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0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승균 디자이너는 다양한 제품 디자인을 선보이며 산업디자이너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일관된 조형성, 안정성과 편의성, 직관적인 사용 경험 등을 완성하며 명확한 디자인을 전달하고 있는 그의 디자인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Neutra Studio에서 다양한 뷰티 테크와 소비자 전자 제품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사용자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유저가 느끼는 여러가지 불편함을 해소한다. 명확함과 균형, 조용한 디테일을 통한 높은 신뢰와 안정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디자인은 작동의 정확성과 경험의 완결성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의 실력은 다양한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으로 이어지면서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김승균 디자이너
이러한 디자인의 배경에는 ‘관찰과 해석’이 자리한다.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디자이너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그는 변화하는 디자인 업계의 흐름 속에서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있다. AI를 활용하여 좀더 효율적인 디자인을 완성하고자 하는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김승균 디자이너
Q. 어떤 과정을 거쳐 뉴욕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20년에 졸업을 했습니다. 당시 코로나가 한창이라 현장 채용이 거의 멈춘 상황이었지만, 운 좋게도 뉴욕의 Indeed Innovation에 비대면 인턴으로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약 3개월 동안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원격으로 근무를 하다가 이후 회사가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로 전환이 되면서 정식 디자이너로 전환될 기회를 잡기 위해 직접 뉴욕으로 이주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제 커리어의 방향을 크게 바꾼 선택이었고, 지금도 그때의 마음처럼 새로운 환경에 꾸준히 도전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Q. Neutra Studio 입사 전엔 어떤 활동을 했나.
첫 직장은 미국의 가전 브랜드 SharkNinja로, 청소기와 주방 가전 디자인 팀에서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약 5년 동안 뷰티 테크와 생활가전 중심의 제품을 디자인하며 콘셉트 단계부터 양산까지 전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독일 본사의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회사 Indeed Innovation의 뉴욕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며 여러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었습니다.
Q. Neutra Studio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Neutra Studio는 스페인 마르베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분야 통합(multidisciplinary) 디자인 스튜디오로, 뉴욕과 독일 함부르크에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스튜디오는 전략, 산업디자인, 엔지니어링, 브랜딩, 디지털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제품과 경험,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갑니다.
가전, 뷰티 테크, 헬스케어 등 여러 산업 분야의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며, 단순히 형태를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제품의 작동 원리와 브랜드 경험을 함께 설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팀 내부에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엔지니어, 크리에이터, 브랜드 전략가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함께 일하고 있어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으로 발전되는 과정이 매우 유기적이고 실험적입니다.
무엇보다 제품이 사용자에게 어떤 감정적 경험을 남기는가를 중심에 두고, 전략부터 완성까지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구축하는 것이 Neutra Studio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Q. 지금까지 디자인한 주요 작업에 대해 소개한다면.
‘Fuse’는 매일 아침의 루틴에 맞춰 설계된 개인용 블렌더입니다. 컵의 어느 방향에서도 결합되는 자석 커플러와 브러시리스 모터를 적용해 불필요한 기계적 부품을 제거했고, 스와이프 기반의 인터페이스로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용 경험을 제공합니다.
Fuse
‘HomeBox’는 택배 도난과 날씨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스마트 보관함입니다. 스테인리스 구조, 무게 센서, LED 상태 표시, 그리고 후면 사용자 도어를 통해 안전성과 사용 편의성을 모두 확보했습니다.
Homebox
이 외에도 글로벌 스킨케어 디바이스 브랜드의 제품군 개발에 참여해 페이셜 브러시, 바디 브러시, 마이크로커런트 디바이스 등 다양한 스마트 뷰티 기기를 디자인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브랜드 전체의 디자인 브랜드를 구축하고, 제품 간 일관된 조형과 사용자 경험을 완성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Q. 어워드 수상작들은 어떤 디자인 포인트를 가지고 있나.
‘HomeBox’는 택배 도난과 날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에서 출발했습니다. 스테인리스 구조와 무게 센서, LED 상태 표시를 결합해 기능을 단순한 형태 안에 정리했습니다. 사용자의 일상 동선을 분석해 배달과 수거의 흐름을 분리한 구조를 제안했고, 이 명확한 설계 해석이 2025년 MUSE Design Award 수상으로 이어졌습니다.
Homebox
‘Fuse’는 매일 아침의 루틴 속 자연스러운 사용 경험을 목표로 한 개인용 블렌더입니다. 자석 커플러와 브러시리스 모터를 적용해 불필요한 부품을 줄이고, 스와이프 기반의 인터페이스로 직관적인 조작성을 완성했습니다. 이런 단순함과 기술적 정밀함의 균형이 높이 평가되어 New York Product Design Awards와 London Design Awards에서 각각 수상했습니다. 두 디자인 모두 사용자의 행동 패턴과 제조의 제약을 동시에 이해하려는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Fuse
Q. ‘명확함, 균형, 조용한 디테일’을 중심으로 따뜻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 철학의 배경은.
제품은 결국 사용자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시선을 끄는 형태보다는 손끝의 저항감, 버튼의 깊이, 빛의 타이밍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세부 요소들이 사용 경험을 완성합니다. 학생 시절부터 완벽한 형태보다 “정확한 맥락”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태도가 지금의 디자인 철학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디자인이 사람의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대신, 명확함과 균형, 그리고 조용한 디테일을 통해 신뢰와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작은 요소일수록 더 큰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미세한 조정이 결국 제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결정한다고 봅니다.
또한 저는 스티브 잡스의 말, “Design is not just what it looks like and feels like. Design is how it works.”에 깊이 공감합니다. 이 말처럼 디자인은 단순히 외형이나 감각이 아니라, 작동의 정확성과 경험의 완결성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보여주는 디자인’보다 ‘작동으로 말하는 디자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Vas
Q. 디자이너로서 갖춰야 할 덕목은 무어라 생각하나.
저는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관찰력과 해석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일보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일’이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편을 찾아내는 관찰력과, 그것을 제품으로 해석해내는 능력이 디자인의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또한, 산업디자이너로서 저는 언제나 “디자이너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의 관점에 머물지 않고, 사용자의 행동과 상황을 관찰하며 끊임없이 테스트하고 검증해야 합니다. 리서치와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얻은 피드백을 반영하고,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사고할 때 비로소 제품이 ‘나를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 된다고 믿습니다. 결국 좋은 디자인은 스스로 설명하지 않아도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Q. 디자이너로서 한국과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가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디자인 과정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는가에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디자인의 결과보다 프로세스와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만들어진 배경과 논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이 쌓였는지가 클라이언트와 내부 팀을 설득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런 과정도 중요하지만 속도와 결과물의 완성도가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한 결과를 내는 능력이 강점으로 작용하죠. 물론 두 가지를 모두 갖춘다면 가장 이상적이고, 그래서 저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스토리텔링 능력을 함께 갖추면 국제 무대에서도 훨씬 더 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균 디자이너 스케치 이미지
Q. 공통적으로 가져야할 자세에 대해 말한다면.
공통적으로 중요한 자세는 명확한 근거와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디자인 의도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동시에 피드백에 열린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느 환경에서나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기본 자세라고 믿습니다.
Q. 디자이너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최근 제품 디자인의 중심이 점점 디지털 UX/UI 영역으로 옮겨가면, 물리적인 제품 디자인의 감성이 점차 단순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제품만의 존재감이나 손으로 느껴지는 경험이 디지털 인터페이스 뒤로 숨는 경우도 많아졌죠.
또한, AI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산업디자이너 역시 이 새로운 도구를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를 위기로 보기보다 기회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AI 기술을 디자인 프로세스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도, 제품 고유의 감성과 스토리텔링을 잃지 않는 디자인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단순화된 형태 속에서도 의미와 감정을 전달하는 디자인, 그리고 다양한 컨슈머 일렉트로닉스(Consumer Electronics) 분야에 이러한 감각을 적용해 일상의 기준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아직 산업디자인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을 디자인할 때는 사용성과 조형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그 제품이 실제로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정 단계에서의 제약, 생산 단가 절감, 동일한 재질에서도 공정 방식에 따라 어떻게 질감이나 마감이 달라지는지, 이런 부분들을 직접 보고 경험하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AI를 통해 이러한 제조 과정과 디자인 프로세스를 더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제품이 가진 감성과 완성도를 지켜내는 것이 앞으로 제가 집중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뒤에는 저만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여러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과 협업하며, 그들의 비전과 제 고유의 창의성을 결합해 명확하고 균형 잡힌, 그리고 조용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제품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가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입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김승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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