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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색에 관한 모든 자료 공익을 위해 사용하고자… 색채디자인 전문가 문은배 교수

2024-02-10

문은배 청운대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색채 전문가다. 컬러에 대한 다양한 연구활동을 해온 그를 빼곤 국내 컬러디자인을 말할 수 없다. 

 

문은배 교수

 

 

㈜제일기획에서 광고디자이너로 근무했던 그의 색채와의 인연은 KBS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작됐다. KBS 문화사업단 한국색채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게 된 그는 그전에 다루어 보지 못했던 색채를 비롯한 다양한 대형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한국색채연구소에서 활동하면서 스웨덴, 미국 등의 색채 시스템에 대해 경험하게 된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색채디자인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을 했고, 한국 전통색에 대한 연구를 시작, 미지의 분야였던 전통색에 대해 활발한 연구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한국의 전통색>

 

 

2015년에 출간된 <한국의 전통색>은 그가 17년간(2015년 기준) 한국의 전통색에 대해 연구를 해왔던 그의 성과를 집약한 책으로, 우리 속에 살아있는 전통색에 대한 그의 깊은 연구의 결과들을 담아냈다. 

 

색채 전문가이자 전통색 연구가인 그는 국내에 ‘컬러리스트’라는 자격증 제도가 만들어질 때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문연구원으로 자격 개발을 했고, 국회에서 직접 브리핑을 했다. 컬러리스트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자료를 만들고, 직접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다. 

 

 

 

 

광원에 따른 색채 변화연구

 

 

2000년 ㈜문은배색채디자인연구소(현 MCS 디자인)를 설립한 그는 색채디자인과 환경디자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를 펼쳤다. 국내 최초의 색채프로그램(MCS ,MCC)을 개발한 문은배색채디자인연구소는 송파구 올림픽 발광 조형물 당선 및 제작설치를 시작으로, ㈜두산건설 위브 제니스타워 컬러시스템 개발, 종로 업그레이드 간판디자인(종로1가~3가 북측), 수출용 색채디자인 감성콘텐츠개발, 자동차 번호판 색채설계, 문화콘텐츠 창작을 위한 감성필터 컬러시스템 개발, 표준색이름 디지털팔레트제작연구, 서울시 송파구 도시경관 계획, 서울상징색 시범적용사업, 송도 국제화복합단지 경관상세계획(색채계획부분), 도시기반 기초시설의 그린디자인 개발 등, 색채 및 환경과 관련된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6년엔 MCC배색팔레트 색채 대상 수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많은 특허를 내기도 했다.  

 

문은배 교수는 <밥먹고사는책>이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책을 직접 만들어 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기도 했다. 색채에 대해 문은배 교수가 수십년을 거쳐 연구해온 것들을 바탕으로 색채에 대한 엑기스를 모은 이 책은 색채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담은 일종의 색채 바이블 같은 책이었다. 

 

현재 그는 문은배색채디자인연구소의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하지만 색채 연구 및 국내 색채디자인의 발전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는 계속해서 샘솟고 있다. 색채전문가 문은배 교수로부터 문은배색채디자인연구소의 설립부터 그의 전통색 연구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보았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디자인을 전공한 문은배 청운대 교수는 ㈜제일기획에서 광고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재)한국색채연구소 선임연구원 및 환경색채 연구팀 팀장으로 근무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색채디자인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문은배색채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다. 서울대학교, 국민대학교, 중앙대학교, 홍익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했으며, 현재 MCS 디자인 전문위원, (사) 한국색채학회 논문편집위원장 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색채의활용>, <색채 디자인 교과서 (색채의 이해와 활용을 위한 필독서)>, <한국의 전통색>, <색을 불러낸 사람들 (플라톤에서 몬드리안까지)> 등이 있다.  


 
Q. 처음 어떻게 색채 연구를 하게 됐나.


색채와의 인연은 KBS 색채연구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디자인을 하다 KBS로 가게 되었고, KBS 색채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을 일을 했습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일을 병행했지요. 국립디자인연구소의 성격을 띄던 곳이었어요. 그곳에서 발전소 디자인, 송전 철탑 디자인 등 큰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습니다. 송전탑 디자인이 제가 완성시킨 첫번째 프로젝트였습니다. 보통 짧게는 2, 3개월에 완성되는 디자인이 아닌 5, 6년이 걸려야 완성되는, 그간의 작업과는 단위가 다른 디자인 작업을 했어요. 그곳에서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았죠. 의장 디자인도 했고, 열병합발전소 디자인 의뢰도 들어왔고요. 

 

색채연구소였지만 당시만해도 체계가 많이 잡혀 있지 않았던 초기 상태였는데요, 해외 교류 등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발전시켜 나가려던 단계였지요. 스웨덴, 미국 등지의 색채연구소와 교류를 맺기 위해 색채연구소를 대표해 출장을 가 교육을 받기도 하면서 그곳의 발전된 색채 연구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워크스테이션 등 색채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장치들을 들여오기도 하고, 다루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지요. 다양한 색채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각종 색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Q. 문은배색채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해 왔다.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


KBS 색채연구소에 있다가 이화여대 외부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요, 이화여대의 색채연구소를 정말 잘 만들고자 했고, 결국 아시아에서 랭킹 2위 정도로 기록되게끔 만들었습니다. 제가 그전부터 한국의 전통색에 관심이 많았는데 계약기간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운이 좋게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전통색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문은배색채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문은배색채디자인연구소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설립당시에는 우리나라의 색채전문회사가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색채전문가들의 수도 채5명이 안되는 실정에서 저는 좀더 체계적이며 전문적인 색채연구를 할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Q. 색채디자인과 환경디자인에 대해 연구해 왔는데, 주로 어떤 연구가 이루어졌나.


색채디자인은 우선 전통적으로 건축물 색채계획이 가장 우선 됩니다. 색채업무의 초창기에는 주로 국가 산업표준화와 법령연구 그리고 색채 교육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다가 이화여자대학교 색채디자인 연구소가 창립, 국제적인 교류가 생기면서 유행색연구, 소재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했고, 한국의 전통색 연구도 시작되었습니다. 

 

기술표준원 공공디자인 표준색표제작

 

구미시 색채계획

 

 

서울미래유산 형태 색채디자인

 

덕진공원 연화교

 

 

Q. 진행했던 주요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환경색채는 서울시, 구미시, 안산시, 아산시, 새만금, 양주시 등의 도시환경색채 계획이 있습니다. 주요 병원 색채계획으로는 서울대학교병원, 가톨릭대학병원, 중앙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시립서대문병원 등이 있습니다. 개발연구로는 감성기반 배색프로그램개발(2003), 수출형 배색프로그램개발(2007), 한국의 전통색 및 추출기술개발(2012), 핸드폰을 이용한 측색기술개발(2014), 국내 전국 색채수집프로그램개발(2015), 색각이상자를 위한 매뉴얼개발(2015) 등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건물 색채계획으로는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색채디자인계획이 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노원, 강남 두 곳을 디자인 했습니다. 

 

택시색채 개발 팔레트

 

 

 

소프트웨어 3종

 

 

Q. 특허도 여러 개를 냈는데.


모바일 단말기를 이용한 색채추출 및 저장방법, 모바일 앱을 이용한 측색 방법, 지역색채 감성 이미지 맵 구축을 위한 경관 촬영시 촬영옵션 선택방법, 표준컬러체커를 이용한 디지털 색채보정 및 색채추출 프로그램이 저장된 저장매채 및 그를 이용한 색채보정 및 색채추출 방법, 감성 기반의 색채 팔레트 제공 방법 등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Q. 한국의 전통색을 연구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웠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았고, 하려 하지 않았던 분야였으니까요. 선생님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귀한 자료들을 많이 주셨는데요, 굉장한 보물이었지요. 그런데 한자로 이루어진 자료들이라 보려고 해도 쉽게 볼 수가 없었고 누구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어요. 

 

우연히 고한문학을 하신 교수님을 알게 됐고, 그 분의 도움으로 한자로 되어있던 어려운 자료들을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콘진원에서 하는 한국전통문화개발 프로젝트에 통과가 되었고, 그때 <전통색>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또한, 약 8개의 한국의 전통색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오방정색과 상극간색(좌) 상생간색(우) 

 

 

Q. 전통색에 대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통색의 체계와 정확한 색이름입니다. 외래어 특히 일본어를 우리말로 알고 사용하면 안됩니다. 좀더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각각 색이름에 들어 있는 의미와 쓰임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색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전통색을 폄훼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선시대에는 우리나라의 경공장(한양에 있는 국가 지정공장)에 적색염장만 250명이 있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염색하는 관리가 이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Q. 우리나라의 색채 연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색채 지식의 수준을 좀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초등학교 색채책이나 대학 색채책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국제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색채를 다양하게 연구해야 하는데, 디자인과 배색에만 국한되어 있습니다. 

 

Q. 학생들을 지도할 땐 어떤 것들을 가장 강조하나.


원칙에 대해 강조를 합니다. 그래서 반발을 많이 사기도 하지요, 학생들이 아닌 다른 교수들의 반발이지요. 물감을 예로 들자면, 일반적으로 물감을 섞으면 어두워진다고들 가르칩니다. 그렇게 배워왔고요. 하지만 전 물감은 섞었을 때 절대 검정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원리로 따진다면 흰색과 검정을 섞으면 더 어두운 검정이 되어야 하거든요. 하지만 노랑과 빨강을 섞으면 밝은 색이 되잖아요. 즉, 기존의 원리는 투명한 셀로판지에 옵셋인쇄를 할 때에만 적용되는 겁니다. 그것을 왜 물감에 적용 하느냐인 것이지요. 실제로 이 내용을 시험에 냈다가 민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근거 없이, 공부 없이 그대로 가르치는 교수들이 많이 있어요. 전 그걸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특히 전통색에 대해선 엉터리가 너무 많아요. 한자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한글로만 이해하는 경우지요. 

 

Q. 문은배색채디자인연구소의 활동을 잠시 중단한 것으로 알고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후계자 문제였는데요, 어려운 연구이다 보니 끝까지 하려고 하는 후계자들을 찾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색채를 하려고 했는데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하니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죠.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색채학회의 실력은 그대로 머물러 있게 되는 것이지요. 외국에는 색채 컨설팅을 하는 연구소들이 많이 있고 활성화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게 안됩니다. 가르치고 이끌어 줄 만한 기관이 없는 것입니다. 그 부분에 있어 어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Q. M&A에 대한 계획은 없는지.


한동안은 색채 연구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제가 가진 자료들을 무료로 모두 주겠다는 선언도했었습니다. 단,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는 조건에서였지요. 하지만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꼭 M&A가 아니더라도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코웍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찾기 어려운 희귀 자료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색맹자료, 색약자료, 색맹측정 테스트기 등 구하기 어려운 도구들도 가지고 있고요. 전통색을 연구했으니 전통색에 관한 귀한 자료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연구한 것들과 함께 이 귀한 자료 및 도구들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문은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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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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