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3
대한민국 최고의 젊은 아티스트 23팀이 올레를 외쳤다. KT가 지난 1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 미술관에서 사진작가 강영호, 디자이너 박진우 등 대한민국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KT의 새로운 CI인 올레를 이야기한 전시회를 개최한 것.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들은 저마다의 시점에서 바라본 기업 브랜드를 다양하게 재해석하여 예술과 젊음을 더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보여준 기업 브랜드와 예술의 하모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최고의 감탄사 ‘olleh!’라는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익살맞은 광고로 소비자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올레 광고 덕에 어린 아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올레!”를 외치는 일이 자연스러운 요즘이다. 그러나 KT는 브랜드 전환의 발걸음은 이제 시작이라며 고객들이 ‘올레’를 좀 더 실제적이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을 시작했다. 이런 고민으로부터 KT olleh Art 전이 기획되었다.
1층에서는 ‘올레를 그리다’를 주제로 그래픽, 일러스트가 주를 이루었다. 일러스트 작가 서혜는 K, T, O, L, L, E, H의 글자 하나하나를 그래픽 아트로 재해석했다. 백윤화는 작품 ‘올레 판타지월드’를 통해 올레를 늘 즐거움과 재미가 넘쳐 흐르는 밝고 신나는 세계로 묘사했다. 상상의 올레 이미지를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며 퍼즐을 하나씩 맞춰 가면서 올레의 즐거움을 찾아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했다고 한다. 함영훈은 최고의 감탄사 올레를 시각 매체로 해석하여 표출되는 감정에 대한 정점의 순간을 빛과 색을 이용해 조형적 형태로 표현했다. 박우혁의 올레는 ‘백 열두 번의 노는 날, 백 열두 개의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놀자’라는 작가의 소망을 담아 노는 날만 크게 부각된 특이한 달력으로 탄생했다.
‘올레를 만들다’ 전시장인 2층 입구 쪽에 촛대들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진 소파는 프로젝트 그룹 ZNP에서 활동중인 이재하의 작품이었다. 이재하는 올레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하나의 시점에서만 온전한 그래픽을 볼 수 있는 소파를 만들었다. 바라보는 시점이 바뀜에 따라 소파 위 그래픽의 형태가 분리되고 왜곡되어 보이도록 하여 놓여진 공간까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박재은, 조원석은 흔한 인사말을 뒤집어 감탄사 올레를 만든 것처럼 평범한 것의 작은 변화가 잔잔한 놀라움을 돌려주는 특별한 것이 된다는 점에서 매일 드는 그저 흔한 가방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의자에 씌울 수 있는 커버, 쿠션, 생활 곳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방을 만들었다.
3층에서는 ‘올레를 비추다’를 주제로 사진, 영상물, 디지털 조형물 등의 전시가 펼쳐졌다. 오순미는 거울에 비친 상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복잡하고 오묘한 전체를 이루는 프렉탈(fractal) 구조를 통해 상상이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초현실의 세계를 나타내고자 했다. 이 무한공간 속에서 KT가 정보통신을 넘어 세계와 인간, 인간과 인간의 밀접한 소통을 가능케 하고 더 나아가 올레가 현실 그 이상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그 모습을 그려냈다. 또한 춤추는 사진작가로 유명한 강영호는 작품 “7도화음”에서 올레를 ‘왕래와 소통의 공간인 길’로 보고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속도와 양을 상징하는 광섬유로 ‘OLLEH KT’ 각각의 알파벳을 그리는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박진우의 작품 ‘펑키로얄’은 박진우 특유의 유머를 KT올레를 통해 보여준다. 이번 작품을 두고 박진우는 “인간의 권위를 무시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동물들을 아크릴 거울소재 위에 표현했다. 이전 KT의 딱딱한 이미지를 반짝이는 아크릴 거울에 유쾌하게 비추어지는 관람객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즐거운 이미지로 바꿔보기 위해서다.“고 전했다.
KT는 올레 아트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지난 7월부터 이러한 작업에 함께할 작가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의 추천을 받기도 하고, 평소 눈여겨보았던 작가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일부 꺼려한 작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역발상에 기반을 둔 이번 작업이 작품활동에 있어 새로운 기회이며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반응이다. 특히 박진우의 경우 처음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평소 아트가 아트로만 남아있는 것보다 다른 장르, 기업과의 결합을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강영호 작가 또한 이번 전시회에 대해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는 감이 안 잡혀 많은 고민을 했지만, 고민을 하는 과정이 지금까지 했던 것과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지금은 창작활동 과정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러스트레이터, 포토그래퍼, 제품 디자이너, 캘리그래퍼, 설치미술가 등 23팀의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전시회는 고객에게 올레 KT를 보다 다양하고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했다. 이것이 KT가 예술을 소재로 올레의 이미지를 미술관이라는 공간까지 확장시킨 이유다. 예술이야말로 역발상의 전형적인 결과물이자 미술관은 역발상의 실체들과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통해 고객들에게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아트, 기업, 고객간의 더 깊고 넓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발걸음이자, 행복한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