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한 인물들은 은퇴 후 어떤 삶을 살까. 자신이 몸담아온 분야와 연관된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기도 한다. 그간 꿈꾸어 왔던 삶을 실현하기위해 변화된 환경을 이루며 적극적으로 또 다른 제2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이들은 그들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또 다른 희망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궁금한 인터뷰_ 그 사람 지금은]에서는 그러한 인물들을 찾아 새로운 삶을 맞이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용우 명예교수는 디자이너 출신으로, 30여 년간 을지대학교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천여 명의 후학을 배출했다. 국내 유일, 세계 유일의 의료홍보디자인학과를 개설한 그는 바이오 융합대학 학장을 역임했으며,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 열린 디자인 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김용우 명예교수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 40명이라는 정원을 두 반으로 나누어 20명씩 교육을 받게 했고, 을지대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수업으로 꼽혔던 서양미술사 과목을 강의하며 조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서양미술사 교육을 실시했던 그는 두 권의 서양미술사 책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학교 외부에서도 서양미술사에 대한 다양한 강의를 진행해왔다.
그는 디자인계 발전에도 많은 공헌활동을 해 왔다. 대한산업미술가협회 회장,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부회장, 경기디자인협회 부회장, 한국미술협회 디자인분과 이사 등을 역임한 그는 경기도 공공디자인 운영위원, 성남시 공공디자인 운영위원, 수원시 공공디자인 운영위원, 한국도자재단 이사 등의 활동을 통해 사회봉사를 실천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성남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지역사회 디자인 지원 사업인 디자인 주치의 제를 통해 지역의 영세 중소기업에 디자인 지원을 하는 사업을 20여 간 진행해오고 있다.
현재 을지대학교 명예교수인 그는 최근 여주로 터를 옮겨 ‘송현재’를 짓고 자리를 잡았다. 새로운 곳에서 은퇴 후의 삶을 살고 있는 김용우 명예교수의 이야기를 전한다.
Q. 디자이너로 활동했는데 어떻게 학교로 가게 됐나.
82년도에 홍익대를 졸업하고 LG(당시 LG산전)에 입사했다. 직장생활을 7년 정도 하다 디자인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기위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교수님의 추천으로 약 9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광고과장을 마지막으로 91년도에 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학과를 새로 만들고 31년간 교수생활을 하고 재작년 정년퇴임을 했다.
Q.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교수는 디자이너와는 다르다. 전문가로서가 아닌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기보다는 어떻게 전문가를 만들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췄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굉장히 중요시했다. 주 과목이 CI였는데, 디자인에 있어서는 트렌드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50대 중반을 넘어선 후에는 젊은 교수들에게 전공과목을 물려주었다.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함이었다. 강의실 활력이 달라졌고, 역시 활발한 소통을 확인했다.
Q. 학교에 재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이 있다면.
내가 학생들을 가르쳤던 때에 학생들의 정원이 40명이었다. 40명을 교수 혼자가 가르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소통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학장을 맡았을 때 학교당국에 이의를 제기하고 학생들의 수를 한 클래스에 20명으로 줄여 2반으로 만들었다. 특히나 디자인교육에서 학생 수는 중요하다. 나름 혁신을 이룬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Q. 서양미술사를 가르쳤고, 학교에서 최고 인기 교양과목이 됐는데.
전공과목을 후배 교수들에게 물려주면서 서양미술사를 가르쳤다. 미술사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공통적으로 디자인과 서양미술이 완전히 접목된다고 본다. 조형과 형태, 표현 등 디자인 공부에 있어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 디자인에도 철학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PT를 할 때에도 미학과 철학적으로 접근한다면 관점이 달라진다. 디자인은 시대적인 트렌드가 반영되고 그에 부응해야 하며 나아가 미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디자이너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의식이다. 고전에서는 조형성은 물론이고 색상대비, 하모니, 구성 모든 것이 다 나와있다.
현대미술 역시 그 안에 의식의 개념이 담겨있는데, 그런 것을 통해 기본과 깊이를 모두 배울 수 있다. 그러한 것을 통해 미래 비전을 담듯 우리 디자인도 그러한 부분에서 연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인기가 많아졌다. 수강신청이 시작되면 늘 바로 마감이 됐다.
Q.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면.
미술사와 디자인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미술사 안에서 조형성이 모두 들어있고, 디자이너가 책을쓰면 조형적으로 풀이를 한다.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은 미술, 회화, 디자인 이러한 구분이 아닌 이러한 것들이 어떠한 상황, 어떠한 위치에, 어떠한 장소에 의해 결합이 되는 것인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김용우, <별 내리는 밤>
김용우, <산바람>
김용우, <삼봉>
Q. 작품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미술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마음 속에 창작욕구가 있었다. 아마 디자인 전공을 한 누구나가 그러할 것이다. 꼭 하고 싶은 나만의 것이 있었고, 일찍이 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공과목을 후배 교수들에게 물려주고 난 후 더 집중하게 됐고 전시를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김용우, <결실>
김용우, <환희>
김용우, <빵>
김용우, <소나무>
김용우, <한국문화>
김용우, <대파>
Q. 어떤 그림을 주로 그리나.
수채화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큰 그림 보다는 작은 소품 위주로 그림을 그린다. 한 두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 크기의 작업을 한다. 풍경과 정물 가리지 않는다.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의 소재가 된다. 나의 생활 속에서, 나의 환경 안에서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을 그리고 있다. 차든, 거실이든, 작업실이든, 어디에서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구가 구비되어 있다. 지금까지 약 1천여 점의 그림을 그렸으며, 3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김용우, <공세리>
김용우, <숲>
Q. 전원 생활을 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전원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을 것이다. 참 좋다고 생각하고 추천도 하고 싶다. 조그만 텃밭과 마당을 가꾸고 있다. 일을 하고 땀을 흘리는 것이 소중하다고 느낀다. 텃밭일을 하고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한 후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림을 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큰 혜택이라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는 김용우 명예교수
김용우 명예교수의 송현재에서의 일상
Q. 현재 관심 갖고 있는 부분은.
전공을 떠날 수 없으니 디자인 분야 관련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성남 상공회의소와 약 20년째 함께 디자인주치의제 일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디자이너를 고용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있는데 그러한 기업에 디자인을 통해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성남시 4개의 대학 교수들이 모여 함께 하고 있다. CI, BI, 패키지 등 시각 및 제품 디자인이 필요한 업체에 길을 찾아주고 제작까지도 해주는 일이다. 현재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의미 있는 사업으로 앞으로도 계속 할 예정이다. 또 공익적인 목적으로 법인을 만든 것이 있다. 도네이션을 받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일로, 성남시 대표를 맡고 있다.
전공과 관련되지 않은 일로는 취미로 클라리넷을 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한국생활예술음악인연합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다. 아마추어들 약 1천여 명이 모인 음악 관련 단체로, 모여서 함께 연주를 한다. 몇 해 전엔 세종문화회관의 지원을 받아 매우 큰 규모로 행사를 하기도 했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것 또한 생활의 활력이 되는 것 같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세대의 역할은 앞으로 후배들이 나아갈 길을 응원하면서 발전시키기 위해 도움이 될 일들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디자이너로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타 분야 사람들과의 교류도 활발하게 이어나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김용우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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