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0
농부가 된 디자이너가 있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스튜디오에서 브랜드 디자인을 했던 주인공은 그래도팜 농업회사법인의 원승현 대표다. 그는 대기업으로 스카우트가 되기도 했지만 디자인이라는 일 대신 농업을 택했다.
그래도팜 원승현 대표
원승현 대표가 디자인 대신 농업을 택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원승현 대표의 아버지는 1983년부터 유기농 농법으로 토마토를 생산해왔다. 원승현 대표는 디자이너로 활동할 당시 1차 생산물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때 아버지의 농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대기업 입사가 확정된 후 6개월간의 시간이 있었던 원 대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아버지를 인터뷰하며 아버지가 문을 연 원농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는 원 대표에게 아버지의 유기농에 대한 관점과 고집을 이해하게 했고, 아버지의 철학을 브랜드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
그래도팜 전경
‘그래도팜’이라는 이름은 아버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 대표는 아버지가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신 말로 ‘그래도’를 꼽았다. 그간 오랜 시간동안 아버지가 왜 그렇게 힘든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 오셨는지를 이해시켜주는 키가 되기도 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원 대표의 아버지는 ‘그래도’라 답했다. ‘사람이 먹을 건데 그래도 그렇게 하면 쓰나, 번지르르한 모양이 중요하다 해도 그래도 농약을 쓰면 되나, 그래도 땅이 기본이 되어야지, 그래도 좋은 향이 살아있는 토마토를 재배해야지’ 하는 말들이었다.
그렇게 원승현 대표는 2015년 아버지 농장에 대한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아버지의 철학을 확인했고, 거기서 미래를 발견했다. 그리고 대기업 디자이너라는 직함대신 농부를 선택, 그래도팜을 설립했다.
그래도팜에서는 좀 특별한 토마토가 생산된다. 흔히 겉모양 위주로 품질을 평가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맛과 향, 영양으로 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건강한 땅을 만들고자 하는 아버지의 철학에 다양한 종자에 관심을 갖는 원 대표의 도전이 힘을 합쳤다. 아버지의 토마토, 원 대표의 토마토가 그래도팜 농업회사법인을 통해 판매되는 것이다.
그래도팜에서는 지금까지는 알지 못했던 토마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래도팜의 토마토를 찾는 사람들은 토마토의 향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 그래도팜 토마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땅에 있다. 우리나라의 토질 상태는 최하위를 간신히 모면한 수준이라고 원 대표는 말한다. 이러한 땅에서 자란 대부분의 토마토는 화학비료에 대한 의존으로 그럴듯한 겉모양을 갖추지만 향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난 토마토를 먹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마토가 가진 온전한 풍미를 경험하지 못한다. 당도만 찾는 요즘 토마토에서는 더더욱 그러한 향을 느낄 수 없다.
한국 사람들도 풍부한 토마토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원 대표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 셀링 포인트를 두었다. 그래도팜에서는 토질에 가장 크게 신경을 쓴다. 토양을 선순환 체계로 회복시키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토양의 생태계를 관리한다. 영양학적으로만 접근하는 화학적 비료대신 직접 만든 퇴비를 사용해 땅 속에서 공기가 잘 통하고 미생물이 살아 숨쉴 수 있도록 한다. 뛰어난 맛과 향으로 인해 그래도팜의 토마토는 유명 파인다이닝에서 사용이 된다. 그래도팜의 토마토를 구입하기 위해 대기하는 소비자들은 최대 8개월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소일갤러리 전경
그래도팜의 토마토에 대한 특별한 생각은 서비스 브랜드 ‘토마로우’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농산물 판매에 초점이 맞춰진 일반적인 체험농장이 아닌 땅의 중요성과 토마토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들을 전달하는 토마로우에서는 그 흔한 체험농장도 없다. 토마토를 구매할 수도 없다. 대신 원 대표는 토양전시관인 ‘소일갤러리(Soil Gallery)’를 만들어 땅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항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식재료로써의 토마토를 알리기 위한 토마토의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며 토마토에 대한 새로운 미식경험을 전하고 있다.
원 대표는 늦게 농업에 뛰어든 만큼 치열하게 공부했다. 농사에 대한 지식에 아버지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그는 토마토에 관해 책을 쓸 정도로 지식이 풍부하다.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농사 관련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 원 대표는 청년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브랜딩 방법론 등을 강의하기도 한다.
앞으로 원 대표는 자신의 농장 운영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청년 농부 육성을 계획하고 있다.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변화하는 농업의 미래를 그려가는 것이 그래도팜의 비전이다.
주소: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서강로 159-26 (주천리 1617) / 사전예약제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그래도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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