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6
최범 평론가는 1991년부터 33년간 시각예술 분야의 평론가로 활동해오면서 디자인, 예술뿐만 아니라 한국의 근대와 근대성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시각예술을 통해 한국의 근대성을 연구해온 그는 한국 근대 역사 속에서 시각예술을 읽어냈고, 한국 근대 비평과 맞닿아 있는 미술, 디자인, 공예 등에 관한 평론을 펼쳐냈다. 그의 폭넓은 연구는 시각예술분야를 넘어 사회문화전반과 연결되었고, 이제 그는 문화평론가로 소개되고 있다.
최범 평론가
그는 2006년 <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7년 간 12권의 책을 썼다. 그중 7권은 디자인 평론집으로, 그가 최근 내놓은 7번째 디자인 평론집 <디자인과 인문학적 상상력>은 30년 이상 디자인 평론가로 활동해온 전문가로서의 관록을 바탕으로 하여 디자인을 인문학적으로 읽어낸 책이다.
<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
<디자인과 인문학적 상상력>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디자인에 접근하고 인문학을 디자인적 측면에서 해석하고자 한 책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한 웹진 <인문 360도>에 연재한 글들과 일간지에 실린 칼럼 및 매체에 기고했던 에세이들 20편을 묶은 것이다.
<한국 디자인 어디로 가는가>
<한국 디자인 신화를 넘어서>
<한국 디자인의 문명과 야만>
<한국 디자인과 문화의 전환>
한국이라는 구체적인 현실과 장소를 바탕으로 한 그동안의 디자인 평론집과 달리 자유롭게 시공간을 넘나들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부드럽게 펼쳐낸다는 점에서 그간의 디자인 평론집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간 쌓아온 자신만의 ‘인문학에 대한 디자인적 사유’를 보여준다. 디자인과 문화, 디자인과 사회, 디자인과 역사, 디자인과 윤리라는 4가지 구성을 통해 다양하게 풀어내는 디자인과 인문학의 관계는 디자인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디자인과 인문학적 상상력>
Q. <디자인과 인문학적 상상력>은 어떤 책인가.
이번 책은 이전의 평론집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기존에 낸 평론집 6권의 공통점은 제목이 모두 ‘한국 디자인’으로 시작한다는 것이죠. 그것은 제가 이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힌 바와 같이, 저의 디자인 비평은 한국이라는 현실과 장소성을 떠나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구체적인 장소성과 현실적 맥락이 없는 비평은 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회의, 어떤 디자인인가 하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하죠. 콘텍스트가 없는 텍스트는 의미를 발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건 저의 디자인 비평이 매우 강한 사회적, 문화적 관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저의 디자인 비평은 디자인을 통한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평이라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겁니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한국’이라는 말을 뗐습니다. 그 이유는 ‘인문학적 상상력’이라는 단어처럼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한 시각에서 디자인을 보고자 했기 때문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한국적 현실이라는 맥락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디자인에 관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한국이라는 현실에만 가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일 따름이죠.
이번 책에 실린 글들은 기존의 평론들과 달리 짧은 에세이나 칼럼에 가까운 것들인데, 문화, 사회, 역사, 윤리라는 네 가지 주제로 디자인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쳐본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 이번 책엔 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평론집 출간을 계기로 저의 디자인 평론 활동이 1기를 마감하고 2기로 접어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실 2021년에 출간한 6번째 평론집인 <한국 디자인 뒤집어 보기>야말로 그동안 제가 가진 한국 디자인에 대한 문제의식을 모두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한국 디자인 뒤집어 보기>
당시 월간 <디자인>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책은 제 디자인 비평이 1기에서 2기로 넘어가는 중간다리쯤에 위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기의 성격은 디자인 평론을 넘어 문화 비평으로 영역을 확대할 뿐 아니라, 더욱 거시적인 관점을 취하게 될 것 같습니다.
Q. 향후 출간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이번 책이 사실상 저의 마지막 디자인 평론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에 낸 디자인 평론집은 지난 3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써온 평문들을 엮어서 낸 것인데, 근래에는 디자인 평문을 거의 쓰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요즘에는 평론에 대한 요청이 없어서 더 이상 디자인 평론집으로 엮어낼 원고가 없어요. 때문에 이번 책을 끝으로 디자인 평론집 시리즈는 마침표를 찍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디자인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책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이제까지의 평론집과는 다른 성격의 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디자인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저는 디자인 담론을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디자인계가 지적으로도 풍부해졌으면 좋겠어요. 디자인이란 구체적인 시각물을 생산하는 작업이지만 인간 세상이란 사물과 함께 담론이 있어야 의미가 풍부해지거든요.
저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디자인계를 가리켜 ‘현상은 넘치지만 담론은 빈약하다’는 비판을 해왔는데, 한국 디자인계가 생산과 담론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갔으면 좋겠습니다. 예술계에서 ‘창작과 비평’이라고 하는 그런 것처럼 말이죠. 아무튼 저는 디자인 생산이 아니라 담론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한국 디자인 담론을 풍부하게 하는 일에 힘을 쓸 생각입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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