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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나전칠기로 한국의 빛 세계에 알리는 김영준 작가

2023-10-19

김영준 작가는 나전칠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신비로운 빛과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나전칠기 아티스트다. 

 

김영준 작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초대작가이자 2015 평창비엔날레 초대작가였던 그의 이름은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07년 메종 앤 오브제에 참가한 후 열린 파리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의 전시에서 호텔에 머물던 빌 게이츠가 그의 작품을 보고 4점의 작품을 구입했고, 이후 빌 게이츠로부터 주문을 받아 X-Box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스티브 잡스, 힐러리 클린턴, 워렌 버핏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태국왕실로부터 초대되어 전시를 가진 바 있는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좌를 제작했고, 스티브 잡스로부터 주문을 받아 아이폰케이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원래 증권사에서 근무를 했다. 방송에도 출연할 만큼 잘나가던 ‘증권맨’이었던 그는 어떻게 나전칠기를 하게 됐을까. 

빌게이츠의 X-Box

 

스티브잡스의 아이폰 

 

프란치스코 교황 의자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미대에 가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미술대학에 간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죠. ROTC로 졸업을 하고 제대를 한 후 84년 국제그룹에 공채로 입사를 해서 동서증권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조사부, 경제부에서 근무를 하면서 전세계 주식시장을 스터디했죠. 경제연구부에서 근무를 하면서 그래프를 그리기도 했고요. 10년간 근무하다 보니 느끼는 점들이 많았습니다. 주식시장이 좋을 땐 좋지만 떨어질 땐 상당히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하거든요. 무엇보다 고객들이 손해를 볼 땐 미안한 마음이 매우 컸습니다. 그런 괴로움을 느끼던 중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암에 걸리고 결국 삶을 마감한 동료를 보고 평생 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때마침 읽었던 한 권의 책은 그에게 큰 결심을 하게 했다고. “한 일본 작가가 쓴 <인생 이모작>이라는 책을 읽게 됐어요. 정년 후의 삶을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것이 그 책의 내용이었죠. 깊은 감명을 받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중고등학교 시절 너무나 좋아했던 미술을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됐죠. 여러가지 미술 분야 중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는데, 당시 젊은이들에게 외면 받던 자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개장은 아파트와 같은 현대식 생활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고, 그런 까닭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며느리들이 어머니가 쓰시던 자개장을 버리는 시절이었어요. 아까운 자개장이 왜 버려져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던 자개에 대한 연민이랄까. 그는 한국의 전통공예인 자개의 가치가 낮게 취급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 같은 것을 느꼈다.  

 

초충도

파라다이스장

 

 

그는 그렇게 나전칠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우리의 전통을 새롭게 부흥시켜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습니다.” 기존의 전통방식에서 벗어나 현대인들의 감성에 맞게 다양한 현대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겠다고 결심한 그는 LA에서의 디자인 공부를 시작으로, 도무스, 일본, 서울과학기술대학원 등에서 미술과 옻칠에 대한 공부를 했다. 

 

그가 이렇게 세계적인 작가가 된 데에는 많은 ‘실패’가 밑바탕이 됐다. “그동안 실패가 무척 많았어요. 기존에 해오던 것을 하면 쉽게 따라갈 순 있겠지만 그건 제가 하려던 것이 아니니까요. 자개 작업 방식부터 칠하는 방법까지 기존과는 아주 다른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새로운 저만의 방식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실패를 경험했죠. 아마 나전칠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실패를 해본 사람일 겁니다. 지금도 여전히 실패를 하고 있는 중이고요.” 

 

코스모스 

 

 

많게는 하루에 20시간씩 작업을 하는 그는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몰입을 통해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작업을 할 땐 시행착오도 겪지만 작품을 다 해 놓고 보면 흐뭇한 마음과 안도감이 듭니다. 그 한순간 모든 고단이 해소가 되죠. 지금도 계속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업 과정은 일반적인 나전칠기 작업과는 좀 다르다. “일반적인 나전칠기 작업 과정은 크게 4가지로 이루어집니다. 기본적으로 도안이 있어야 하고, 자개를 잘라 붙이고 옻칠로 마감을 하죠. 제 작업은 대략 5가지의 공정을 거칩니다. 옻칠 작업은 많게는 10번까지도 하고 있어요. 자개를 직접 조각해서 붙이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소요되죠.” 자개와 옻칠, 황칠 등을 이용해 벽화를 제작하는 그는 최근엔 캔버스에 작업을 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국화문 달항아리

 

 

그는 작업에서 ‘빛’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빛을 좋아합니다. 작품을 만들겠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빛이에요. 전 요즘에 나오는 자개가 아니라 2~30년된 자연산 전복이나 소라 등만 쓰는데요, 빛이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그것들을 가공한 것이 자개인데, 조각난 자개들이 어느 위치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초충도와 같은 저의 작품에는 약 30여 가지의 자개가 쓰이는데요, 어떤 자개를 어디에 쓸지, 어떤 식으로 어떤 빛을 낼지에 대해 가장 많이 신경을 씁니다. 가장 신경을 쓰는 작업 과정이죠.” 

 

자연을 무척 좋아하는 그는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밤하늘을 좋아하고 숲을 좋아하고 나무를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바다를 보면서 꿈을 키웠고,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울적할 땐 바다에 가서 바다를 바라봅니다. 평상시엔 늘 산책을 즐기고, 산에도 자주 가죠. 밤하늘에 뜬 별과 달을 보는 것도 무척 좋고요. 그런 자연의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갈망하고 있는 그는 제자를 가르치는 일에도 힘을 쓰고 있다. “늘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도 계속해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 나전과는 다르게 입체도 더 넓고 다양하게 다뤄보고 싶고요. 더불어 제자들을 양성해서 그들이 저보다 더 유명해지고 그를 통해 한국의 나전칠기, 나전자개를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밀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더 나은 작품세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김영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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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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