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26
언제부터인가 산 이야기만 나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등반 날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힘들게 올라갔다 내려올 일을 왜 하느냐는 물음은 늘 따라 다니지만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와 푸르른 자연을 한껏 느끼는 시간들은 컴퓨터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에게는 더없이 추천해주고 싶은 취미입니다.
겨울의 설악산은 이름만큼이나 멋진 풍광을 보여주었습니다. 눈꽃은 볼 수 없었지만 이미 무릎 높이까지 쌓인 눈을 밟는 느낌은 가을 단풍의 다채로운 풍경만큼이나 기분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었고,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아래로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 백두대간의 모습은 산을 오르는 수고를 한숨에 날려 버릴 정도로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대청봉 정상에서 바라본 설악은 동해를 끼고 가파르게 솟아오른 수많은 봉우리들이 이어져 내려가는 장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해가 지고 동해의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뿜어내는 집어등의 눈부신 물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쉽게도 가질 수 없었지만 함께한 산소주 멤버들과 또 하나의 봉우리에 올랐다는 추억을 만든 기분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가파른 능선과 설원의 눈을 헤치고 길을 만들어 주신 수많은 등산객들의 발자국들에 고마움을.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