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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뷰] 문화예술을 잇는 커뮤니케이터, 김혜옥 서강대 메리홀 기획실장 - 공공PR에서 공연기획까지, 문화예술의 확산 이끌다

2025-02-15

문화예술을 확산시키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방송, 홍보, 출판, 경영 등과 같은 다양한 방법들이다. 이러한 채널들을 통해 오랜 시간 대중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힘써온 이가 있다. 바로 김혜옥 메리홀 기획실장이다.

 

김혜옥 기획실장

 

 

김혜옥 기획실장은 서강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제일기획 홍보팀에서 사내방송, 홍보물 제작, 대학생광고대상 진행 등의 업무를 시작으로, 가나출판사 홍보팀장,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전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사무관, ㈜인포마스터 정책홍보부문 부사장, (재)세종시문화관광재단 예술사업 및 경영지원 사무처장 및 본부장 등으로 활동해왔다. 

 

김혜옥 기획실장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오랜 경험과 노하우는 문화예술 확산 및 대중들의 문화예술 향유라는 일관된 방향성 아래 쌓여온 것이다. 사기업과 공기업에서의 경력을 넘어 문화 예술과 함께 성장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루어져온 김혜옥 기획실장의 활동들은 여러 인연들을 잇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김혜옥 기획실장은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메리홀’ 공연장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며, 올해 55주년을 맞이하는 메리홀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메리홀을 창작공간으로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메리홀의 기획실장을 맡게 된 지 일년만에 전년대비 대관료 수익 170% 달성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김혜옥 기획실장이 이번엔 어떠한 방법으로 대중의 문화 향유를 이끌어낼지 들어보았다.  

 

Q. 제일기획 홍보팀에서의 업무를 시작으로 여러 활동을 해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되었나. 


'사람들과의 인연'이라는 '연결고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력서를 써서 취업을 준비한 경우보다는 함께 일했던 예전 직장 상사, 혹은 파트너들의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통해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어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업무와 관련해 방송에서 홍보(특히 공공PR)로, 또 문화예술로 조금씩 분야가 달라지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일의 대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었던 것 같습니다. 업무적 스킬보다는 '오픈 마인드'로 이야기하고 전달되는 피드백에 대해 기꺼이 반영해 보려는 노력들, 그런 태도역량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제대로 배워둔 경험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러한 힘이 여러 시기와 장소, 상황에서 쓰였던 것 같습니다. ‘아, 그때 배워 둔 게 여기서 이렇게 쓰이네'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요, 방송을 예로 들면 유년시절 지역방송국 어린이 아나운서 경험이 대학과 제일기획 신입사원시절까지 이어져 아마추어로서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학습만화 출판사에서 홍보업무를 하게 되었을 때는 홈쇼핑 채널에서 책을 홍보하는 방송을 하기도 했고, 문화재단에서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사회를 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인간관계는 인연이 아니라 의지'라고 이야기했는데,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일을 할까’보다는 ‘어떤 사람들과 함께할까’에 대해 더 기대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연에 의지를 보태어가며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세종시문화재단에서 활동할 당시

 

'2023 금강청소년축제' 워크숍에서 김혜옥 기획실장 

 

 

Q.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을 통해 공공분야에 대한 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공공홍보컨설팅회사 근무, 세종시문화재단 사무처장 및 예술사업본부장으로 활동했는데, 공공분야에 대한 업무를 하면서 기존의 업무들과 차이점을 느꼈다면. 


민간영역에서는 자사 제품의 고객과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활동을 펼치면서 로열티를 높여가면 됩니다. 경쟁업체의 제품을 애용하는 고객들에 대해 딱히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그럴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공공영역'이 지닌 가장 큰 특성은 '모두가 (세금을 내는) 고객'이기 때문에 누구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해당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말이지요.  

 

15년쯤 전에 봤던 영상이 기억납니다. 미국의 과학자협회같은 곳에서 '당신의 논문을 춤으로 표현하세요'라는 미션을 주어 많은 과학자들이 탱고, 발레, 등 다양한 종류의 춤을 추는 동영상이었습니다. 과학발전에 사용되는 많은 기금들이 결국은 국민세금에서 비롯된 것이니 고객(국민)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갈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였으리라 생각됩니다. 하나의 이벤트였을 수도 있지만, 공공영역의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한 중요성에 비해 실무를 하면서 현실적으로 느끼는 애로사항도 있습니다. 첫째는 늘 한정된 조건(예산, 시간) 내에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앞에서 말씀드린 사항(모든 국민이 고객)과 연결되는 지점으로, 엣지있는 최선책보다는 위험부담이 낮은 둥글둥글한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는 점도 공공영역이 갖는 일반적인 특성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인으로 제일기획 홍보팀 시절에 했던 '물건을 파는 홍보'보다는 '기업PR'분야가 더 재미있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공공영역'으로 옮겨가게 됐는데, 아마도 '영리'보다는 '명분'을 더 중시하는 제 기질과 더 맞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Q. 지금까지 해온 여러 일들 중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무엇인가.


별명이 '적응지존'이기는 합니다만, 감사하게도 해온 일들은 나름의 이유로 다 보람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일(기능적인 업무)'자체보다도 매번 제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잘 해내는 데 의미를 두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주니어때는 밤을 지새며 일에 대한 완벽을 기하면서 주어지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에 만족했다면, 시니어가 되어서는 직원들에게 멘토링과 코칭을 해주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게 회사 생활의 보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억에 많이 남는 건 2002년도에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출간했던 회사의 홍보팀장으로 있을 때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어린이날 기념으로 '신(GOD)세계 백화점과 함께하는 그리스로마신화 퀴즈대회'를 기획해서 우승한 아이들과 그리스로마 투어까지 진행한 일이었습니다. 큰 조직이었다면 분업을 통해 맡은 영역의 일만 했을텐데, 작은 조직이었기에 기획부터 실행까지 권한과 책임을 갖고 할 수 있었습니다. 

 

퀴즈 문제를 만드는 일부터 백화점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온라인 이벤트 진행까지 모든 실무를 직원과 저 단 둘이서 해내야 했던 만큼 지금 생각하면 열악한 조건이었는데요, 작은 출판사에서 대기업과 공동으로 기획해서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었고, 작은 사고없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게 정말 기적처럼 여겨집니다. 

 

 

서강대학교 메리홀

 

 

Q. 현재는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이전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정하면서 '정규조직생활은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해서 출산, 육아 기간 몇 년을 빼고는 계속 조직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이죠. 조직생활은 어쨌거나 일을 통해 나를 보여주는 것이 기본값인데, 50대 중반인 지금 ‘이제는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면서 사는 것 말고 조금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던 차에 제가 졸업한 모교에서 공연장 업무 채용이 있어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면접위원님은 “큰 조직에서 본부장을 하셨던 분이 이렇게 작은 조직에 왜 지원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라는 제가 예상했던 질문을 주셨고, 저는 이렇게 답변을 드렸습니다. “첫째는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또 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은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절대 선(善)과 같아서 관련 일들을 했던 문화재단에서의 7년동안은 보람과 효능감을 가장 많이 느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다양한 공연을 가까이하는 일은 돈을 내고도 하는 취미인데, 그걸 일로 할 수 있으니 매우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제가 마음먹은 대로 작은 조직에서 조금은 여유 있게(덜 치열하게, 혹은 업무 외적인 일에 에너지를 소모할 일 없이) 지낼 수 있는 포지션이 마음에 듭니다. 인생 2막의 시기에 좋은 직장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객관적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믿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그동안 일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시간들을 모교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쓸 수 있다는 것 또한 저에게는 감사한 일입니다.” 

 

Q. 메리홀에 대해 소개한다면.


메리홀 공연장은 1970년에 개관하여 올해로 55년 주년을 맞이합니다. 당시에는 3층 높이의 프로시니엄무대와 700석 규모를 갖춘 최고수준의 공연장이었습니다. 또한, 한국 대학들을 위한 최초의 공연장일뿐만 아니라 국립극장(1973년 개관)보다도 3년이나 앞선 역사를 자랑합니다. 

 

20년 전 리모델링을 통해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개관된 메리홀은 대극장(400석), 소극장(100석) 등 두 개의 극장으로 운영됩니다. 서울세계무용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국제현대무용제 등 최고수준의 공연예술제가 펼쳐지고 있으며, 무용, 연극,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이 연간 70여 건 이상 무대에 올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극장으로는 유일하게 상주단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생 및 젊은 예술가들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창작공간으로서의 역할에도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메리홀 대극장

 

메리홀 소극장

 


Q. 어떤 업무들을 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제가 맡은 업무는 공연장 대관관련 전반적인 사항들입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와서 일한 첫 해(2024년)에 대관료 수익이 전년대비 170%를 달성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예산도 10% 늘었고,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공연장 로비 환경개선 사업도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간 상황이라 관객들과 첫 대면하는 공간인 로비를 새 단장하는 계획에 설레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Q. 업무와 관련해 어떤 방향을 세웠는지 궁금하다. 


3가지 차원에서 공연장 운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지역 주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입니다. 학교 공연장이지만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공프로그램을 상주단체와 함께 기획해서 공연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합니다. 

 

두번째는 공연장에 대한 내부직원의 관심도 제고입니다.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학교 내에 공연장이 있지만 정작 한번도 공연을 보지 못한 직원들과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인사팀과 연계(교육점수 인수)하여 직원 복지차원에서 낮시간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티켓에 대한 할인제도를 현실화해서 메리홀 공연장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관련 공연 동아리들의 진로 탐구 지원입니다. 서강대에는 공연관련학과가 없는데도 문화예술분야의 탁월한 인재들(박찬욱 감독, 최동훈 감독, 윤광진 연출가, 최용훈 연출가 등)을 많이 배출했는데, 메리홀의 역할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극, 뮤지컬, 음악 등 다양한 동아리에서 미래의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소중한 문화예술공간으로, 때로는 프로 예술가들과의 만남의 계기(공공프로그램)를 통해 진로 개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그동안 했던 일들을 기반으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소망, 좋은 사람들과 함께 주변에 작지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에 참여하겠다는 약속, 공연장이나 전시장에서 그리고 책 읽는 사람들과 다정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다는 바람 정도를 갖고 있습니다. 농업적 근면성의 가치를 믿고 사는 아날로그형 인간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김혜옥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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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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