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6
정원은 자연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손길이 깃든 디자인이다.
그 안에는 단순한 식재와 배치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누군가의 기억과 서사, 삶의 결심과 인내가 시간이 쌓여 꽃과 나무로 피어난다.
<디자인정글> 기획시리즈 [이야기를 담은 공간_ 정원]은 정원을 디자인과 스토리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
정원은 단순한 조경의 결과물이 아니라, 디자인 언어와 인간의 삶을 잇는 서사적 공간이라는 사실을 탐구한다.
우리는 이 시리즈에서 정원의 미학과 철학, 사회적 의미를 함께 풀어내며, 정원이 지닌 창조적 가능성과 문화적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정원을 통해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공간은 어떤 이야기를 품는가라는 질문을 독자와 함께 사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디자인
정원은 자연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디자인 중 하나다. 돌을 쌓아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나무와 꽃을 심으며, 우리는 단순히 풍경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새겨왔다. 정원은 언제나 인간의 이야기를 담는 공간이었다.
고대의 왕궁 정원에서부터 중세 수도원의 정원, 르네상스 시대의 궁정 정원, 근대의 도시 공원에 이르기까지, 정원은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문화적 텍스트였다. 누군가에게는 권력과 위엄을 상징하는 장치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사유와 고독의 장소였으며, 누군가에게는 공동체와 소통의 공간이었다. 정원은 그 자체로 시대와 인간의 삶을 기록하는 책장이자, 서사를 품은 풍경이다.
결과물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정원
오늘날 정원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도시의 옥상 위 작은 화분 정원에서부터 숲 속 깊은 사유 공간으로서의 정원까지,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정원과 마주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정원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식물을 심어놓은 장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원에는 공간을 기획한 사람의 철학, 그곳을 돌보는 이의 태도, 그리고 방문자가 경험하는 감각과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 그래서 정원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고, 완성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다. 계절마다 달라지고, 돌보는 손길에 따라 표정이 바뀌며, 실패와 인내 속에서 조금씩 성장한다.
디자인의 집약체, 살아있는 공간
정원은 본질적으로 디자인의 집약체다. 땅의 구조를 읽어내고, 빛과 바람의 흐름을 계산하며, 수목과 꽃의 색감과 질감을 조율하는 일은 곧 디자인 행위다. 그러나 정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위에 쌓이는 삶의 기억, 세월이 빚어내는 흔적, 돌보는 손길의 철학이 더해져야 비로소 하나의 완결된 공간이 된다.
그래서 정원은 ‘살아있는 디자인’이라 불릴 수 있다. 매일 조금씩 변하고, 실패를 껴안으며 자라나고, 결국에는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드러내는 열린 공간이 된다.
정원은 본질적으로 디자인의 집약체다. 땅의 구조를 읽어내고, 빛과 바람의 흐름을 계산하며, 수목과 꽃의 색감과 질감을 조율하는 일은 곧 디자인 행위다. (그림: 찍박골농원의 모습을 AI로 생성)
정원이 보여주는 디자인의 확장
이번 시리즈는 정원을 통해 디자인의 확장된 정의를 탐구한다. 디자인은 물건을 만드는 일이나 시각적 장식을 넘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회를 연결하는 행위다. 정원은 그 연계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정원 속에는 시간의 디자인(계절과 성장의 흐름), 감각의 디자인(빛, 향기, 소리, 촉감), 사회적 디자인(공동체와 장소성), 그리고 이야기의 디자인(개인의 기억과 삶의 고백)이 모두 녹아 있다. 정원은 이 모든 요소가 교차하는 복합적 공간이며, 우리가 디자인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쓰는 공간
따라서 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다. 정원을 만든 이들의 고민과 철학, 그들이 겪어온 실패와 도전, 그리고 정원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확장시키는지를 기록하는 또 하나의 서사적 공간이다.
정원은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야기를 쓰는 공간’이다. 그 이야기에는 디자이너, 건축가, 예술가뿐만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의 목소리까지 함께 담겨 있다.
정원을 통해 다시 쓰는 디자인
정원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공간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디자인 업계에서 공간은 늘 중요한 주제지만, 정원을 통해 본 공간은 다르다. 벽과 기둥, 천장과 마감재로 이루어진 건축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과 계절, 실패와 인내로 채워지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열린 공간의 속성을 통해, 우리는 디자인이 어떻게 삶과 맞닿을 수 있는지, 그리고 디자인이 어떻게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지 더 깊이 성찰할 수 있다.
새로운 눈으로 정원을 바라보다
<디자인정글>은 이번 시리즈 [이야기를 담는 공간_ 정원]을 통해 정원과 디자인, 이야기와 삶을 잇는 다리를 놓고자 한다. 독자들이 이 시리즈를 통해 정원을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얻기를 바란다. 나아가, 각자의 일상 속 공간에서도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가꾸는 행위가 곧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기대한다.
정원은 특별한 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 심고 가꿀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시리즈 목차(총10회)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제1회)_ 정원, 또 하나의 디자인 언어
정원을 단순한 조경이 아니라 디자인의 확장된 언어로 바라본다. 정원은 형태·색채·질감의 조율을 넘어, 시간과 이야기를 디자인하는 종합 예술임을 보여준다.
(제2회)_ 삶을 품은 공간, 서사의 시작
정원은 누군가의 기억과 삶의 결심이 켜켜이 쌓여 피어난 공간이다. 개인의 경험과 철학이 어떻게 공간의 이야기가 되는지 탐구한다.
(제3회)_ 시간을 심는 디자인
정원은 계절의 변화와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기록되는 장소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기다림을 전제로 한 디자인의 가치를 조명한다.
(제4회)_ 실패와 인내의 미학
정원은 실패를 먹고 자라난다. 죽어간 식물, 잘못된 선택,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정원의 철학이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다룬다.
(제5회)_ 정원, 이야기를 짓는 손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태도와 손길에 주목한다. 땅을 읽고, 씨앗을 심고, 돌보는 행위 자체가 디자인 과정임을 보여준다.
(제6회)_ 자연과 인간 사이, 경계를 디자인하다
정원은 자연 그대로도 아니고, 완전히 인공적인 것도 아니다. 그 사이의 경계를 디자인하는 정원의 구조와 디테일을 분석한다.
(제7회)_ 도시 속 정원, 숨은 이야기들
옥상, 골목, 아파트 베란다 등 일상 속 작은 정원들을 통해 도시인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정원의 형태와 이야기를 살펴본다.
(제8회)_ 감각의 공간으로서의 정원
정원은 다섯 가지 감각을 자극하는 복합적 경험의 공간이다. 빛과 소리, 향기와 촉감, 그리고 미각까지 정원이 주는 다층적 감각을 해석한다.
(제9회)_ 정원과 예술, 서로를 비추다
회화, 문학, 건축, 영화 속 정원을 통해 예술과 정원이 어떻게 서로를 반영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 조명한다.
(제10회)_ 미래의 정원, 새로운 스토리텔링
기후 위기와 도시화 시대, 정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생태와 지속가능성, 커뮤니티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기획취재_ 디자인정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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