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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뷰] “세종시, 일상에서 한글을 누리는 문화도시로 성장해야”… 대전세종연구원 이재민 박사

2024-09-12

세종시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종과 깊은 관련이 있는 도시다.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 세종을 기리는 도시 세종시는 세종대왕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역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세종대왕’하면 ‘한글’이 빠질 수 없다. 세종대왕의 정신이 깃든 세종시는 대통령기록관, 국립세종도서관, 국립 박물관 단지 등의 ‘세종문화 벨트’로 인해 한글문화단지 조성을 위한 최적의 지역으로 꼽힌다. 

 

세종시 한글공원의 조형물 (사진: 서영석)

 

 

한글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한글문화도시 세종시는 한글 진흥 조례, 한글사랑도시 조성 기본계획 등을 수립하고, 한글을 문화적 소재로 하는 다양한 지역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한글 특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의 최민호 시장은 최근 ‘한글문화단지’를 제안,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거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을 밝혔으며, 세종시는 한글 중심 조례 도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세종시는 한글문화특구가 되기 위해 어떠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을까, 한글 도시 세종시에서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세계적인 행사가 개최된다면 어떤 효과가 일어날까.

 

세종시의 문화정책과 세종학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전세종연구원 이재민 박사(책임연구위원)로부터 한글도시가 되기 위한 세종시의 다양한 정책과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민 박사

 

 

Q. 세종시와 한글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한다면. 

 

참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우리 도시의 이름입니다. 이곳 세종시의 이름은 국민 공모를 통해서 정해졌는데, 어찌 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름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 연구원에서는 ‘이박사’ 또는 ‘박사님’이라고 불리면서 ‘연구자’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가족과 친구들한테는 더욱 친숙하게 불려짐으로써 저만의 정체성이 만들어집니다. 사실 이것이 프랑스의 철학자 알튀세르가 얘기했던 ‘호명’이론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종시로 불리게 되었는지가 중요한데요. 처음 우리의 이름은 ‘행복’시였습니다. 행정복합도시의 줄임말이기도 했고, ‘happiness’라는 긍정적인 감정을 의미했던 말을 우리 도시 이름으로 잠시나마 활용했었습니다. 이후 두 번의 명칭 공모와 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세종’시로 정해졌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제일 위인의 묘호를 차용한 최초의 도시이고, 나라 중심에 위치한 행정중심 도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국민 명칭 공모 과정에서 최우수작 제안서는 당시 청주대학교에 다니던 장효정 씨의 제안서였습니다. 이 제안서에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통해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의 연관성을 설명했고, 국토의 중심에 있다는 ‘지리적 특성’, 세종대왕이 눈을 씻고 안질을 치료했다는 전의초수와 지금 세종시 장군면 김종서 장군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외에도 한반도 평화를 의미하는 ‘상징성’,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할 수 있는 ‘대중성’, 한글의 우수성을 반영하는 ‘국제성’, ‘도시 특성’ 등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세종시는 ‘한글’보다는 ‘세종대왕’과의 관련성이 더욱 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세종대왕’을 떠올렸을 때 가장 빛나는 업적이 바로 ‘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세종시는 도시의 이름뿐만 아니라 행정동, 학교, 교량, 도로 등에 순우리말 이름을 지었습니다. 

 

Q. 한글 도시로서의 세종시에 대해 소개한다면.

 

세종시에서는 한글을 진흥하고자 조례를 일찌감치 제정했습니다. 그래서 한글사랑위원회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민관 협력 거버넌스 체계를 구현해 냈습니다. 그리고 한글 진흥을 시민께 알리기 위해 공무원 담당 부서를 광역지자체 최초로 만들었습니다. 전담 조직으로 한글진흥계를 구성하여 처음에는 교육지원과 아래에 배치하였으며, 민선 4기로 바뀌면서 문화수도팀이라는 이름으로 미래전략본부로 이관되었다가 최근에 문화예술과로 이전되었습니다. 

 

세종시 차원에서는 ‘한글사랑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통해 시와 시민이 함께 만드는 한글사랑도시 세종이라는 비전 아래에, 한글로 누리는 세종 · 한글로 가득한 세종 · 한글이 보이는 세종이라는 방향을 설정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실천해 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글을 문화적 소재로 하는 지역 콘텐츠가 다양하게 구현되었습니다. 세종시 반곡동 복합커뮤니티 센터는 한글의 ㅅ(시옷)과 ㅈ(지읒)의 형상을 활용하여 지어졌고, 금강보행교는 ㅇ(이응) 형상으로 만들어져, ‘이응다리’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이응다리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로컬 100’과 야간관광 명소로 ‘밤밤곡곡’에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이응다리의 둘레가 1,446m인 의미는 얘기 안 해도 아시겠죠? 훈민정음을 반포한 해를 기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외에도 ‘한글’을 테마로 하는 한글사랑거리를 조성하였습니다. 세종시 건설 당시 처음으로 마을을 일구었던 한솔동 첫마을에 위치하여 그 의미가 더 할 수 있습니다. 

 

 

 

한글사랑거리 (사진: 이재민 박사)

 

 

그리고 지역의 예술인들은 ‘한글’과 ‘세종대왕’을 주제로 하는 전시, 공연 등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매해 10월에 개최되는 세종축제에서도 ‘한글’을 활용하면서, 시민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민간에서는 한글을 형상화한 빵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민간의 활동이야 말로 ‘한글’을 활용하고자 하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하나의 실천이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관이 주도하여 지역의 콘텐츠를 구현하고 있지만, 이러한 민간의 활동을 통해 심리적 동의를 얻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특히 ‘한글빵’은 관광 기념품으로도 활용되고 있기에 매우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한글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세종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문화도시 사업’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데, 20여 곳이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대한민국문화도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2.0 사업을 시작하였고, 13개 지역을 선정하였는데, 이때 세종시가 예비사업 대상지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세종시는 ‘세계를 잇는 한글문화도시’라는 비전으로 사업의 계획을 세웠었는데, 이 과정이 참 흥미롭습니다. 제가 작년에 세종시, 세종시문화재단의 담당자와 함께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었는데, 처음에 제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 세종시에서는 ‘정원도시’로 제안을 받았습니다. 세종시가 다른 지역보다 녹지 비율이 6배가량 높고, 국립세종수목원이 입지 하였고, 시에서도 추진력을 강하게 진행하는 상황이라 충분히 가능한 소재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것을 풀어낼 자신이 없어서, 고민 끝에 한글을 꺼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세종시에서 대한민국문화도시 예비사업을 진행합니다. 세종시와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이 중심이 되어서 한글을 활용한 전시 프로그램, 가족 대상 스탬프투어, 한글 관련 네트워크 구축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예비사업 이후 올 연말 새롭게 평가받는데, 여기에서 통과하면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지정 받고, 이에 관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만약에 선정된다면, 국비 100억, 지방비 100억 총 200억 사업을 3년간 진행하면서 한글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일상에서 구현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예술인들을 한글을 주제로 하고, 창의적 · 현대적 기획방안이 더해져 다양한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이 세종시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한글 간판 공모전, 어린이 한글 맞춤법 대회, 한글 노래 경연대회 등의 사업을 통해 일상에서 한글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응다리 (사진: 서영석)

 

 

Q. 세종, 한글 관련 행사가 세종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한다면. 

 

참으로 여러 가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욕망을 견인해야 하는 도시입니다. 그래서 여기 세종시는 2030년을 목표로 지금도 건설되고 있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가 완전한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화적 정체성 확보를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글’을 소재로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종시에서 진행하는 한글 관련한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도시 이미지를 형성할 필요가 있으며, 지속적인 순환 과정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구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 관점에서도 한글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면 지역에 관한 자긍심과 자부심, 나아가 만족감으로 이어지는 심리적인 가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시민의 삶의 질 제고로 이어질 수 있고, 세종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격차 문제, 정체성 결여 등 사회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가치들은 특히 이주민이 많은 세종시의 특성상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그란샨*’이 국내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글도시로서 세종시에서 이 행사가 개최된다면 어떨까.

 

그란샨 같은 행사도 정말 좋습니다. 한글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세종시에서도 만든 ‘세종글꽃체’라는 서체가 있습니다. 전의향교에 평생학습을 받으시는 홍죽표 할머니의 글씨를 본떠 만든 서체인데, 이러한 대회에 세종글꽃체가 출품이 가능하다면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아가 이 같은 공모대회를 통해 한글을 새롭게 알리고, 세종시도 한글문화도시로서 자리매김하는데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란샨: 비라틴폰트축제인 ‘국제타입디자인공모전으로 2008년부터 개최됐다. 비영어권 폰트 공모전으로, 비라틴 문자 시스템의 발전과 보급을 목표로 비라틴 폰트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한글을 포함한 아라빅, 키릴, 그릭, 조지아어, 중국어 등의 비영어권 폰트를 선보이며, 컨퍼런스를 통해 다양한 글꼴에 대한 심포지엄을 진행하기도 한다. 해당 행사를 통해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Q. 개최도시로 세종시가 결정된다면 어떤 목표로 행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나.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인 행사가 기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적 위상의 예술가와 연계할 수 있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세종시 지역예술가와도 긴밀한 협업체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세종시에서만 구현될 수 있는 폰트 디자인 개발을 기대할 수 있으며, 다양한 연계 행사를 통해 ‘한글’이 도시 디자인으로 구현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행사가 되어야합니다. 지역의 예술인,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형 축제 같은 행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심포지엄과 같은 학술행사는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게 진행되어야 하겠지만요. 

 

Q. 행사 개최에 대한 효과에 대해 예상한다면.

 

당연히 한글문화도시로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종시가 ‘한글문화도시’라는 시민 인식 강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량적인 목표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Q. 한글도시 세종의 발전 방향에 대해 말한다면.

 

저는 너무 어렵지 않은 한글문화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일상에서 한글을 오롯이 향유할 수 있는 그런 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기업이라 하더라도, 세종시에서는 세종글꽃체로 한글 간판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서울 인사동, 통인동에 가보시면 다국적 기업인 STARBUCKS가 ‘스타벅스’라는 한글 간판으로 제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기업과의 MOU를 통해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또한, 시민 인식 강화를 위해서 세종 ‘시민의날’을 한글날로 제정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 세종시민의 날은 광역지자체의 출범일인 7월 1일입니다. 이는 매우 ‘관’이 주도하는 시민의 날처럼 보이고, 이는 시민의 날이라는 본질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더욱이 매년 10월 9일이면 세종축제로 들썩이는 도시가 되고 있기에 이날을 시민께 돌려주는 시민의날로 다시 제정하면 어떨까 생각됩니다. 대구광역시가 국채보상운동이 있었던 2월 23일이고, 민주항쟁이 있었던 2월 28일을 연계하여 대구시민주간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펼쳐집니다. 

 

한글을 활용한 문화공간과 같은 대규모의 사업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생활문화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일상을 ‘한글’로 수 놓을 수 있는 그러한 문화가 먼저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한글문화도시가 되어야 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향을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입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이재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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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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