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9
故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도시 서울에 안타까운 작별 소식 하나가 또 전해졌다. 바로 mmmg 경복궁점이 폐점을 결정한 것이다. 고즈넉한 사간동 자락에 조용히 안겨, 오가는 이들의 사랑방이자 지루한 일상의 상큼한 활력소였던 이곳이 2008년 1월 31일로 문을 닫는다. mmmg는 경복궁점을 사랑했던 고객들을 위해 마지막 작별 인사를 마련했다.
취재 이상현 기자 (shlee@jungle.co.kr)
하루가 멀다 하고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놀이를 하는 이 무지막지한 시대에, 그깟 상점 하나 없어지는 게 무슨 기삿거리나 될 수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mmmg 경복궁점의 폐점 소식은 눈물이 왈칵 쏟아질 만큼 서운하고 또 섭섭한 일이다.
mmmg 경복궁점에서 연인과 데이트를 즐겼고, 지척의 친구에게 쓸 편지지를 골랐고, 지친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으며, 디자인의 꿈을 새록새록 키웠던, 이곳에 ‘기억’이 남아있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마련한 전시 ‘GOOD-BYE GYEONGBOKGUNG BRANCH’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 mmmg가 전하는 작별 인사다. 갑자기 싸늘하게 문을 닫은 가게 앞에서 허망하게 발길을 되돌리는 착잡한 일은 적어도 겪지 않도록, mmmg의 사려 깊은 마음 씀씀이다.
1년 넘게 숍을 책임져온 매니저 김자경 씨와 6개월 동안 몸담았던 스태프 이지원 씨가 쌀쌀한 겨울 바람을 맞으며 부러 찾아온 손님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넨다. 이곳에서 매일매일을 생활했던 스태프들은 아마 누구보다도 이번 폐점 소식이 남다를 터.
“소식을 듣는 순간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서운한 마음을 어떻게 말로 얘기할 수 있겠어요. 전시 첫날에 mmmg 경복궁점 마니아 손님들이 부랴부랴 찾아주셨어요. 정말 반갑고 고마웠지요. 함께 서운한 마음을 나누는데 손님 한 분이 갑자기 울먹이시는 거에요. 저희도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하루 50명 이상의 손님들이 전시 기간 동안 방문해 먼 길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듯 매장을 내내 맴돌다 갔다. 그곳에 쌓인 개인적인 기억들을 하나 둘씩 끄집어내며 오래 미소 짓다 갔다. 이렇듯 이들에게 mmmg 경복궁점이 유독 특별하게 다가갔던 이유는 무엇일까?
경복궁점의 외모는 남다르다. mmmg를 위해 지은 듯 벽돌로 만든 아담한 크기의 2층짜리 독채 건물은 원래 근처 기업 건물의 관리실이었다고 한다(2층은 관리자들의 수면실이었다). 리모델링이 쉽지 않은 구역이었는데 운명처럼 용케 허가가 났고, mmmg 로드숍으로 변신한 것이 2004년의 일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가장 ‘mmmg 다운’ 매장으로 꼽히며 사랑받았다.
통상 두 번째 로드숍인 경복궁점은 1호 압구정점은 물론 명동점과 코엑스점, N-tower점 등이 젊은이들로 복작거리는 ‘핫 플레이스’에 거점을 둔 반면, 크고 작은 갤러리와 화랑이 밀집된 사간동 초입에 위치해 일상을 조용히 음미하는 mmmg 본연의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었다. 김자경 매니저는 “다른 숍에 비해 연령층도 조금 더 높았고,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다 가셨던 것 같다”고 이곳의 특별함을 설명한다.
‘GOOD-BYE GYEONGBOKGUNG BRANCH’ 展은 2000년부터 20008년까지 mmmg가 제작한 포켓북을 전시하고 있다. 과거를 반추하고 다가올 내일을 새롭게 맞이하자는 의미에서다.
mmmg 배수열 대표는 "경복궁점은 10년을 내다봤습니다. 건물이 존재하는 한 계속적인 계약을 약속한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건물주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왔고, 개인적으로 무척 속상했지만 폐점 결정을 내려야 했어요"라며 안타까운 소회를 이야기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경복궁점을 접게 됐지만, mmmg로서는 이 ‘뜨거운 안녕’을 통해 새로운 내일을 맞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맞아 프로젝트가 착착 진행되어서 기분 좋은 설렘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어제를 소중히 기록하고, 기억하는 사람에게 더 밝은 내일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mmmg의 폐점과 전시를 통해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