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31
디자이너 이원찬은 디자이너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디자이너다.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스튜디오의 대표, 대학교수로 활동해온 그는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오면서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젊은 디자이너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해준다.
이원찬 디자이너 (이미지 제공: 이원찬)
그의 이러한 활동을 살펴볼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그의 유튜브 채널인 ‘디고디원찬’이다. 그가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주는 디자이너 원찬’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바로 자신의 학생, 후배 등 여러 디자이너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까지 계원예대에서 10년간 겸임교수로 활동했던 그는 학교에서, 학교밖에서 학생들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왔다. 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이야기 나누었던 그는 코로나로 인해 더 이상 학생들을 만날 수도, 대화를 할 수도 없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어느 학생이 가볍게 내뱉은 “유튜브 한 번 해보세요”라는 말에 웃어넘긴 그였지만 정말 그 일을 시작하게 됐고, 자그마치 7.47만명의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가 됐다. 학생들과 대화하던 그 열정이 고스란히 유튜브에 담겼기 때문이다.
그는 디자인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미니멀리스트 스튜디오는 그가 호주에서 패션디자인으로 디자인을 시작, 시각디자인 전공을 변경 후 졸업, 2013년 귀국해 런칭한 부티크 디자인 스튜디오로, 삼성, LG, CJ 등 국내의 기업을 비롯, 스위스, 호주, 룩셈부르크, 싱가폴 등 다양한 해외 클라이언트와 활발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주로 코스메틱, IT, 식품 쪽의 브랜딩과 패키지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분야에 대한 경계를 두지 않는다.
디자인스튜디오 미니멀리스트 (이미지 제공: 이원찬)
그의 채널은 참 재미있다. 디자이너는 물론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이 보아도 재미를 느끼는 콘텐츠 속엔 뼈가 있다. 때론 ‘빨간맛’의 내용들로 디자이너들의 가려운 속을 벅벅 긁어 주기도 한다. 디자이너들이 처한 어려움이나 고민을 해소해주는 것은 물론 디자인 업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디자이너로, 디자인 스튜디오의 대표로 불이익이 생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 따윈 찾아볼 수 없다. 그보단 그저 자신이 해온 일을 꾸준히 해 나갈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디고디원찬’은 디자이너들로부터 ‘디자이너들의 공익을 위한 채널’로 평가받고 있다.
유튜브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의 플랫폼을 통해 디자인 실무, 자기계발, 동기부여에 대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그는 자체적인 디자인 클래스 ‘DIAD’를 비롯, 콜로소, 클래스101에서 온라인 클래스를 준행하고 있다.
이러한 그가 책을 냈다.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기>는 이원찬 디자이너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디자이너들이 필드에서 겪는 혹은 겪을 일들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신입디자이너들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로서 오랜 시간 활동을 펼쳐온 선배 디자이너들에게도 갈채를 받는다. ‘맞아 맞아!’라는 온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디자인계, 디자인교육의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한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기> (이미지 제공: 이원찬)
이원찬 디자이너를 만나 디자이너로서, ‘공익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로서, 책의 저자로서 그가 갖고 있는 대한민국 디자인계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Q. 호주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호주에서 학업 외에 디자인필드의 경험이 있었나.
정식으로 입사를 통해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은 없지만 졸업 후 교수님의 추천으로 여러 프로젝트의 TF에 합류해 짧게는 한 두 달, 길게는 6개월 정도의 기간동안 프로젝트의 디자이너이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개인활동으로는 그동안 작업했던 타이포그래피 작업물을 작은 갤러리에서 단독 전시를 한 경험이 있고, Behance에 업로드한 그래픽 작업물이 해외 유명 블로그 및 매거진에 소개가 되면서 사업자를 등록해 온라인으로 그래픽 디자인 포스터들을 판매한 경험이 있다.
이원찬 디자이너의 네트워크 맵 (이미지 제공: 이원찬)
Q. 유학을 하고 돌아온 이후 연고, 인맥이 없어 멘토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 극복을 위한 방법은 무엇이었나.
무엇을 해도 처음인,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였다. 뭘 해도 ‘맞는 방법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던 것 같다. 뭔가 일단 해보고 아니면 ‘아닌가보다’ 했었다. 답답하고 막막했고 힘들었다. 주변에서는 회사에 들어가라고 했지만 ‘내 디자인이 하고싶다’는 열망이 컸기 때문에 스튜디오를 차렸다. 스튜디오는 강남에 차려야 한다고 해서 어떻게든 강남 변두리에 터를 마련해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릴 알아주지 않았고 일이 없어 직원이 출근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퇴근을 하는 날도 있었다. 그게 일주일, 한달이 되니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더라. 디자인은 정말 잘할 수 있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답답했다. 닥치는 대로 날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내가 디자인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고 스스로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한두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이어가던 중엔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하나 둘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돌파구는 실력뿐이라 생각했고, 자체 프로젝트로 어워드 수상 등을 하면서 스튜디오를 알렸다. 작은 기업에서 큰 기업으로 클라이언트가 확장됐다.
Q. 미니멀리스트의 대표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한다면.
비교적 최근에 진행하였던 Sang Noir라는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독특하게도 클라이언트가 룩셈부르크에 위치한 회사였는데 유럽의 유명한 디자인 스튜디오가 아닌 대한민국의 디자인스튜디오인 우리와 작업을 한 것도 매우 흥미로웠고, 국내 일부 클라이언트와 다르게 디자인 스튜디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준 덕에 매우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 대표가 프랑스 패션계의 다양한 디렉터 및 관계자와 친분이 있었는데 런칭한 브랜드를 보고 디자인에 대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 디자인이 대한민국에서 왔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고 한다.
Sang Noir 프로젝트 (이미지 제공: 이원찬)
Q. 큰 계기가 되었던 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었나.
K-디자인 서바이벌은 디자이너로서의 ‘고정된 틀’을 깨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그동안 디자이너들과의 교류는 ‘시각디자인’ 분야에 국한되었던 관점이 제품, 패션, 인테리어, 가구디자인은 물론 순수 미술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완전히 바뀌게 됐고, 그 이후로 ‘우리의 디자인 철학’이 관철될 수 있다면 공간, 제품, 미디어 등 디자인의 ‘형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됐다.
Q.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좋은 디자인은 더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이상 가감할 것이 없을 때 비로소 나올 수 있다”이다. 디자이너로서 도태되지 않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이 요소는 ‘관성을 이겨내는 태도’라 본다.
Q.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설명한다면.
학창시절 교장 선생님의 긴 훈화 말씀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그 내용이 길어지면 청중은 본질에 집중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메시지의 전달력은 더더욱 떨어지기 마련이다. 영상, 소리, 활자를 통한 모든 매체는 더 빠른 시간 내에 더 많이 우리의 삶에 파고 들고 싶어 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많고, 길고, 화려할수록 대중은 고개를 갸우뚱 하기 마련이다. 더 좋은 것, 더 예쁜 것 등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는 '아름다운 척'하는 디자인이 아닌 디자인의 본래 기능에 충실하여 최소함으로 최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이원찬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사진: 장성환)
Q. DIAD를 통해 대학교 커리큘럼의 디자인 강의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들로 이루어지나.
브랜딩(중급)-브랜드는 사용자의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 인간의 오감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 허나 브랜딩, 혹은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 단지 ‘로고 디자인’으로 비춰지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고, 이를 대학교 10년 강의를 바탕으로 완성한 커리큘럼을 통해 기획부터 전략, 디자인은 물론 인쇄/후가공, 사진촬영 강의를 통해 포트폴리오까지 완성하는 클래스다.
디자인기초(초급)-브랜딩 클래스가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감사하게도 매 회 차 조기에 수강생 모집이 마감되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디자인 중급이 아닌 디자인 초급분들을 위한 클래스 개설 요청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래서 ‘디자인을 하나도 모르는’, 즉 포토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비전공자분들을 위한 디자인기초 클래스를 오픈했다. 점/선/면/형/형태와 색채학, 타이포그래피 등 디자인 기본 개념과 이론을 학습하고 아르누보부터 Y2K까지 디자인 현대사 100년의 역사를 공부한다. 현재까지 개발, 기획, 자영업, 요식업, 법조계, 금융권 등 다양한 분야의 비전공자분들이 놀랄 만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Q. 많은 경험에 대해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내용들을 후배디자이너들에게 전하고 있는데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해까지 10년간 계원예대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디자인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줄 상상하지 못했지만 좋은 기회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필드에 나오면 정말 지옥이다, 현실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 비교적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았고 워낙 친하게 지내기도 해서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었다.
학생들의 고민에 대해 상사는 어떻게 대해야 하고 커리어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고, 이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줬는데,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을 만날 수 없게 됐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느 날 SNS를 통해 ‘너희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은데 지금은 만날 수조차 없으니 어떡하면 좋을까’ 물으니 유튜브를 권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답이 계기가 되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Q. 다른 유튜브 채널과는 내용이 다른데.
일반적으로 툴을 알려주는 채널과 다르게 학생들과 밥을 먹으면서 나누었던 그런 이야기들을 해보자 했고,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주는 디자이너: 디고디’를 만들어 6년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은 졸업생들뿐 아니라 사회초년생, 경력자 등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하지만 디자이너로서 사회생활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필요한 취업/포트폴리오/이력서/창업/계약/견적 등 진짜 실무에 대한 정보를 다루고 있다. 나 역시 누구보다도 디자인과 업계를 사랑하기에 디자이너들이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여러 꿀팁과 노하우는 물론 자기계발과 동기부여가 되는 콘텐츠도 다양하게 담고 있다.
이원찬 디자이너의 유튜브 채널 ‘디고디원찬’
Q. 디자이너를 위한 소신발언을 하고 있는데, 어려가지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없겠지만 확실히 예전과 비교해 클라이언트 작업이 준 것은 사실이다. 전반적 경기 침체도 한몫을 하겠지만 분명 6년 동안의 채널 운영을 통해 어떤 형식으로든 영상이 노출된 것이 그 이유라는 데에 크게 동의한다.
고소를 당한 적도 있다. 제자의 포트폴리오를 표절하고 몇 달째 해명 요구에 답하지 않던 유명 디자인 유튜버가 있었다. 대신해 해명 요청 영상을 올렸는데 고소를 당했다. 물론 이 문제는 검찰까지 넘어가지 않고 경찰선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 ‘불송치’ 결정으로 일단락됐지만 누군가에게 고소를 당한 것은 그다지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Q. 한국 디자인업계의 문제점 도출 및 제안 등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누군가는 해줘야 하는 말이었다. 감사하다’라는 반응이 매우 많다. 이는 대한민국 디자인계가 분명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역시 그 누구도 쉽사리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업계가 잘돼야 내가 잘될 수 있고, 내가 잘 돼야 업계도 잘될 수 있다’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실무와 교육 모두를 경험한 입장에서 대한민국 디자인 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하게 됐다.
Q. 롱폼, 숏폼 등 다양한 형식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는데.
롱폼 기반의 영상들을 주로 찍다가 숏폼이 대세를 이뤄 짧은 숏폼 형식의 영상들을 찍었다. 그것들로는 전달할 수 없는 맥락을 가진 내용들에 대해선 텍스트로 포스팅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스레드를 활용하고 있다. 주로 1시간가량의 이동시간을 활용해 업로드를 한다.
Q. 어쩌면 현장 못지않게 학교, 교육의 문제도 있을텐데, 겸임교수로서의 생각이 궁금하다.
흔히 ‘4년제’와 ‘2년제’로 나뉘는 대한민국의 디자인과 커리큘럼은 둘 사이의 간격이 꽤나 크다. 특정 학교/학과에서는 디자이너가 아닌 ‘예술가’를 양성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어느 학교는 ‘취업 사관학교’를 떠올리듯 똑같은 디자이너를 ‘찍어내는’ 곳도 많다.
학교/학과/교수마다 교육에 대한 목표와 지향점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그 어느곳에서도 정작 ‘사회인으로서’ 혹은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위한’ 부분에 대한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부분은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주는 디자이너’인 나의 채널이 인기를 끈 사실로 자연스럽게 증명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Q. 학교에서는 플래닝, 프로세스 등의 연습 부족, 과목의 개별화도 아쉬운 점이다. 단계별 과정에 대한 연습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면 사회에 나와서 좀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커리큘럼을 조정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싶나.
호주에 있을 때 좋았던 것이 교수님들이 실제 외부 프로젝트를 학생들과 연결시켜주는 것이었다. 산학협력이 아니라 정식으로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학생들이 진행하도록 했다. 실제 프로젝트를 주고 장학금 등의 형식으로 보상을 받게 했다. 교수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수업은 교수만 ok하면 되고, 학생들의 상황을 봐주기도 하고, 스케줄을 조절해주기도 하지만 실제 클라이언트와 일을 하면 교수들도 눈에 불을 켜고 임한다. 학생들 역시 긴장감을 가지고 할 수밖에 없다. 학점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자신의 디자인이 실제로 세상에 나오는 것에 대한 설렘,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프로젝트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캡스톤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서류작업도 많고 무척 손이 많이 간다. 이는 학생들의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반교육에 가까운데, 호주의 프로그램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말씀하신대로 학교측에선 예산이 어떻게 사용됐고 어떤 성과가 났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보고를 요구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내는 결과물 이상으로 요구받는 것들이 많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확실한 보상이라고 하는 부분이 적을 것이다. 진짜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과 다르게 밖에서 일하면서도 학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호주에서는 진짜 디자이너로서 프로페셔널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이 갖춰졌다. 정말 하드하게 프로젝트에 임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원찬 디자이너 (사진: 장성환)
Q. 인턴제도도 있긴 하지만 학생들은 인턴을 하라고 하면 임금에 대해 먼저 묻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인턴을 고용하는 것보다 신입을 채용하는 것이 더 나은데.
우리 회사에서도 처음엔 인턴을 채용했었다. 과거엔 학교에서도 어느정도 비용을 부담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 지원도 없다. 지금은 기업체에서 100%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신입디자이너의 임금과 같다. 게다게 매주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고서 등의 복잡한 양식으로 작성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돈을 주며 추가적인 업무를 하는 셈이다.
Q. 해외에서는 무급 인턴도 많은데.
인턴은 무급이라도 많이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인턴은 현장 실습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도 외국에서 인턴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온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인턴 프로그램이 회사 입장에서는 달갑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인턴이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말그대로 회사는 그들을 ‘가르쳐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의 인턴 프로그램은 무급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무급으로 지원하는 인턴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가르치며 어떠한 외부 지원없이 한달에 200만원 이상의 임금을 줘야한다? 냉정하게 말해 어떤 회사가 이런 부담을 가지고 싶어할까.
Q. 현장에 나가면 디자이너들끼리 일을 하기보다 기획자, 클라이언트를 만나야 한다.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고 그들의 어휘로 설득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연습이 부족하다. 여기에 대해선 스스로 어떻게 해소했나.
네트워킹이다. 최대한 많은 분야의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타분야 사람말이다. 네트워킹, 커리어적인 목적도 있지만 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굉장히 많다. 이 안에만 있다 보면 시야가 좁아 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항상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라고 한다. 현재 주체가 돼 모임들을 진행하고 있다.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해 내가 부족한 부분, 갈증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Q. 학생들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변화도 느낄 것 같다. 처음 학생들을 가르칠 때와 지금의 학생들, 사회로 나온 젊은 디자이너들을 보면 무엇을 느끼나.
코로나가 가장 큰 트리거가 됐다고 본다. 좀 더 개인적인 성향들이 많아진 것 같다. 요즘 젊은 친구들의 장점이라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피해를 주지 않는 만큼 자신도 어떠한 피해도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룹프로젝트를 할 땐 잘 진행이 되지 않기도 했다. 그룹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누군가 좀 더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프로젝트를 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삼자대면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호칭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동기생들 사이에서도 ‘님’문화가 완전히 자리잡았다. 친해지거나 섞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굉장히 적어졌다. 그런 친구들이 사회에 나오면 그러한 문화가 그대로 이어진다. 자신의 일은 굉장히 열심히 하지만 조직에 섞이기보다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프로젝트의 데드라인보다 정시 퇴근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강연을 하고 있는 이원찬 디자이너 (이미지 제공: 이원찬)
Q.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기>를 출간했다. 어떻게 책을 내게 됐나.
그동안 많은 출간 제의를 받아왔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출판사의 적극적 제안과 구체적 기획안을 보고 집필을 결심하게 됐다. 그동안 유튜브에서 해왔던 모든 이야기들을 총망라한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Q.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 동감을 했고, 평소 자주 쓰던 워딩과 겹치는 부분도 많았다. 우리의 공통점이라기보다 대한민국의 디자이너로 혹은 디자인 회사 운영자로서 깨닫게 된 부분이 아닐까 싶다. 후배, 후학들을 위해 생존법을 책으로 정리한 부분이 참 좋았는데, 이런 인사이트를 쌓아온 본인의 경험과 방법은.
호주에서 잠깐,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15년간 디자인 업계에 있으면서 정말 다르다고 느낀 부분 한가지는 ‘대부분 새로운 일에 대한 시작, 그리고 실행에 매우 소극적이다’라는 점이다. 이 부분은 다르게 말하면 ‘신중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난 디자인에 있어선 다르다. 어떠한 일이든 머릿속에 구상된 일들은 ‘일단 해보자’라는 것이 모토인데, 이 덕분에 디자인 회사 운영, 대학 강의, 기업 강연, 온/오프라인 클래스, 인터뷰, 방송 출연, 컬럼 기고, 책 집필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 ‘매우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난 딱히 ‘특정 목표점’을 가지고 일을 ‘해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어떠한 일을 할 떄 생기는 또다른 길(=파이프라인)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있다.
Q. 서류양식을 보여준 부분이 무척 좋았다. 특히 견적서 부분을 오픈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스튜디오를 운영 초기에 작업에 대해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없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무척 고생을 많이 했다. 소규모 스튜디오로 이 정도 실력에서 어느 정도의 선이 적절한 것인지 이 부분을 찾아가기까지 5년 이상이 걸린 것 같다.
이 부분은 영업비밀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픈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과감히 오픈한 것은 디자인만 열심히 하기도 바쁘고 정신이 없는데 젊은 디자이너들의 이러한 외부적인 요소들에 대한 고민들이 크기 때문이었다. 내가 운영 중인 네이버 카페에서는 여전히 견적에 대한 고민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말그대로 디자이너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는데 견적이 가장 큰 고민이라면 오픈해야한다고 판단했고, 정말 많이들 좋아해 주셨다.
Q, 프리랜서와 프리랜서/아웃소싱 플랫폼의 생태계는 전혀 다르다고 보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아웃소싱 플랫폼에 대한 영상을 찍은 적도 있다. 아마도 날 무척 싫어할거다(웃음). 난 이렇게 생각한다. 대기업이나 동네의 작은 가게들 모두 디자인이 필요하지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한 플랫폼이 생겨난 것도 그런 배경이었을 것이다.
수요가 많아져서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결국 치킨게임으로 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정말 도가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로고 3만원’이라는 상징적인 말이 생겼다고 하는데, 요즘 만 원짜리도 있다고 하더라. 최저시급이 만원인데, 한 시간안에 자료조사도 할 수 없다. 그렇게 다들 최저시급을 따지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가장 좋은 건 디자이너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것, 자신의 가치를 자발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 보니 지금 시장이 계속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원찬 디자이너의 스튜디오 공간 (사진: 장성환)
Q. 누군가는 생존 때문에 한다고 하더라.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거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몰래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이 사고 싶은 것들을 산다는 경우도 있다. 둘 다 바람직하진 않다. 생존의 부분은 안스럽지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생존문제로 인해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지 못하는 부분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제도적으로 뭔가 개선되지 않으면 없어지지 않을 거라 본다. 플랫폼에는 클라이언트 즉, 의뢰자가 있고, 중개역할, 입점하는 디자이너로 이루어진다. 입점 디자이너들이 가장 약자다. 디자이너들끼리 힘을 합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Q. 디자이너가 참관자가 아니라 이런 담론을 만들어내고 확산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수질이 맑아질거라 생각되는데.
최근 크리에이터분들을 모셔 모임을 가졌었다. 일러스트레이터부터 UI, UX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분들을 모셨다. 이러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모두가 무척 공감하고 있었다. 2회모임도 예정하고 있다. 이러한 모임이 점차 커지면 정보전달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모임과 목소리를 통해 업계에 상향평준화가 어느정도 이루어지면 좋겠다.
이러한 모임이 중요한 것은 개인의 목소리로는 변화를 이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집단은 너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카르텔이니 마피아니 집단이기주의니 이런 말들이 나오는데 디자인업계는 너무 극단적으로 반대라고들 한다.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가 하나가 되면 클라이언트가 됐든 플랫폼이 됐든 그들에게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기가 쉬워지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이런 의견들이 하나의 채널로 모이게 되면 우리도 우리만의 단단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작업의 출발점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원찬 디자이너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대한민국 디자인계의 현실부터 대학 교육의 문제점까지 다양한 내용들에 대해 말했다. (사진: 장성환)
Q. 소스, 폰트 등 템플릿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런 것들 활용해 비디자인직군 스스로가 디자인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려는 추세도 있다. 디자이너로서 뭔가 희소성 내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AI에 대한 흐름은 그 누구도, 어느 분야도 거스를 수 없다는 건 기정사실화됐다. AI라는 기술이나 툴은 앞으로 더 많은 디자이너들의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에 집착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과거 디자이너의 역할에 있어 시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구를 만지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그러한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디자인은 말 그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올바른 솔루션을 제시하는 사람이 원론적인 목적의 디자이너가 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문제를 파악하고 정의하고 글로 풀 수 있어야한다. AI역시 텍스트라고 하는 활자기반을 통해 시각적인 것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기술적인 부분에 집착하기 보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네트워킹을 하고,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계원대 전공심화 프로그램에서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니논문을 쓰게 한 적이 있었다. 디자인은 아무 것도 없이 주제를 정해 논문을 쓰게 했다. 학생들이 처음엔 말 그대로 ‘멘붕’이었지만, 경험한 후 학생들은 사고의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그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시작부터가 달라지는 결과를 보였다. 글쓰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디자인과에도 글쓰기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해왔다.
Q. 글쓰기가 참 중요하다. 우리가 일하는 대상자는 비디자인직군이 대부분이다. 책을 읽거나 문서를 작성하거나 텍스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학생들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구조화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시각에만 천착해있다. 하지만 시각구조화 이전에 텍스트 정보에 대해 소통하고 논의하고 협의해야 한다. 디자이너들은 문제해결,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한다.
디자이너의 역할과 정의가 변하지 않을까 싶다. 똑 같은 ‘디자이너’라는 단어를 쓰더라도 자신이 뭘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달라질 것이다. 디자이너는 프로그램을 잘 만지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모르면 안되지만 그보다는 다른 방식을 선택해야한다. 나 또한 그랬다.
Q. 글쓰기만큼 기획하기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너무나 중요하다. 정보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그것들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시각적인 단계가 나오기 전까지 충분한 사고가 이루어질 수 있는 단계다. 디자이너들을 인스타 하는 것 외에 당장 마케터, 기획자들을 팔로우하라고 말하고 싶다. 능동적인 디자이너가 되려면 결국 그런 부분들이 필요하다. 요즘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좋아하고,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인지 알아야 한다.
이원찬 디자이너는 책에 사인과 함께 정성스러운 글귀를 적었다. (사진: 장성환)
Q. 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책이지만 클라이언트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클라이언트의 생각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고무적인 건 대기업 기준으로는 과거보다 확실히 나아졌다는 점이다. 가장 표면적으로 담당자들의 비딩에 대한 생각이 변화했다. 주말업무 요청도 많이 줄었다. 물론 프로젝트와 담당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Q. 유튜브, 책 등 모든 활동이 디자이너를 위한 환경, 디자인 업계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들이다. 어디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결국 디자인 업계나 디자이너 모두는 홀로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잘 쓰는 말이 있다. ‘업계가 잘돼야 내가 잘되고 내가 잘돼야 업계가 잘될 수 있다’다. 디자인과에 훌륭한 교수진이 갖춰진다고 대한민국 디자인 업계가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배출된다고 해서 업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난 ‘디자인의 대중화’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전문가적 영역이 분명히 있지만 디자인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도 디자인을 알면 일상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정말 많다. 쇼핑, 사진, SNS 모든 것에 디자인에서 출발한다. 댄스나 요리는 방송 프로그램, 경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유행을 넘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가 됐다. 이런 것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디자인전공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하는 채널도 필요하지만 쉽게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채널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디자인이 대중화될 수 있다면 지금 현재의 시스템이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개선될 수 있을 거라 본다. ‘디자인의 대중화’는 개인적으로 인생의 목표 같은 것이기도 하다.
Q. 이 책이 어떤 책으로 평가되길 바라나.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겐 이 세계가 어떠한지, 어떤 디자인 분야가 있는지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안내서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디자인과 학생들에겐 사회라는 험난한 필드에 나가기 전 내 자신을 단단하게 여밀 수 있는 지침서이자, 디자인 슬럼프/매너리즘을 느낀 현업 디자이너들에겐 처음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한, ‘그 누구보다 디자인을 사랑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고 다시금 내 일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러브레터가 되었으면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올해 하반기 디자이너들을 위한 ‘패키지 샘플북’ 펀딩을 오픈할 예정이다. 장기적인 계획은 현재 하는 일이 이끄는 자연스러운 파이프라인을 따라 나도 생각치 못한 전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터뷰어_ 장성환 기획편집위원
정리_ 최유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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