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4
오늘날 공간디자인 교육의 핵심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AI가 이미지를 만들고, 텍스트를 생성하고, 나아가 공간까지 시뮬레이션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공간디자인은 더 이상 ‘형태를 만드는 기술’에 머무를 수 있는가, 아니면 인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동시에 설계하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 변화의 문제가 아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정의 자체를 다시 써야 하는 구조적 전환의 문제다. 과거의 공간디자이너가 감각과 경험을 기반으로 공간을 구성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동시에 다루는 ‘복합 설계자’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가 2026학년도 후기 석·박사 신입생 모집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입시 정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국의 디자인 교육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이 대학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1999년 국내 최초의 디자인전문대학원으로 출발한 이곳은 오랜 시간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이라는 화두를 일관되게 밀어왔다. 그리고 지금, AI라는 거대한 전환의 시점에서 그 축은 ‘기술을 활용하는 디자인’에서 ‘기술과 함께 사고하는 디자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공간·문화디자인학과 내 세 개의 랩—실내·가구디자인랩, 문화디자인랩, 공간·환경디자인랩—은 이 변화의 방향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낸다.
실내·가구디자인랩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물리적인 환경, 즉 실내 공간과 오브제를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그 접근 방식은 전통적인 형태 중심 디자인에 머무르지 않는다. AI 기반 시뮬레이션과 사용자 경험 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살아지는 공간’을 설계하려는 시도다. 밀라노 디자인위크 참여와 글로벌 공동연구 역시 단순한 전시 경험을 넘어, 한국 디자인이 국제적 맥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험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문화디자인랩은 공간을 ‘물리적 구조’가 아니라 ‘문화적 콘텐츠’로 바라본다. 공간은 더 이상 비어 있는 틀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와 서사가 축적되는 플랫폼이다. 이 랩이 인문학, 예술, ICT를 결합한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공간디자이너는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험을 기획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공간·환경디자인랩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시와 환경, 그리고 사회 시스템까지 시야를 확장한다. 인간의 삶과 예술, 역사적 맥락을 담아내는 공간을 기술과 결합해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이는 공간디자인이 더 이상 ‘개별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세 가지 축을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오늘날 공간디자인 교육의 핵심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교육 현장이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도면과 렌더링 중심의 교육에 머무르거나, 기술을 단순한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모집은 단순한 신입생 선발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 제시로 읽힌다.
공간은 더 이상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점점 더 정교한 데이터와 기술 위에서 설계된다. 그렇다면 디자이너 역시 달라져야 한다.
이제 공간디자이너는 형태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 그리고 사회를 연결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그 변화의 출발선에, 지금의 디자인 교육이 서 있다.
글_ 정석원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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