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6
SWNA를 통해 제품 디자인부터 공간, IT, 가구, 건축, 브랜드까지 다양한 부분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는 이석우 디자이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산업 디자이너로 꼽힌다.
이석우 디자이너
홍익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그는 Motorola-Google에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리드로 활동한 후, 2011년 산업디자인 오피스 SWNA를 설립했다. 2015년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 콘셉트 디자인 부문 글로벌 톱10 디자인 스튜디오로 선정된 바 있는 SWNA는 LVMH, Fritz Hansen, BMW, Hyundai Motor, google, Samsung, LG, Starbucks, Disney, Guggenheim Museum, V&A Museum 등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고 있으며, SWNA 프로세스와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일상에 영감을, SWNA>이 2022년 출간되기도 했다.
2018년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2019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디자인 부문을 수상한 이석우 디자이너는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디자인으로 대중들에게까지 그 이름을 알렸다. 이를 통해 이석우 디자이너는 2018 영국 런던 디자인 뮤지엄이 선정한 ‘올해의 디자인’에 노미네이션되기도 했다.
이석우 디자이너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수많은 프로젝트 중 가장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CD를 넣으면 빛이 나와 조명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인터페이스의 컨트롤을 통해 CD플레이어를 조작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졸업 작품과 기능의 디자인에서 의미의 디자인으로의 전의를 이끌며 상징적인 디자인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한 평창 올림픽 메달 디자인, 건축 조경부터 커뮤니티 시설의 서비스, 브랜드 리뉴얼까지 테넌트 디자인을 함께 진행한 푸르지오 아파트 마스터 플래닝 건축 디자인이 그것이다.
푸르지오 아파트 마스터 플래닝
그가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로보틱스와 애비에이션, 자율주행 의료기기, 우주 디자인이다. 특히 아직까지 미지의 분야인 우주 디자인에 가장 관심이 크다. “지금까지 지구의 특성에 맞춘 물리적인 환경, 즉 중력 상태에서 인간의 도구를 디자인한 것과 달리 무중력 상태의 도구를 디자인을 하는 것은 우리 세대가 처음이기 때문”으로, “아직까지 디자이너의 개입이 없는 우주 디자인은 산업 디자이너들에게 무척 새로운 영역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디자인은 도구에 대해 기능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그리고, 미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균형 있는 디자인이다. 훌륭한 디자이너란 심미성과 효율성의 기능을 잘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의 모든 디자인은 바로 이러한 철학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그는 성수코사이어티에서 열린 LAKRIDS X ALPI ‘TRACE OF SENCE’에 참여해 한국의 정서를 바탕으로 현대 기술과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디자인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TRACE OF SENCE’전, 이석우 디자이너의 <음력의 땅> (사진: 디자인정글)
이석우 디자이너는 7개월에 걸친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통해 디자인의 영역을 재정비했다. 다양하게 움직이는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의 이종교배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면서 100년을 이어가는 산업 디자인 오피스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목표다.
이러한 그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트로피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디자인을 통해 세상에 신선한 충격을 준 그의 생각이었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손안의 작은 조각, 트로피에는 많은 이야기와 상징이 담긴다. 이러한 트로피 디자인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의 근본을 바탕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이석우 디자이너에게 트로피 디자인에 관해 물었다.
Q. 평창 올림픽 메달 디자인 이야기가 궁금하다. 어떻게 디자인했나.
기능성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그 오브제나 모뉴먼트를 보고, 보는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공감하고 느껴야 하는 것인데, 그것을 경험하는 교집합을 찾도록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평창 올림픽 메달의 경우 처음에는 평창, 한국, 스포츠에 대한 표면적인 이야기들을 가지고 시작을 하려고 했죠. 예를 들면 평창의 산이나 자연 환경 같은 것을 그려 보기도 하고, 스포츠 정신을 좀 표현하기 위한 추상적인 이미지 부여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공감할 수 있는 것들, 내가 생각하는 스포츠 정신과 내가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 등을 생각하다 보니 한글, 인고, 과정 이런 단어들이 나왔고, 그런 것을 가지고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적인 것들이 무엇이지 봤을 때 저는 제가 지금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것들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고 생각 하거든요. 일반적으로 한국적인 것이라고 하면 과거의 것들, 전통 건축이나 공예 양식들을 말하는데 사실 저는 지금 아파트에 살면서 현대적인 물건을 활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떠올랐던 것이 한글이었습니다. 지금도 언어로 쓰고 있고, 항상 접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글을 가지고 올림픽 정신을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한글의 줄기가 올림픽 정신, 그 과정과 맞닥뜨릴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과정과 줄기에서 영감을 받았죠. 한글은 문화의 씨앗이고 문화가 자라기 위해서는 씨앗이 줄기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 줄기의 현상을 동그랗게 자른 것이 메달이라고 여겼습니다.
동그랗게 자른 이유는 그 과정을 기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올림픽 정신은 사실 과정의 결과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인고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는데, 이 부분이 대중의 공감을 많이 샀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서 어떤 미적인 아름다움도 표현이 됐던 것 같고요. 다소 짧은 일정 속에서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순수하고, 편안하게, 안정적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이석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Q. 디자인을 통해 가장 핵심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트로피나 상징물은 처음 봤을 때, 어떤 순간의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감정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든, 새로움이든 정말 멋있다고 느껴야 하는 것이죠. 그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대량 생산된 공산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그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좀 더 깊이 바라보았을 때 그 의미를 대중들도 쉽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선험적, 경험적으로 나타나야 하는 이 흐름을 표현하기위해 가장 큰 노력을 했습니다.
또한 저는 디자인이란 이러한 이야기, 컨셉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자체가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에 동시대성을 꿰뚫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과 의미의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Q. 디자인 과정은 어땠나.
진행과 제작에 있어서 3D 프린트 작업을 좀 더 진보적으로 하려고 했어요. 메탈 3D 프린트를 이용해 금으로 직접 메달이 뚫려 있는 형상으로 만들어 익스트루드 된 자음과 모음 중에 자음을 뜯어서 그 자음을 국수가락 뽑는 것처럼 해서 동그랗게 자른 모양으로 만들고자 했죠. 그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구멍이 뚫리게 되는데, 그것을 구현하려고 했는데 올림픽 메달의 특수성상 조폐공사에서 만들게 되면서 조폐공사에서 만드는 프레스 방식으로 밖에 제작할 수가 없었어요. 프레스로 조형을 만들고 옆부분은 레이저로 커팅하는 방식으로 제작을 해서 원안대로는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폐공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과정을 통해 제작을 했습니다.
Q. 페이스북을 통해 트로피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트로피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트로피 디자인은 손 안에 들어가는 작은 조각품으로 조각품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특정한 목적과 내용, 의미로 제작되는, 수십 개까지 복제되는 조각이죠. 그런 의미에서 조각가나 공예가가 만드는 트로피 혹은 상징물과 산업 디자이너가 만드는 것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상업 디자이너나 제품 디자이너가 참여해서 만드는 트로피, 조각물와 같은 모뉴먼트들은 조금 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기술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중요한 기능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메달의 경우에는 손에 쥘 수 있어야 하고, 목에 걸 수 있어야 하며, 목에 걸고 나서도 안정적으로 보여야 하죠. 트로피는 손으로 잡았을 때 안정적인 무게와 그립감, 대량 생산에 용이한 형태들이 수반이 돼야 하는데, 그런 제한 조건을 맞추면서 조각의 스탠스를 취하도록 하는 것 자체에서 누가 더 잘할 수 있는지를 봤을 때는 산업 디자이너가 유리하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트로피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제가 주로 담당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대기업, 글로벌 기업의 대량 생산 제품들입니다. 기능의 합리성과 특히 제조 원가 및 사용성의 문제에 따라 제한 조건이 많은 이러한 경우에는 디자인이 굉장히 많이 다듬어지게 되는데, 트로피는 그런 부분에서 어느 정도 자유도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작업을 정제한다는 측면에서 디자인을 더 전개하고 펼쳐 나가는 작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휴가 같은 개념의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이석우 디자이너는 전주 국제 영화제,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MAMA, 백상예술대상 등의 다양한 트로피를 디자인했다.
Q. 가장 좋은 디자인이라고 꼽는 트로피가 있다면.
가장 좋은 디자인이라 꼽는 것은 머리에 가장 각인이 많이 돼 있는 트로피인 것 같은데요, 저는 오스카 상 트로피를 언급하고 싶어요. ‘오스카 상’ 하면 누구나 트로피를 떠올리게 되죠. 오리지널리티가 높고, 시대를 아우르는, 오래 가는 스토리텔링과 조형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트로피 디자인 시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트로피’로 한정을 짓기보다 상징물, 모뉴먼트로 범위를 조금 넓혀 생각한다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징물이라고 하면 3D 디자인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예를 들자면 기업의 건물 앞에 서 있는 지주석일 수도 있고, 기업의 철학과 역사를 반영하는 오브제가 될 수도 있죠. 지금도 사실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작게는 트로피 넓게는 그런 모뉴먼트나 조형물, 어떤 기념이 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요, 순수 예술에 속하는 속성과 산업 디자인적인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이 영역을 잘 해낼 수 있는 디자이너 내지는 작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과거에 했던 작업들에 대한 레퍼런스는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그것들이 뒷받침됐을 때 이러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역을 해낼 수 있는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많이 필요하게 되겠지만, 아직 미지의 영역이고 시장이 구축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시장 자체가 폐쇄적이기도 하고요.
Q. 앞으로 하고싶은 트로피 디자인이 있다면.
동계올림픽 메달 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하계올림픽 메달을 디자인해보고 싶습니다. 월드컵 축구 대회 트로피, 포뮬러 F1 자동차 트로피 디자인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이석우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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