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2
영국 팝아트 작가 줄리안 오피의 전시가 국제갤러리에서 5월31일까지 열린다. 소규모 갤러리에서 다른 작가와 함께 소개되곤 해왔지만, 공식적인 첫 개인전은 처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라이트 박스를 이용한 평면 작품과 LED 동영상, LCD 동영상 작품 및 조각 등 그의 최근작 30점이 전시된다는 소식에 꿈쩍하지 않을 수 없다.
에디터 | 김유진, 자료 및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줄리안 오피의 작업이라고 일컬었을 때 곧바로 떠올려지는 이미지가 있다. 일러스트처럼 가벼운 드로잉, 과감하게 생략된 묘사, 매우 두껍거나 혹은 얇게 그려지더라도 눈에 띄는 형태로 도드라지는 라인 드로잉, 윤곽선이 만드는 면에 사용하는 컬러풀한 색채. 주로 특정 인물들을 작품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그 인물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기호처럼 만들어버린다. 심지어 때로는 각각의 인물들은 담배를 피거나 춤을 추는 등 대체로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거나 동작을 취한다. 그리고 영상으로 구현될 때 이는 반복 된다. 물론 그 몸짓이나 동작 역시 이미지의 단순화 작업을 거친 듯하다. 결국 작품 이름에서는 분명 특정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데도 그들의 아이덴티티는 줄리안 오피의 양식화된 이미지로 치환된다.
사실 줄리안 오피의 작품을 생각해봤을 때 가장 쉽게 떠올려지는 이미지 중 하나는 영국 밴드 블러의 앨범
미술 분야에서 골드스미스를 언급한다면 데미안 허스트와 이제는 더 이상 ‘young’ 하지는 않은 나이가 된 영국의 ‘yBA(young british artist)’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줄리안 오피의 스승인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업들이 줄리안 오피와 조금 더 가깝게 보인다. 색채의 사용이나, 윤곽선의 도드라짐 등은 한눈에 보아도 눈에 띈다. 1,2년 전쯤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작업과 함께 국내에서 그의 작품이 소개된 적도 있다.
언뜻 단순하게만 보이는 오피의 작업은 작가가 직접 촬영한 모델, 풍경, 혹은 단평 영화 등의 스틸 사진 등을 드로잉하거나 컴퓨터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다듬는 작업으로 완성된다. 대상을 단순화시키는 작업은 변형과 수정을 거치고, 그렇게 남겨진 작업이미지-대상의 최소한의 정체성-는 프린트나 비닐을 컴퓨터로 재단하여 캔버스에 입히는 것으로 완성한다. 이 작업들은 조각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평면에 보여지기도 한다. 실제로 캘린더, 포스터, 버스 광고물, 교통 표지판, 지하철 환승 통로 등에서도 일상에서도 쉽게 만나는 줄리안 오피의 작품들은 동영상, 애니메이션 등 대중적인 형식으로 존재해왔다. 그리고 그 방식은 매우 쉽고 친근해, 심지어 유튜브에는 ‘줄리안 오피식 변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사진을 줄리안 오피식의 이미지로 변형시키는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그의 최근작을 보면 여전히 인물들을 대상으로 단순화된 형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선이 더 얇아지고, 명암도 들어간다. 인물 뿐만 아니라 제목에서 장소와 배경, 상황에 대한 언급도 함께 하고 있다. 동시대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단면 단면을 스치듯 무심하게 그러나 하나의 초상처럼 엄격하게 컨트롤하는 그의 이미지는 그래서 동시대의 팝아트 작업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쉽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확보하고 있는 줄리안 오피의 작품들은 국제갤러리에서 오는 5월31일까지 이어진다. 라이트 박스를 이용한 작품이나, LED, LCD 동영상, 조각 작품 등 미공개 신작을 비롯해 30여점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