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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뉴욕타임즈가 인정한 그림작가, 이수지를 만나다

2009-06-30


뉴욕타임즈가 인정한 세계적인 그림작가 이수지와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이 디자인정글의 주선으로 지난 6월 16일 이뤄졌다. <파도야 놀자> 의 국내 출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강연회는, 작가 이수지의 심도 있는 작품 설명과 솔직담백한 질의응답을 통해 참가자들의 높은 공감과 호응을 자아내며 마무리됐다. 세계를 사로잡은 그림작가 이수지와 함께했던 2시간 여의 특별한 시간을 살짝 공개한다.

에디터 | 이상현( shlee@jungle.co.kr)


그림작가 이수지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욱 유명하다. 한국과 영국에서 각각 회화와 북 아트를 공부한 그녀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차례로 자신의 그림책을 펴내며 그 이름을 인정받았다. <토끼들의 복수 la revanche des lapins> 로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수상했고, 2002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에 손꼽힌 바 있으며, 특히 작년 <파도야 놀자> 가 큰 호평을 얻으며 2008년 뉴욕 타임스 우수 그림책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선전이다. 작가 이수지의 화려한 이력은, 글이 아닌 그림만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국경을 초월하는 감동을 선사하며 그림책 작가로서의 보편성과 설득력을 인정 받았다는데 더욱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날 강연회 역시 그녀의 작품이 어떻게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초점이 맞추어졌다. 작가 이수지는 먼저 “그림이 이끌어가는 내용에 대한 관심”을 언급했다.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화가라고 생각한다는 그녀는 기승전결이 완벽한 스토리를 만드는데 급급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미지의 표현, 즉 그림 자체가 갖는 힘에 더욱 무게를 싣는 쪽이라고 말했다. “글 없는 그림책은 불친절한 책이다. 서사 중심의 책에 경도되어 있는 독자들은 시각적인 사고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작가에겐 더욱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그림책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매력을 피력했다.


그리고 “그림을 담아내는 책에 대한 관심",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형식적인 관심”으로 그녀의 설명은 이어졌다. 한 줄의 글도 없이 페이지의 넘김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그림책 장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책이 갖는 형식적 속성, 매커니즘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특히 이수지 작가는 책의 양페이지가 만나는 물림선 부분(거터)을 중요한 미장센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파도야 놀자> 에서는 그것은 육지와 바다의 경계로서 자리하면서 이야기의 결정적인 무대를 마련하고 있으며, <미러 mirror> 의 경우는 더욱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 페이지의 소녀가 물림선, 즉 거울을 중앙으로 오른쪽 페이지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 그리고 양 페이지의 소녀가 거울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렇듯 책이 갖는 필연적 속성을 유려하게 활용함으로써 작가 이수지는 이차원의 평면 위에 새로운 차원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북아트와 그림책이 만나는 지점”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책의 '경계'를 통해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 그녀는, 작품 내적으로도 현실을 넘어서는 판타지와의 경계를 중요한 주제로 천착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 현실의 나와 거울 저편의 나의 경계 등을 통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아이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녀는 바로 작가 자신이라고 커밍아웃한 이수지는, “중학교 때부터 이어진 관심사”이자 “마음 속의 주제”인,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욕심을 내왔다고 말한 뿐. 너무나 많은 버전이 쏟아져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 새삼 욕심을 낸 것도 바로 “그것이 나의 관심”이며 그 바탕에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술회했다. 결국 이수지가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근간에는, 오히려 스스로에게로의 침잠과 집중이 있었던 셈. 이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이상한 말로 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객관적이라는 말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참가자들은, 작품 <미러> 속의 소녀처럼 바로 앞의 나를 한번 더 집중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리라.


이수지의 말 말 말

작업 스타일을 묻자, “25개월과 5개월 된 아기 둘을 키우느라 사실 견적이 안나온다. 시간을 내기 힘들지만 하루에 적어도 2시간 이상 아기 침대 옆에 책상을 놓고 오롯이 집중한다.”

세계 진출 노하우를 묻자, “볼로냐 국제 도서전에 참가했을 때 포트폴리오를 들고 부스를 돌며 어필했다. 스케치 몇 장으로는 그들을 설득할 수 없다.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것.”

기획부터 제작까지의 소요 시간을 묻자, “ 책마다 다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는 꼬박 1년이 걸렸고, <미러 mirror> 는 2주 만에 완성됐다. 물론 거울은 늘 관심 있던 주제였다.”

그림으로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에, “책으로 돈을 번 적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 전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결국에 남는다. 어려운 일이니까 어렵겠지 하고 생각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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