발적으로 간판 정비에 나서는 업주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600여 년 전, 조선의 수도로 제정된 서울이 철저하게 디자인된 도시였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급격한 산업화로 엄청난 성장통을 겪으며, 앞만 보고 달려온 서울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사춘기의 여드름 자국이 보기 흉하게 남아 있는 서울 거리는 이제 환골탈태를 꿈꾸고 있다. 서울 변화의 열쇠는 바로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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