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아트디렉터이자 디자인기업 대표 그리고 작가로 활동하는, 사랑의교회 안기순 아트디렉터 

2024-02-09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에는 좀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사랑아트갤러리다. 사랑아트갤러리는 사랑의교회 내에 있는 갤러리로,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카페 등의 공간을 활용해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문화와 선교가 함께하는 문화선교를 추구하는 사랑의교회는 공간 곳곳에 수준 높은 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갤러리 운영을 통해 여러 주제의 전시를 개최, 각각의 장르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랑의교회

 

 

 

최근에는 기독교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로부터 큰 사랑과 관심을 받은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11월까지 열렸던 ‘프레스코로 만나는 중세·르네상스·현대’ 성화전이 바로 그것. 프레스코화는 회화에서 가장 오래된 기법 중 하나로, 진짜 석회를 사용한 진정한 프레스코화가 출품된 것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전시를 기획한 인물은 안기순 사랑의교회 아트디렉터로. 그녀는 작품성 있는 다양한 작가들을 선정, 다채로운 기획을 통해 사랑의교회 사랑아트갤러리의 품격을 높이며 ‘문화선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아트디렉터이기 이전에 디자이너였고, 큐레이터였으며, 디자인기업의 대표이자 작가이다. 생명을 품고 있는 존재인 ‘알’을 가지고 생명과 우주,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가고 있는 안기순 작가는 생명이 주는 경이로움과 그 생명 안에 들어있는 또 다른 우주의 유기적인 관계에 대해 연구를 한다. 

 

‘균형과 생명력의 상징’인 알을 통해 ‘감각적이면서 관념적’인 작업을 펼치고 있는 안기순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작품 활동을 하던 중, 교수의 추천으로 예화랑(현 갤러리 예) 큐레이터로 활동했었다.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초대전 및 국내 정상급 대가들의 초대전 등 크고 작은 전시를 경험하면서 당대 대가와 촉망받는 신진들의 작품을 접하게 된 그녀는 작품에 대한 안목을 새롭게 정립했다. 

 

이후 그녀는 디자이너의 삶을 살게 됐다. 크라운제과의 회화를 전공한 디자이너 모집 공채에 합격, 입사하게 된 그녀는 광고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다. 화동양행 디자인실장, 대림수산 홍보실장을 거쳐 디자인전문회사 윤우디앤씨를 설립, 대표를 맡게 됐고, 회사 설립 10년 이후엔 본격적으로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그녀는 사랑의교회 아트디렉터이기도 하다. 한국교회 내에 최초로 창립된 미술인선교회인 사랑의교회 미술인선교회의 회장을 맡게 되면서 다양한 전시들을 개최, 호평을 받았던 그녀는 이후 회장직을 그만두고 사랑의교회 아트디렉터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아트디렉터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2013년 한국미술작가 대상을 수상을 그녀는 화집 <현대미술작가 100인>에 소개됐고, 영문미술잡지 <AceArt>의 표지작가로도 선정된 바 있다. 세계수퍼모델 심사위원을 역임하기도 한 그녀는 지금까지 9회의 개인전을 열고, 한국, 독일, 미국, 홍콩 등지에서 열린 80여 회의 그룹전에 참여하며 작품세계를 알려왔다. 서초미술협회, 이어도 문학회 회원이며, 제주앤뉴스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안기순 사랑의교회 아트디렉터

 

 

안기순 작가의 아트디렉터로서의 활동에 대해 들어본다. 

 

Q. 사랑의교회에 대해 소개해달라. 


사랑의교회는 만물의 창조주, 우주를 디자인하신 대 예술가이신 하나님의 창조의 영성을 닮아가며 오직 말씀 중심의 바탕에 문화예술과 선교가 함께 하는 문화선교를 차세대 선교의 한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서초동의 메마른 법조타운에 위치해 있지만 예배당이면서도 볼거리가 있는 미술관의 역할을 통해 영적인 위로만이 아니라 예술적인 감상거리를 함께 제공, 사랑의교회가 교회 성도와 인근 지역 주민 및 교회를 찾는 모든 분들에게 마음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사랑의교회에 설치된 대표 작품들은 무엇인가.  

 

김병종, <송화분분>

 

이이남, <은혜의 폭포>

 


본당 1층(지하4층)에 설치된 김병종 화백의 <송화분분>은 가로 55미터에 이르는 대작으로 온화하고 밝은 색감의 잔잔한 작품입니다. 이곳을 예배에 임하는 성도들이 옷깃을 여미며 예배를 준비하는 경건한 길이 되게 하고 있습니다. 교회 지상 1층에서 지하 5층까지 수직으로 관통하는 세로 27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미디어(LED)아트 작품인 <은혜의 폭포>는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이남 작가의 디지털 폭포로, 압도하는 풍광을 자아냅니다. 

 

운보 김기창, '예수의 생애' 상설전

 

 

지하 5층에는 운보 김기창 화백이 1984년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2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이스라엘 문화원에서 개최된 전시에 출품했던 성화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을 판화로 제작한 것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안형남 작가의 키네틱 아트, 미술인선교회 회원들이 헌정한 4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 바이블로드(Bible Road), 장대현 작가의 <천지창조> 등, 교회 각 층의 복도와 공간 곳곳에 다양한 미술작품이 전시돼 볼거리가 많은 미술관 같은 예배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사랑의교회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게 됐나. 


사랑의교회가 강남성전에서 서초동의 현위치로 건축, 이전할 때 갤러리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교회에서 흔히 보는 까페에 부속된 전시공간이 아닌 단독 전시공간을 가진 전문 갤러리로, 문화예술사역부라는 담당 부서와 목사님도 자리하게 되셨고, 아트디렉터의 역할도 필요하게 됐습니다. 

 

제가 2018~2019년에 사랑의교회 내 전문미술인들의 모임이자 한국교회 내 최초로 창립된 미술인선교회인 사랑의교회 미술인선교회(약칭 사미선)의 회장을 2년간 하게 되었는데요, 이때 교회 창립 40주년 기념 전시회, 성구를 묵상하며 작업한 작품들로 헌정한 바이블로드 상설전, 10개 미술단체 150여 명의 교회 내, 외부작가들이 참여한 ‘대한민국 아트피스트’ 전시를 교회에서 개최했습니다 또한, 기독교정신으로 세운 인도네시아 국제대학(총장 이용규 선교사)의 개교기념 전시회를 위해 사미선 작가들과 함께 직접 인도네시아에 방문, 전시를 개최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큰 미술행사를 많이 치르게 되었고, 비교적 호평을 받았었습니다. 

 

이후 교회의 아트디랙터가 약 2년간 공석이게 되면서 제가 회장을 그만둔 후 코로나가 끝날 즈음 이어가게 됐습니다.

 

Q. 디자인 전문회사를 운영해 왔는데, 이 경험이 아트디렉팅 업무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 


디자인 전문회사를 운영했던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물을 제작하며 전시를 운영하는 등, 전반에 걸쳐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예화랑에서의 큐레이터 경험도 큰 자산이었습니다. 그간 제가 쌓았던 모든 경험치를 다 활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기획 즉, 전시 방향, 전시 및 갤러리 운영, 전시 작가 섭외, 전시 타이틀 선정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교회 갤러리 전시는 일반적인 갤러리 전시와는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필수요건은 아니지만 가급적 신앙인이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신앙고백이 작품 속에 담겨있고, 그 영성과 신앙고백에 감동을 하고 공감하고 성도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는 작가를 선정하고자 합니다. 

 

Q.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당연히 작품성입니다. 다만 작품성과 함께 교회의 특성상 신앙이 녹아 있는 영성 있는 작품을 우선으로 합니다.

 

Q. 일반 갤러리 큐레이팅과 비교했을 때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시 주제가 교회의 기념일이나 부활절, 성탄 같은 절기에 맞춰진다는 점은 어렵다기 보다는 다른 점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주일학교 어린이 주간에 맞춘 그림대회전, 장애우를 섬기는 사랑부 전시 등도 기획합니다. 또한, 일반 갤러리는 판매를 우선으로 고려하겠지만 교회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작가들에게 작품 발표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사랑의교회 성도 수가 많으니 작품 판매도 잘 될 거라 기대하는 작가같이 서로의 지향점이 다를 때 어려움도 있습니다.

 

Q. 주 관람객이 주일에 교회에 오는 신도들이 될 것 같은데.


네. 아무래도 주 관람객은 주일에 많이 오십니다. 그러나 평일에도 꾸준히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순장반, 권사회, 성경대학 등 각종 교육 및 각 커뮤니티의 사역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에 많은 분들이 늘 넘칩니다. 등록교인이 10만에 이르므로 늘 공간이 부족합니다. 최근에 했던 프레스코화 전시 기간 중에 ‘10.23 한국교회 섬김의 날’ 행사도 있었는데 전국 7천여 개 작은 교회의 담임목사 부부 약 1만여 명이 이틀간 행사에 참여하셨고, 특별새벽기도회, 새생명축제 등으로 외부인들의 방문이 많았는데, 이 분들에게도 특별하고 감동적인 볼거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Q. 전시 기획, 작가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성도들이나 관람객들에게 영성과 위로가 되고 감동을 줄 수 있으면서 새로운 볼거리가 있는 작품전시가 가능한 작가를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추천 작가, 직접 지원하는 작가, 또 제가 발굴하는 작가, 담임목사님의 추천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작가들을 문예부 운영위원들의 의견도 참고해 선정,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레스코로 만나는 중세·르네상스·현대' 성화전

 

 

Q. 최근 열렸던 전시가 이슈가 됐는데.


지난 10월, 11월에 ‘프레스코로 만나는 중세·르네상스·현대’ 성화전을 약 두 달간 전시 헸는데,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프레스코화는 기독교 성경에도 언급되는데, 구약의 신명기에 ‘큰 돌들을 세우고 석회를 바르라’라는 성구에서 바로 프레스코화가 그 옛날 기원전에도 사용됐던 기법임을 알 수 있죠.

 

이탈리아 로마의 시스티나 예배당(Sistine Chapel) 벽화, 고구려 고분 벽화 등 인류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인 프레스코화(Fresco)는 회화에서 가장 오래된 기법 중 하나입니다. 작업과정 등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근세의 작가들이 잘 시도하지 않았던 기법이지만, 이번 전시는 그런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하면서도 진짜 석회를 사용한 진정한 프레스코화가 출품됐습니다. 야외에 두어도 전혀 문제가 없으며 탄산칼슘 막이 생겨 그림 보존에 유리하고, 천년을 갈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인 선우항 박사(서울대 출강)가 Frescography로 오마쥬(homage)한 라파엘로(Raffaello)의 <아테네 학당>을 비롯한 시스티나 예배당 등의 작품들을 재현한 작품과 변영혜 교수(대한신학대학원 교수)의 현대 프레스코 성화 작업들이 출품돼 각 시대별 프레스코 성화들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현상으로는 전시를 보셨던 분들이 주변 지인분들을 모시고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고, 4, 5번까지 재방문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심지어는 10여 분을 모시고 다시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성도만이 아니라 비기독교인들까지의 발걸음이 이어졌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진정한 문화선교가 이루어졌다고 자부합니다. 이후 사미선의 성탄절 기념 ‘마고스의 경배’ 전시가 있었고, 현재는 ‘기독미술 청년작가공모전’ 수상작품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느새 2024년도 2월이 됐습니다. 올해에는 개인적으로 몇 개의 전시들을 가질 예정입니다. 그동안 여러 사역들로 인해서 전시를 쉬고 있었는데 새해에는 재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3월에 삼청동 갤러리원에서 초대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을에 뉴욕에서의 전시를 위해서 관계자들과 계속 협의 중에 있고, 자산운용사에서 운영하는 Cagg갤러리 소속으로 온라인몰 상설전(www.caag.co.kr)이 계속 이어져 이를 위한 출품작 준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또한, 아트디렉터로 섬기고 있는 사랑아트갤러리에서는 현재의 ‘기독미술 청년작가공모전’ 수상작품 전시에 이어서 3월에 사미선의 부활절 기념전, 4월에 장애우들을 섬기는 사랑부의 전시, 5월에는 주일학교 그림대회전에 이어, 영성과 작품성이 뛰어난 작가의 초대개인전, 성도 소장작품전, 사미선의 정기전, 성탄기념전 등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 전시들을 잘 준비해 교회의 성도나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볼거리와 감동을 선사해 문화선교의 한 축을 이루는데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안기순 아트디렉터
 

facebook twitter

#안기순 #사랑의교회 #아트디렉터 #사랑의교회갤러리 #사랑아트갤러리 #교회갤러리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