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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보부쉐 국제디자인워크숍을 다녀와서

2009-10-06


2009년 8월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여름보다 특별했던 시간으로 남을 듯 하다. 작년 디자인정글이 주최하는 ‘정글 UCC 어워즈’에서 수상을 해, ㈜로렌스제프리스의 후원으로 지난 8월 보부쉐 국제디자인워크숍에 참가했던 것이다. 이 워크숍에서 나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디자인전공자 및 현직 디자이너들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일주일을 보낼 수 있었다.

글 | 김종윤


8월 2일, 장시간의 비행에 지친 몸을 이끌고 쁘아띠에 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워크숍 장소에 도착했다. 온통 초록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프랑스 남부의 풍경이 여행의 피로를 씻어주며 나를 맞이했다. 짐을 풀고 가벼운 다과회를 가지며 참가자들과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본격적인 일정이 이뤄질 내일을 기약하며 잠에 들었다. 다음날, 가벼운 투어 형식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오전을 보냈다. 비트라디자인미술관 주최로 1996년도부터 매해 여름 진행되는 워크숍인 만큼 호수와 강, 숲이 어우러진 넓은 부지에는 그간 다녀갔던 많은 디자이너들과 학생들의 작품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점심 식사 후부터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다.

일주일의 워크숍 기간에는 세 가지 수업이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그 중 내가 참가한 것은 런던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페인 출신 제품디자이너 헥터 세라노의 ‘I am an alien’이라는 수업이었다. ‘나는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이라는 설정 하에 외계의 것(인공물)과 지구의 것(자연물)을 적절히 조합시켜서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수업의 목표였다. 대부분의 수업은 화창한 날씨 속에서 야외에서 진행되었으며,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 학생들과 선생님의 대화 및 토론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그것을 결과물로 표현하는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전 세계 곳곳에서 모인 디자인 전공자들과의 만남 그 자체였다. 스위스, 스페인, 미국, 대만, 브라질,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학생 및 현직 디자이너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함께했던 일주일간, 낮에는 수업을 들으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배움을 위해 고민했으며, 밤에는 삼삼오오 모여 술 한잔에 이야기를 풀거나 파티를 통해 함께 어우러지곤 했다. 그렇게 친해진 친구들은 아직도 이메일, 개인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의 매개를 통하여 연락을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인연이야말로 워크숍을 통한 배움 이상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이란 시간은 금새 흘렀다. 워크숍 후반에는 1, 2차 발표회를 거치면서 다듬어진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최종 작업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 작품의 컨셉트는 자연의 소리를 인공물과의 결합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었는데, 여러 가지 시안 중 헥터 세라노와의 대화를 통해 방 창문에 설치할 수 있는 소리조절장치가 달린 새집을 만들기로 했다. 시각디자인 전공이었던 나는 작품을 무사히 완성하기 위해 생전 처음 써보는 기계와 공구들에 둘러싸여 하루 종일 씨름해야 했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결과물로 금요일에 있었던 최종발표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 파티로 밤을 정신 없이 보내고 나니 어느덧 떠나는 날 아침이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렀다는 느낌과 함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기차에 하나 둘씩 올라탔다. 보부쉐에서의 나의 특별했던 기억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복잡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풍경 속에서 머물면서 머리를 환기시키며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밑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프로세스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같은 목표와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예비 디자이너 지망생들, 혹은 현역 디자이너들과의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 보부쉐 국제 디자인 워크숍이 가진 이러한 장점들은 내가 보냈던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너무나 행복하고 값진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참가자 중에는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었지만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몇몇 학생들도 참가하여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인상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며, 60이 넘은 나이의 현역 디자이너가 참가해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내놓는 등 이 워크숍 자체가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워크숍을 넘어선, 마치 경치 좋은 휴양지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디자이너들의 축제란 느낌마저 받을 수 있었던 일주일, 이 유익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보내게 해주신 ㈜로렌스제프리스와 디자인정글 관계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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