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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뷰] ‘양림골목비엔날레’ 통해 예술마을로서 정체성 확립할 것,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 이다영 매니저

2024-09-01

마을이 문화 축제 현장이 된 곳이 있다. 광주의 오래된 마을 양림동이다. 사직산과 양림산, 무등산을 배경으로 하는 양림동은 20초반 선교사들이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우며 정착했던 곳으로, 선교 활동뿐 아니라 근대 교육과 의료, 문화 활동의 중심지였다. 

 

양림동엔 선교사들이 세운 서양식 주택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가져온 나무가 심어져 있어 이국적인 풍경도 눈길을 끈다. 양림동은 광복 이후 많은 예술가들이 거주했던 곳이기도 하다. 현재 약 7천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양림동엔 여전히 많은 예술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공간을 오픈하여 카페 등의 공간으로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예술마을’인 이곳 양림동을 찾게 되었다. ‘근대유산의 보고’라 불리는 양림동은 2023~2024년 대한민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곳 양림동에서는 골목 미술 축제인 양림골목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양림동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양림마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마을의 예술인, 문화예술관광 전문가, 주민 및 상인들이 주축이 되어 민간 주도로 개최하는 행사로, 2020년부터 시작됐다. 

 

 

골목길을 중심으로 미술관뿐 아니라 카페를 비롯한 일상공간에서 양림다운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지난해 ‘기후 위기 시대, 생명의 힘’이라는 주제로 예술도시 광주의 거점이자 안전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시민과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었다. 

 

올해는 9월 4일부터 11월 10일까지 68일간 양림골목비엔날레가 펼쳐진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양림동은 30주년을 맞이한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전 ‘소리숲-양림’의 전시장으로 활용되어 마을의 가치와 매력을 알리게 된다.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에 의해 태어난 행사로, 마을공동체인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는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은 ‘제1회 양림골목비엔날레’ 개최를 계기로 발족하게 됐다. 광주 양림동에 거주하거나 마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인과 문화기획자들의 협의체로, 삶의 터전을 바탕으로 모여 있는 이들은 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의 이다영 매니저로부터 양림골목비엔날레에 대해 들었다.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의 이다영 매니저

 

 

Q. 먼저 양림동에 대해 소개한다면. 


양림동은 ‘광주의 몽마르트’로 불릴 정도로 예술이 가득한 마을입니다. 동네에 미술관, 작가 작업실과 같은 예술 공간이 40개 이상 분포되어 있죠. 그 뿐만 아니라 김현승 시인, 배동신 화가, 작곡가 정추 등 수많은 창작자들이 예술혼을 꽃피운 현대 문화 예술 정신의 보고 같은 곳입니다. 

 

Q.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어떤 행사인가.


양림골목비엔날레는 ‘마을이 미술관이다!’라는 슬로건을 필두로 광주 양림동 미술관 거리를 활기 넘치는 예술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마을 예술인, 기획자, 주민, 상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격년제 골목 미술 축제입니다. 축제 기간 동안 양림동 마을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이 되어, 상인과 주민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예술적 감성을 펼치며 방문객들을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양림골목비엔날레는 9월 4일부터 11월 10일, 총 68일간 광주 양림동 일대에서 펼쳐집니다. 

 

2023 양림골목비엔날레 모습

 

 

Q.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어떻게 시작이 됐나.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지난 2020년, 팬데믹으로 일상이 멈추고 생기를 잃어가던 양림동에서 싹이 틔어졌어요. 양림동에 살거나 동네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기획자, 주민 및 상인이 모여 마을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 결과, 마을 내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분산형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양림골목비엔날레의 시초였습니다. 누군가 오랫동안 지내던 한옥, 제약회사 창고로 사용되던 건물, 유치원이었던 벽돌집이 전시장이 되었어요. 삶과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장소에서 펼쳐진 전시는 전통적인 화이트 큐브와 확연히 다른 매력을 보여줬습니다. 양림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전시 풍경이 된 것이죠.

 

2023 양림골목비엔날레 모습

 

 

Q. 양림골목비엔날레가 추구하는 목적, 목표는 무엇인가.


마을과 예술의 공존입니다. 양림골목비엔날레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되었어요. '마을이 예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통 마을 안에 예술이 존재하더라도 균형 잡힌 공생으로 발전하긴 어려워요. 각자 사용하는 언어의 결이 다르고 상호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기 때문이죠. 

 

양림골목비엔날레는 마을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언어로 작용합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공동체 의식과 삶을 나누는 소통을 기반으로요. 어느 한 쪽이 소모되지 않고 비슷한 속도의 걸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레이어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동참이 필수적입니다. 마을 속 여러 자생 단체와 소통하고 주기적인 운영회의 개최와 내용 공유로 서로가 가진 정보의 오류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미나 개최를 통해 지속적으로 마을과 예술의 공존에 관한 담론을 만들며 축제의 본질을 잊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3 양림골목비엔날레 모습

 

 

Q. 민간주도 행사로 외부의 도움없이 주민의 힘으로 축제가 이루어졌는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예산이죠. 함께하는 마을 주민 몇 분은 공공에서 지원받아서 축제 완성도를 높이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씀을 하시곤 해요. 굉장히 유혹적이지만 아직까지 민간 주도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의 지원이 선행되면 안정적인 자금 확보의 이점이 있지만 그만큼 제약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나중에는 예산에 좌지우지돼 버리곤 하죠. 다양한 협력구조로 축제의 퀄리티를 높이고 축제 기금 마련을 위한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양림골목비엔날레의 전시는 별도의 유료 티켓 없이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열어 두었지만 축제의 재정적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고 있어요. 공식 도슨트 투어 같은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마켓으로 지역 예술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지난 7월에는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했습니다. 이번 펀딩은 76명의 후원자가 함께해 주셨고 약 800만 원 가량의 후원금이 모이는 쾌거를 이룩했어요.

 

2023 양림골목비엔날레 모습

 

 

Q. 어떻게 펀딩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게 됐나.


양림골목비엔날레는 매번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축제 운영 기금 마련도 큰 부분이지만 양림동을 홍보하고 관계 인구를 만드는 일에 목적이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축제의 취지와 행사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 섬세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거든요. 

 

저희가 '여행 주민'이라고 부르는 관계 인구는 양림동에 살지는 않지만 마을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여행하듯 방문하는 사람을 뜻해요. 주민(住民)이란 ‘일정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하지만 거주한다는 사실 외에도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의 주민에 집중했어요. 그곳에 정주하지는 않아도 여행하듯 방문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래서 관심을 기울이고 애착을 갖게 된다면 본질적으로 주민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양림골목비엔날레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마을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지해 줄 주민이 필요합니다. 마을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으면 생기를 잃어요. 팬데믹 시대에 이미 경험했었던 것처럼요. 주민의 개념을 확장해서 양림동에 마음을 주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이 마을과 더 나아가 양림골목비엔날레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2023 양림골목비엔날레 모습

 

 

Q. 올해의 주제, 테마는 무엇인가.


올해 전시의 주제는 ’Connecting Way – 사이, 사이를 잇다’입니다. 마을 전역에 점처럼 분산된 장소들의 연결과 더불어 일상과 예술의 연결, 세대 및 계층 간의 연결, 마을과 세계와의 연결을 담았습니다. 긴 시간에 걸쳐 마을이 쌓아온 이야기를 동시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곳이자 지난 100년간의 창작자들이 오늘날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현장으로서 마을을 조명합니다. 양림동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소규모 아뜰리에와 양림동만의 일상적인 풍경 속 빈 집이나 매장과 야외 등에서 약 30여 명의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Q. 광주비엔날레와 연계해 행사가 이루어지는데, 어떤 행사들이 펼쳐지나.


창설 30주년을 맞이한 광주비엔날레는 양림동 내 총 13개의 전시장에서 진행됩니다. 작년에도 본전시와 파빌리온이 진행되었으나 올해는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양림골목비엔날레까지 합하면 양림동에는 약 30여 개의 전시장이 펼쳐지는데요. 예술마을로서 양림동의 정체성이 더욱 굳건해지는 계기로 작용하리라 생각됩니다.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장은 모두 오랜 시간 양림동에 자리해 있던 건물을 활용했습니다. 일반적인 전시장에서는 만날 수 없는 양림동만의 개성 있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을 예정입니다. 

 

모든 계절이 아름답지만 특히 가을의 양림동은 광주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멋스러운데요. 골목골목을 걷기 좋은 10월을 맞이하여 양림골목비엔날레에서 주최하는 차 없는 거리 행사인 '걷기좋은양림'이 진행됩니다. 전시뿐 아니라 공연, 마켓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해서 양림동 여행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10월 26일을 포함하여 계획하시길 적극 권장합니다!

 

 

 

2023 양림골목비엔날레 모습

 

 

Q. 바라는 점이 있다면.


더욱 많은 주민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축제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양림동이 엄청 넓은 동네는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아직 양림골목비엔날레 축제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몇 달 동안 마을에 전시공간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도 당신과는 관련 없는 행사라고 생각하시는 주민분들이 상당하거든요. 

 

바로 이 지점이 항상 저희의 큰 고민이고 앞으로 꼭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타오르진 않아도 모닥불처럼 오랫동안 따뜻한 축제가 되려면 마을 구성원분들이 즐겁게 참여하셔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외부인이 외부인을 위해 만든 축제는 꾸준할 수 없거든요. 근대역사 문화유산이나 예술 공간이 많다는 마을의 장점을 그 누구보다도 주민분들이 잘 누리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양림골목비엔날레가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Q. 양림골목비엔날레의 앞으로의 계획은.


많은 사람들이 양림동에 방문하고 더 나아가 활동의 무대로 삼을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 구조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예술가라면 꼭 한번 참여하고 싶은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축제 이후 예술마을로서 양림동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더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들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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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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