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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우리나라 1기 디자인교사 임경묵 교사가 말하는 이화미디어고 디자인과

2023-05-29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등학교(교장 김은주, 이하 이화미디어고) 교사 임경묵은 우리나라 1기 디자인교사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1992년 디자인교사가 됐다. 

 

임경묵 교사

 

 

그는 상일미디어고등학교, 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구 상명공고)를 거쳐 이화미디어고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며 국제창체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원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서 디자인 교사와 문화예술교육사를 양성하기도 한 그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설계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교수학습 임상 교육 전문가로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창의인성교육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쓰레기 제로 기반 종이 입체퍼즐 디자인 연구작_ 입체퍼즐

 

쓰레기 제로 기반 종이 입체퍼즐 디자인 연구작_ 깍은 정이십면체를 활용한 축구공 입체퍼즐

 

쓰레기 제로 기반 종이 입체퍼즐 디자인 연구작_ 고양이

 

 

‘학생들의 인생을 디자인하는 선생님’으로 여러 매체에서 주목받은 그는 교육부 방과후학교 자문위원, 청소년 창작 오페라 <하늘에서 잘못 떨어진 별> 기획, 창의인성교육센터 개관 프로젝트 기획,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아티스트 인 스쿨’ 창안 및 자문 등을 맡았고, 학생들의 진로를 위한 책 <꿈을 디자인하라>, <창의력 바이엘> 등을 집필했으며, 쓰레기 제로 기반의 창의적 종이 입체퍼즐을 연구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병설미디어고등학교 전경

 

 

그가 근무하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병설미디어고등학교(이하 이화미디어고)는 이화여자대학교 초대 이사장 김활란 박사가 미국 감리교 전도단 오거스트 멀츠 씨의 5만 달러를 후원 받아 여성 실업 교육을 목적으로 1969년에 학교법인 이화학당에서 설립한 기독교 학교로, 진·선·미·사랑의 교훈 아래 기독교적 사랑과 헌신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바른 인성과 창의적 실력을 갖춘 건강한 민주시민 육성을 건학이념으로 하고 있다.

 

이화미디어고는 전 영란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2004년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기로 미디어 분야 특성화고등학교로 선정됐으며, 2023년부터 시행되는 서울형 마이스터고 1기 선도학교로도 선정된 우수 학교다. 

 

임경묵 교사로부터 이화미디어고 디자인학과에 대해 들었다. 

 

Q. 다른 특성화고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성화고등학교는 특정 분야 인재 및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한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본교는 미디어 분야 특성화로 국제경영과(3학급), 영상콘텐츠과(2학급), 디자인과(3학급) 등의 학과가 있다.

 

본교는 취업뿐 아니라 진학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으로는 한국전력, 삼성생명, 하나은행 등 공기업, 대기업, 중견기업을 비롯해 방송 영상계열, 디자인계열 등에 희망자 대비 90% 이상의 학생들이 졸업전 취업을 하고 있다. 

 

대학 진학으로는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주요 명문 대학 인문 사회, 경상계, 디자인 영상 등 관련 학과에 매년 희망자 대비 약 80%의 학생들이 진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정규수업 외 진학, 취업 방과 후 수업, 희망자 전원이 참여하는 야간 자율 학습을 운영하는 등 교사들이 열정과 헌신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또한, 학과별로 전문화된 진로체험활동들이 캠프, 특강, 현장 체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중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디자인실

 

 

Q. 디자인과 커리큘럼의 특징이나 구성 등에 대해 소개해달라.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재능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현업 디자인 전문가 초청 특강, 현장 견학, 전시 체험 등 학교 밖 수업을 지속적으로 계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2학년부터는 전공 심화를 위한 디지털 디자인 과목과 시각디자인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편성해 학생의 실질적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선택한 과목에 대해 심도 있는 진로 탐색과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매년 국제 디자인 자격증 취득을 위한 ACA(Adobe Certified Associate) 디자인 자격증 특강 특별 캠프를 운영, 국내뿐 아니라 해외 취업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2017년 에스엔패션그룹에 입사한 김○진 졸업생은 2년차에 국제업무를 담당하며 디자이너 대리로 승진하기도 했다. 

 

2023년부터 학생들의 디자인 작품 창작인식 제고를 통한 디자인 능력을 함양하고 본교 학생들의 작품 수준 홍보를 통한 취업률 제고를 위해 학교 밖에서 학생 작품 전시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Q. 학생들의 취업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고졸 디자이너로 취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 고졸 디자이너 양성을 위해 ‘디자인 여전사’ 방과 후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는 ‘영 디자이너’ 양성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방과 후 취업 실무는 프로젝트 평가 위주의 정규 수업에서 다룰 수 없었던 디자인 실무 능력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산업현장 교사를 초빙해 본교 교사와 함께 시각디자인, 3D디자인, 디지털 디자인, UI/UX, 캘리그래피, 디지털 디자인, 웹 퍼블리싱 등 중소기업에 필요한 1인 다기능 디자인 실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학년부터 디자인 전공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전문 대학 수준으로 지도해 개인별로 24페이지 정도의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의 완성도를 위해 이미 현업에서 활동하는 선배 디자이너를 초빙해 포트폴리오 과정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SPC 디자인 VMD 팀의 오○수, 이노레드 광고 디자이너 이○림 선배가 후배들의 포트폴리오 평가에 참여했다. 참고로 이노레드에는 본교 고졸 취업자와 본교 졸업 후 이화여대를 졸업한 학생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시각디자인 수업

 

 

Q.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시각적인 모바일 환경과 디자인 환경에 익숙해 초, 중학생 때부터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이 많아 특성화고를 선택해 연예 기획사의 아이돌처럼 일찍부터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디자인 아이돌’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디자인은 창의력과 디자인 스킬 두 가지 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하는데, 이미 만들어진 인스턴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차별화된 경험이 부족하다. 스마트폰 환경이 경험 확장의 한계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린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창의력 향상에 매우 중요함으로 고등학교부터 디자인 전공 수업을 통해 일상생활의 경험이 창의력의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한, 특성화고에서는 고가의 디지털 장비와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은 대학 진학 후 남다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며, 취업하는 학생들도 인턴 기간을 단축해 기업에서는 취업과 동시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Q. 이러한 전문적인 교육이 미치는 영향,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해달라. 

 

청소년기부터 자신만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교육

 

우리나라의 인문 사회과학 위주의 평가로 초중고 성적과 대학 입시가 결정됨으로 자신만의 재능을 찾아 집중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으나 특성화고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중점으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어 학생들의 흥미와 수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궁극적으로 자신의 대학이나 취업을 선택하는 데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기에 전문적으로 창의력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교과

 

영국은 1988년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의 제1차 국가 커리큘럼에 Design and Technology (D&T or DT) 교과를 도입해 영국의 초등 및 중등학교에서 필수 교과로 가르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의 아버지 마이크 아이브가 D&T 교육과정을 초중등 핵심 교과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조너선 아이브, 민음사 참조).

 

우리나라에는 1994년 권은숙 교수(미국 휴스턴대학교)에 의해 월간디자인에서 영국의 Design and Technology가 소개됐다. 우리나라의 특성화고등학교의 디자인교육은 직업계 교육과정으로 영국의 창의력 기반 D&T와는 다르지만 그나마 청소년기에 창의력을 배울 수 있는 교과라 할 수 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4차 산업에 필요한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초중등 교육과정에 보통교과로서 디자인 교과가 포함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중소기업 및 디자인대행(기획)사에 필요한 인력 양성

 

중소기업들이 미디어 환경으로 바뀐 홍보 및 마케팅 환경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전에는 창업하면 ‘경리’ 사원을 먼저 채용했는데, 지금은 기업 홈페이지 및 쇼핑몰 관리, SNS 홍보 마케팅 관리 등 디자이너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환경으로 변화했다. 따라서 특성화고 출신의 다기능 디자이너의 취업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본교도 2014년부터 취업 희망자들이 100% 취업을 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 대행사 역시 MZ세대 홍보 전략을 위한 특성화고 출신 디자이너 채용 사례가 늘고 있으며, 본교도 다수의 대행사에 고졸 출신 디자이너가 진출하고 있다.

 

시각디자인실

 

 

Q. 앞으로 이화미디어고 디자인과의 발전 방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 지역 특성화고를 마이스터고 수준으로 높여 맞춤형 직업교육을 제공하고자 기존 마이스터고와는 다르게 ‘대학교 진학’과 ‘취업’이 함께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을 위해 2023학년도에 10개교를 선도학교로 지정, 시범 운영한 뒤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하고자 한다.

 

이화미디어고는 1기 선도학교로 지정되어 ‘진학’과 ‘취업’을 위한 준비를 마쳤으며, 디자인과는 기존 NCS 전문 교과인 시각디자인 교과 외 캐릭터 제작, 디지털디자인 교과를 편성하고 교육과정 운영과 진학 및 취업 노하우를 갖춘 유능한 교사진이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역량을 고려한 맞춤형 진로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화미디어고 디자인과는 학과명에서도 있어서도 변화하는 디자인 환경에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 전통적인 학과명인 ‘디자인과’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디자인 트렌드와 산업수요에 맞는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우리나라 고졸 디자이너 양성 교육과정의 표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미 졸업생들이 본교에서 익힌 전공역량을 바탕으로 각 산업현장에서 우수한 인재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향후 4차산업시대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미래 역량을 갖추고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고졸 디자이너'라는 용어가 학력 차별을 의미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용어로 표현할 수 없을까?

 

우리는 트롯트가수 정동원을 ‘청소년 가수’라 부르지 않는다. 트로트가수 정동원이라 부른다. 디자이너도 디자이너로써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하고 업으로 삼고 있으면 디자이너로 불려져야 한다.다만 디자이너를 구분하는것은 시각 디자이너, 제품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등 영역을 구분하지 굳이 학력을 표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특성화고나 인문계를 졸업하고 취업하는 학생들에게는 모두 고졸이 붙는다. 초대졸, 대졸 도 마찬가지다. 특성화고 디자인과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는 때때로 대졸자나 경력자를 이기기도 한다. 2018년 본교 디자인과 ㅊ화장품 제조 및 유통기업 라벨영 최종 면접에서 대졸자, 경력자와 함께 그룹 면접을 가졌다고 한다. 

 

그 결과 이○ 학생이 최종 합격을 했고 이후 지도교사인 제가 회사를 방문해 담당팀장님께 선발 이유를 물었다. 담당 팀장님은 ‘아이디어 써칭(searching)은 어떻게 하는지, 아이디어 디벨롭(develop)은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그 당시 트랜드를 잘 이해한 답변을 한 결과와 포트폴리오의 완성도라고 했다. 

 

‘고졸 디자이너’라는 용어는 우리가 영디자이너나 디자인돌 등 용어를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미 국가는 NCS*라는 국가능력표준을 제시하고 수준에 따른 역량을 1수준부터 9수준 까지 제시하고 있다. 디자인 분야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1~3수준을 기본으로, 능력에 따라 5수준 까지 수행하는 학생들도 있다. 따라서 고졸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모든 고졸 취업자에 대한 기업, 사회, 국가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NCS*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국가가 표준화한 것입니다. 교육훈련 ‧ 자격에 NCS를 활용하여 현장중심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으며 특성화고, 대학에서 교육과정 이수하게 하고 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임경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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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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