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3
자신의 존재는 투명하게 지우고 기능만을 강요 받아왔던 유리가 자신의 존재를 일깨우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개성의 작가들을 만나 다채로운 색깔을 입게 된 유리가 작품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인 것이다. 유리의 새로운 모습은 물론 유리조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유리들이 갤러리 스클로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에디터 정윤희(yhjung@jungle.co.kr)
‘이머징 글래스 아티스트(Emerging Glass Artist)’ 전은 갤러리 스클로의 개관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5년간 다양한 유리 전시를 개최하며 국내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유리조형분야를 소개하는데 힘써온 갤러리 스클로가 이번에는 국제 무대에서 주목 받는 6명의 신예작가를 초청한 것이다.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함으로써 유리조형예술의 진로를 탐색하고자 한다.
네드 켄트렐, 최은서, 코지마 유카코, 리 쩐닝, 데이빗 뉴수켈, 심소라 등 6명의 작가는 기성세대 작가들이 ‘유리’라는 소재의 특성에 집중하는 것에 비해 유리의 한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며 새로운 비전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블로잉(blowing), 램프워킹(lamp working), 콜드워킹(cold working), 설치 등 여러 가지 기법들을 십분 활용한 이들의 작품은 유리 예술이 선사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매력, 독창적인 다양성을 표현하고 있다.
네드 켄트렐(Ned Cantrell, B. 1975, Denmark)
전통적인 수공 유리제작 산업이 발달한 덴마크 출신 네드 켄트렐은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환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작품은 자신의 딸 ‘마틸드’를 우주비행사로 분하게 했다. ‘우주비행사 마틸드’를 상상의 세계로 이끌며 그녀가 만들어갈 새로운 인생에서 반짝이는 별과 행성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최은서(Eunseo Choi, B. 1977, Korea)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은서는 전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유리잡지인
<뉴 글래스(new glass)>
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또한 유리작가들의 선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코닝 유리 박물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면서 작품성을 객관적으로 입증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램프워킹(lampworking) 기법을 사용한 작품으로 인간의 욕망에 대한 물음을 ‘계단’이라는 상징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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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 우까꼬(Yukako Kojima, B.1979, Japan)
코지마 우까꼬는 주로 판유리를 여러 겹을 붙여 완성하는 콜드워킹(cold working) 기법을 사용한다. 건축 재료로 사용되는 판유리는 기하학적인 형태를 강조하는데 효과적이며 판유리들이 겹쳐졌을 때 보여주는 견고한 느낌과 다채로운 패턴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와 색, 패턴 그리고 빛의 조화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리 쩐닝(Zhenning Li, B.1983, China)
이번 전시 참여작가 중 최연소 작가인 리 쩐닝은 최근 영국, 체코 등 해외 전시에 다수 참여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캐스팅(casting) 기법을 즐겨 사용하는 그는 개인이 사회구조에 적응하며 빚어내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작가 자신이 세상을 접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중국적 색채가 짙은 독특한 캐릭터로 표현된다.
데이빗 슈누켈(David A. Schnuckel, B.1979, U.S.A)
이번 전시에 고블렛 시리즈를 출품한 데이빗 슈누켈은 전통적인 형태의 유리잔을 만들고 그 위에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있는 만화이미지를 그려 넣음으로써 2D와 3D의 결합을 표현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현대적인 신화를 창조해내는 한편 아이러니컬한 아름다움을 찾아보고자 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심소라(Sora Sim, B. 1976, Korea)
창 밖을 통해 보이는 장면을 창 앞에 설치된 작품을 통해 오버랩시키는 심소라의 작품들은 유리의 투명성을 이용하여 공간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서 불투명 유리조각의 틈새가 드로잉이 되어 ‘빛’을 비추며 저 넘어 공간을 상상하도록 자극한다. 이렇듯 공간 속에서 자신과 작품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있는 작가는 현실 속에서 비현실의 세계를 찾고자 하며, 주변환경과 결합하여 전혀 다른 모습을 갖게 된 작품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