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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창의적인 방식으로 방향성을 제시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영하 

2024-01-30

그래픽 디자이너 박영하는 주어진 이슈에 대해 관찰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시각디자인 분야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유명한 디자이너로, 그의 화려한 이력만으로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는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 카림라시드 스튜디오 뉴욕 본사 책임디자이너, 세계 최대의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디자이너, SPC 그룹 디자인 디렉터 등을 맡았고, 스타벅스 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디자인을 총괄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영하

 

 

디자인 전문 에이전시 및 기업 인하우스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룩디자인, 파리바게뜨 BI 리뉴얼을 리드했고 스타벅스 코리아의 전반적인 로컬디자인 시스템 정립, BTS+ 스타벅스 전사 콜라보, 종가 ‘김치 블라스트 서울’ 팝업의 비주얼 디자인을 총괄하는 등 다수의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맡았다. 

 

디자인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Red Dot, IF, Type Directors Club NY, AIGA, Pentawards 등 20 여 건의 디자인상을 수상한 그는 헤이그 디자인재단 비엔날레,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타이포잔치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등에 참가하기도 했다.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대외협력이사, 미국 Young Guns 18 디자인어워드 및 영국 Transform Awards 2021 심사위원 등을 지낸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과 국민대학교 조형대학에 출강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겸임 교수로 브랜드 경험디자인 수업과 졸업작품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박영하 디자이너는 상업적인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상업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도 즐겨한다.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작업들을 주로 하고 있는 그는 최근 ‘나훈아 2023 신곡 뮤직비디오 타이틀 로고 디자인’, ‘EVERYDAZE with BT21 in Times Square, NYC’, ‘서울디자인재단 x 자하 하디드 <ddp45133> NFT 브랜드 디자인’, ‘<바자렐리 x 박영하> 콜라보 아트워크’, ‘독도소주 <동해22> 증류소주 디자인’ 등의 작업을 통해 특별한 디자인 세계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영하에게 그의 디자인에 관해 물었다. 

 

Q. 카림 라시드, SPC, 스타벅스 등을 거쳐왔는데, 각 회사에서 맡았던 주요 프로젝트들에 대해 소개해달라.


먼저 카림 라시드에서는 너무나 다양한 프로젝트가 많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스페인의 아웃도어 가구전문 브랜드 VONDOM에서 출시한 러그가 애착이 갑니다. 비정형의 문이 열리면서 다른 세상으로 이동하던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추억의 만화 속 ‘차원의 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죠. 10여 년 전에 한 디자인인데 최근에도 유사하게 카피한 디자인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라 카림에게 일러줬습니다(웃음).

 

카림 라시드 러그 VONDOM Twist & Shout

 

 

SPC 파리바게뜨의 경우에는 그동안 BI의 변천사가 있어왔지만 네빌 브로디가 이끄는 브로디 어소시에이츠와의 협업을 통해 8년만에 BI를 리뉴얼한 것과 최초로 브랜드 전용서체 개발을 했던 것이 가장 대표적이었던 프로젝트였던 것 같네요. 로고의 중요한 요소로 늘 포함되었던 에펠탑을 30여 년 만에 과감하게 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고, 그러한 의사결정을 해 주신 회장님께 늦게나마 감사를 드립니다.

 

파리바게뜨 BI 리뉴얼 및 전용서체 개발 

 

 

스타벅스는 제가 입사를 하고나서 브랜드 콜라보를 공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요, 약 4년간 참 다양한 콜라보를 많이 진행했었습니다. 그중 BMW 미니와의 콜라보가 전사 규모면에서는 가장 컸어요. 스타벅스는 단순 인지도가 아닌, 양사의 시너지나 ESG 관점에서의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콜라보가 가능합니다. 미니와 스타벅스의 공통점은 (음료와 자동차를) 커스텀하는 문화와 철학을 가진 브랜드라는 점입니다. 21년도 미니의 신차 대표색상은 네이비와 옐로우였는데, 그 두가지의 색상이 만났을 때 공교롭게도 녹색의 교집합이 생기는 그 부분을 스타벅스와의 만남을 상징하는 쪽으로 시각화 했습니다.

 

MINI + STARBUCKS 브랜드 콜라보

 

 

Q. 로고 디자인, 포스터 디자인, 상품 디자인, 팝업 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나훈아 2023 신곡 뮤직비디오 타이틀 로고 디자인]

 

이미지 출처: 다날엔터테인먼트 / 컴파운드컬렉티브

 


지난 해 좋은 기회로 제가 오래전부터 존경하는 가수인 나훈아님의 신곡 <삶>, <타투> 두 곡의 뮤직비디오 타이틀 로고 디자인을 맡게 되었는데요, 특히 <삶>은 사람이 인생이라는 마당에서 한 세월 놀다가 가는 것이 삶이라는 인생무상을 노래한 곡으로 일상의 반복되는 소통과 몸짓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삶’이라는 글자가 형태적으로 유사한 4개의 한자들 - 人(사람 인),卜(운수 복), 己(몸 기), 口(입 구) - 로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했고, 의미적으로도 사람, 운수(점괘), 몸, 입(소통/끼니)들이 모여 결국 우리네 삶을 이룬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나훈아님께서 제 디자인을 만족해하셨고 뮤직비디오 촬영현장에서도 직접 봬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종가 <김치 블라스트 서울 2023> 팝업]

 

 

 

이미지 출처: 대상(주) 종가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불과 몇달 전에 성수동에서 있었던 종가의 <김치 블라스트 서울 2023> 팝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써 디자인을 총괄했던 일입니다. 팝업의 목적은 글로벌 김치 브랜드 종가의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통해 김치를 재해석한 결과물과 새로운 행보의 시작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해체와 재구성’을 반영해 기존 브랜드 자산인 육각패턴에 기반한 BI와 키비주얼을 도출하고 종가의 헤리티지인 포장김치를 형상화한 오브제, 해체된 배추김치의 원재료들로 구성된 레이어 구조물, 김치의 세계화를 보여주는 LED월 등을 통해 종가의 김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김치를 원료로 만든 타르트 세트와 김치를 동결건조한 파우더 제품을 통해 새로운 미각의 즐거움, 즉석사진 포토존에서의 체험 등 총체적인 브랜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픈 전 세 달 동안 매주 정기미팅에, 밤낮없이 작업하느라 많은 인원들이 고생했지만, 팝업 기간동안 매일 아침 오픈런 줄이 장사진을 이루고 약 1만명이 방문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기에 그 결실이 더욱 값지고 보람됐던 것 같습니다.

 

 

[EVERYDAZE with BT21 in Times Square, NYC]

 

 


뉴욕의 건강뷰티전문 브랜드 에브리데이즈의 BI와 콜라겐 곤약젤리 패키지디자인을 진행했었고, 지난 해에 디자인한 BT21과의 콜라보 에디션 패키지가 협업사인 라인프렌즈 덕분에 지난 11월 한달동안 맨해튼 타임스퀘어 한복판 전광판에 매일 660번 송출이 됐습니다. 뉴욕에 10년 살면서도 없었던 일이라 뿌듯했습니다.  


Q. 지난 12월 2일 ‘제4회 창의융합포럼(CCF, Creative Convergence Forum)’이 열렸다. 행사를 공동기획 및 큐레이팅 했는데, 행사를 기획한 배경은 무엇인가.


‘플러스엑스’ 신명섭 고문을 필두로 하는 디자인업계의 친한 지인들이 있는데요, 서울이 아닌 부산 지역에서 콧바람 쐴 명목을 만들고자 우리가 연사로 나서는 세미나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것이 1회 때의 솔직한 취지였습니다. 마침 멤버 중에 친구이기도 한 부산 경남정보대 시각디자인학과 최동철 교수 덕분에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고, 매년 저희 인맥을 동원해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들을 섭외하면서 어느덧 일개 대학행사를 넘어 부울경 지역의 대표적인 디자인 포럼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제4회 창의융합포럼 (이미지 출처: 경남정보대학교 제4회 창의융합포럼)

 

 

이번 4회는 신명섭 고문과 제가 연사 섭외 등 공동기획을 맡게 됐습니다. 경남권만 해도 업계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오프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소 부족한 것이 현실인데, 그 부분에서 디자인전공 학생들이나 실무자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Q. 이번 ‘글로벌잇어워드’의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는데,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했나.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사실 심사 기준이 ‘혁신성/기능/지속가능성/미적가치/상품성’ 이렇게 5가지로 정해져 있었습니다만, 저는 혁신성과 상품성에 무게를 좀 더 두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시각적이든 컨셉적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머리에 각인이 되거나 가슴에 여운이 남는 디자인입니다. 

 

'글로벌잇어워드'에서 시상을 하고 있는 박영하 디자이너

 

 

Q.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전시에도 참여했다. 어떤 작품을 선보였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출품작_ 비단팥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으로 4개월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곡물집集’ 브랜드의 서울에서의 릴레이성 전시였습니다. 20가지의 토종씨앗을 50명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시선으로 해석한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였고, 저는 비단팥(錦豆)이 배정되었어요. 동글동글한 모양과 구슬처럼 매끄러운 촉감에 매료됐죠. 사실 밥에 들어간 익은 팥을 먹어 본 적만 있지, 팥을 실제로 만져 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먹어보기보다는 일단 가지고 놀고 싶었고, 이런저런 모양들을 만들어보다보니 마치 개미군단이 모여드는 것 같기도 하는 재미있는 체험을 했습니다. 결국 포스터를 위해 글자 '비단'을 형상화하기로 했습니다.

 

Q.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독도소주 <동해22> 증류소주 디자인]

 

 


지난 10월 25일 '독도의 날'에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된 독도소주 <동해22> 증류소주 디자인입니다. '독도를 품은 바다, 동해’ 라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외교, 정치적으로 지속되어 온 ‘독도 및 동해’ 표기 이슈를 상기시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국, 영문 '동해 바다 EAST SEA'의 철자들을 활용해 넘실거리는 바닷물결이자 바람결이며 물고기들의 꼬리뼈살 패턴을 상징하는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으로 형상화했습니다. <동해22> 광고 이미지는 플러스엑스 변사범 고문에 의해 AI로 제작됐습니다. 소주에 제 이름을 새기는 게 소소한 꿈 중 하나였는데, 실제 소주 후면에 표기하면서 그 꿈을 이뤘습니다(웃음).

 

 

[서울디자인재단 x 자하 하디드 <ddp45133> NFT 브랜드 디자인]

 

이미지 출처: 서울디자인재단

 

 

두 달 전이었던 12월에 공개되었는데요, 각각 다른 크기, 기울기, 타공, 색깔을 가진 4만 5133개의 알루미늄 패널로 이뤄진 DDP 외벽을 NFT로 발행하는 프로젝트인 <ddp45133>의 브랜드 디자인을 한예종의 심규하 교수와 함께 공동연구원으로써 개발했습니다. 시각적으로 ‘우주’와 ‘디지털트윈’을 담았습니다. ddp의 건축을 담당했던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와의 협업을 통한 전시는 올해 11월말까지 관람이 가능합니다.

 

 

[<빅토르 바자렐리 전시 x 박영하> 콜라보 아트워크]

 

이미지 출처: 가우디움 어소시에이츠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빅토르 바자렐리: 반응하는 눈> 전시와 협업해 제작한 렌티큘러 아트워크로, 현재 전시장 아트샵에서 판매중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이자 옵아트의 창시자인 빅토르 바자렐리는 같은 그래픽 디자이너로써 존경하는 작가입니다. 시각적 자극을 주는 반복적인 라인들을 통해 작가의 이름 영문과 국문을 타이포그래피로 형상화했습니다. A를 상하로 뒤집으면 ㅂ이 되고 S를 좌우로 뒤집으면 ㄹ, L을 상하로 뒤집으면 ㅏ, T를 상하로 뒤집으면 ㅗ, E는 ㅌ과 동일한 것처럼 알파벳과 한글의 형태적 유사성을 활용했고, 시각적인 착시를 만들어냈습니다.

 

Q. 디자인을 할 때 노하우나 특별한 방법 같은 것이 있다면.


제가 <콜로소>라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디자인 접근법 중 하나로 다루고 있고, 최근에 <디고디원찬>이라는 디자인 전문 유튜브 채널에서도 소개한 ‘강제결합법’이 있습니다. ‘마인드매핑’이 유추/연상 쪽으로 연결고리를 만든다면, 강제결합법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개 이상의 아이디어나 사물을 강제로 연관시킴으로써 특정 접점에서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훈련을 자주하다 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콜로소

 

 

Q.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2024년은 제가 학부 졸업을 하고 디자이너로써 필드에 발을 들인지 정확히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연남동의 갤러리 레스토랑 ‘잇다프로젝트’에서 초대를 해 주셔서 2월부터 소규모의 개인전을 열기로 했는데요, 그동안의 제 작업들도 정리해보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계기로 삼을 생각입니다. 

 

박영하 '현상유희'_ 잇다프로젝트 개인전 포스터 이미지

 

 

제 거취에 대해서는 상반기까지는 여러 프로젝트들이 잡혀있어서 가능성을 열어 둘 계획입니다. 그 와중에 만약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회사에 몸을 담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최근까지 해오던 것과 구상하던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사업화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번째 글로벌 어워드 수상을 노리고 있는 <동해22> 증류소주 덕에 독도소주에서 후속 주류들을 더 출시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빠르면 올해 새로운 술디자인으로 인사드릴지도 모르겠네요. 뭐든 앞으로도 계속 가슴 뛰고 설레는 창작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박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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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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