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4
디자인정글은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2030 젊은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을 응원하고자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컨셉 아티스트는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구현해내는 일을 통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완성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컨셉 아티스트는 영화와 같은 작업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를 비롯한 각종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물론 제품의 컨셉 등을 시각화 하는 것이 컨셉 아티스트다.
류현지 디자이너의 컨셉 아트
류현지 디자이너는 현재 LA에 있는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Walt Disney Imagineering)에서 컨셉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영화 미술팀에서 일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그녀는 2014년 LA에 있는 USC 영화학교를 졸업하고,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이 주최하는 ‘Imaginations’라는 대회에서 Finalist의 영광을 누렸다. 영화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진학한 UCLA를 졸업한 후 미국 미술감독 조합인 ‘Art Directors Guild’의 ‘Production Design Intitative’라는 Trainee Program에 선정, 교육을 받았고, Art Directors Guild인 ‘Local 800 Union’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류현지 컨셉 아티스트가 그린 작품이 최근 매체에 공개됐다. 그녀가 한 작업은 디즈니랜드의 트레이드마크 놀이기구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로, 놀이기구의 대기줄을 확장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에서 그녀는 놀이기구의 특징을 살려 이용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컨셉의 작업을 맡았다.
류현지 디자이너
Q. 어떻게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에 입사했나.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목표가 영화 미술팀에서 일을 하는 것이었어요. 학부도 <오징어 게임>을 제작하신 황동혁 감독님께서 다니셨던 USC 영화학교를 졸업했고요. 그런데 USC 영화학교가 업계 내 1, 2위를 다툼에도 불구하고 영화미술을 전혀 가르치지 않아서 영화미술을 조금 더 자세히 가르치는 UCLA를 장학생으로 가게 됐어요. 학부와 석사과정에서 배운 영화사와 영화미술 교육이 기반이 되어 운이 좋게 졸업하자마자 스카웃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류현지 디자이너의 컨셉 아트
Q. 컨셉 아티스트란 어떤 역할을 하나.
컨셉 아티스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나 제품의 컨셉 등을 시각화하는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직종입니다. 주로 감독이나 미술감독인 요청자가 의뢰한 스토리, 아이디어, 세트를 시각적으로 캔버스에 풀어나가는 일을 하는 직업이에요.
그림을 그리고 그림에 어느 정도 진척이 있을 때 컨셉 아트 디렉터나 미술감독에게 검토를 받고, 최종적으로 허가가 날 때까지 요구사항 및 피드백에 맞춰 수정을 하는 과정을 반복을 해요. 이렇게 보면 굉장히 재미없는 일인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그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Q. 작업 시 협업이 필수적으로 필요할 것 같은데 어렵진 않나.
저도 디즈니 같이 모든 작업이 세분화된 대기업에서는 협업이 많이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회사에입사했어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인 ‘Haunted Mansion’ 대기줄 확장 작업 컨셉 아트 작업을 하면서 제 컨셉 디자인 디렉터였던 킴 얼바인(Kim Irvine) 디렉터와 작업하는 게 너무 편하고 좋았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이색적으로 색 배치를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이번 작업에서 나무에 보라색을 섞어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과거에 컬러 스타일리스트였던 디렉터님이 오히려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림을 검토 받을 때마다 진심으로 즐거웠어요. 디즈니 정도 대기업에서 일한다면 규제가 많을 거라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실텐데, 주어진 가이드라인 내에서 작업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는 편이에요. 실제로 그 가이드라인이 빽빽하지도 않고요.
류현지 디자이너의 컨셉 아트
Q.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
이건 제 영화 미술에 대한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저는 진정한 여백의 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요. 여백의 미는 주인공, 즉 그 배경과 환경 속에 사는 인물이 만들어내는 어떠한 공간인데 그건 빈 공간이라기보단 맥락에 가깝다고 생각을 해요. ‘인물이 그려내는 ‘여백’을 어떻게 채워 나갈까’ 항상 고민하면서 그림을 그려요. 쉽게 말해 ‘주된 포커스가 되는 주제부를 둘러싸는 다른 요소들을 어떻게 표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Q. 존경하는 컨셉 아티스트 혹은 롤모델이 있다면.
제가 가장 닮고 싶은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던 허브 라이먼(Herb Ryman)이라는 분이 디즈니랜드 아티스트였어요. 인상파의 특징을 가지면서도 디테일이 다 살아 있어 양극을 다 잡는 그림을 그리던 분이셨죠. 저는 그 분을 보면서 그림을 잘 그려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저도 궁극적으로 허브 라이먼같이 모든 컨셉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Haunted Mansion’ 컨셉 아트
Q.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어떤 내용의 작품인가.
이번에 공개된 ‘Haunted Mansion Queue Expansion’은 ‘Haunted Mansion’이라는 디즈니랜드의 트레이드마크 놀이기구의 대기줄을 확장 및 본래 놀이기구 테마에 맞춰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예요. ‘귀신의 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Haunted Mansion 내에 다양한 귀신들이 살고 있는데, 그 귀신들이 정원을 꾸민다면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상상을 자극하는 대기줄을 꾸미는 게 목표인 컨셉이었어요.
제게 굉장히 의미가 큰 프로젝트예요.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즈니랜드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어트랙션이기도 하고, 월트 디즈니가 살아생전 제작에 관여했던 몇 되지 않는 어트랙션이기도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예전에는 무조건 승진해서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되면 좋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매지니어링의 미술감독님께 실상을 들어보니 관리자 급이 되면 오히려 그림 그릴 시간은 없고 미팅만 계속 하는 현실을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프로덕션 디자이너나 미술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은 크게 없어요. 그림 그릴 때 행복하니까 그걸 계속 하고 싶거든요.
앞으로 영화와 테마파크를 오가면서 컨셉 아티스트로 쭉 살아가고 싶어요. 앞서 언급한 허브 라이먼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저도 궁극적으로 허브 라이먼 같은 아티스트가 돼서 다른 누군가가 모작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류현지(www.clarary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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