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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대나무숲_기자방담] 서울시 새 도시브랜드가 비난 받는 이유는?

2023-05-26

지난 5월 10일 서울시 도시브랜드 디자인 후보안이 발표된 후, 보름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뜨거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도시 브랜드의 필요성에 의해 진행된 슬로건과 로고디자인 모두가 시민들의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슬로건 ‘서울 마이소울(Seoul My Soul)’은 기존에 존재하던 서울 관광브랜드 ‘마이소울 서울(My Soul Seoul)’과 그대로 겹치고, 로고디자인 또한 시대를 역행하는 스타일이라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시는 뒤늦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 로고 디자인 후보안에 대한 선호도 조사와는 별개로 시민을 대상으로 로고 디자인 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서울 브랜드 '서울마이 소울'의 디자인에 대한 시민참여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서울시)

 

 

이러한 논란을 낳은 서울시 도시브랜드 작업은 과연 누구의 손을 거쳐 탄생하게 된 것일까.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된 디자인 업체는 두 달 여 만에 교체됐고,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맡게 된 두 번째 업체 마저도 자신의 의지에 의해 탄생된 작품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다.

 

당초 1억 5천만원짜리 프로젝트가 2천여 만원짜리 프로젝트로 다시 둔갑하여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에 뭔가 석연치 않은 과정이 있었다는 추측은 누구나 해 볼 수 있을 법하다. 브랜딩 업계 종사자는 물론 많은 시민들이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번 도시브랜드 작업에 대해 쓴소리를 뱉어내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디자인정글 매거진은 ‘서울시의 새로운 도시브랜딩,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 기자방담을 진행했다.

 

진행자: 서울시 도시브랜드 개발은 민선 8기 출범 후, 새로운 도시브랜드의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공개 입찰을 통해 브랜드 용역업체가 선정되어 개발을 하게 됐는데, 두 달 여 만에 계약이 해지됐고, 다시 수의계약으로 새로운 업체가 용역을 이어서 진행했다고 한다. 전 국민대상 투표를 통해 브랜드 슬로건은 ‘서울 마이소울’로 결정됐고, 이에 대한 네 개의 로고 디자인 시안을 시민투표로 결정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로고디자인 후보안이 공개되자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브랜딩 업계뿐 아니라 시민들 모두가 의문을 제기했으며, 급기야 서울시 측은 시민공모로 다시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도 서울, 글로벌 국제도시인 서울이 이런 식으로 브랜드를 만들 수 밖에 없는지 의아해하며 분노를 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인지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산의 도시브랜드 (사진출처: 부산시)

논란이 됐던 부산시의 로고 디자인 (사진출처: 페이스북 갈무리)

 

 

기자A: 어느 지자체이건 새로운 도시브랜드가 발표되면 항상 논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지난번 부산시가 도시브랜드를 발표할 때도 그랬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의 경우는 논란의 정도가 더욱 심한 것같다. 도시브랜드 문제가 커지자 서울시 측은 뒤늦게 디자인 공모를 통한 시민참여를 유도한다고 했지만, 이것이야말로 언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브랜드 슬로건 부분을 발표했을 때만해도 시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해오다가, 로고 디자인이 발표되자 급기야 분노가 터져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인 서울시가 도시브랜드 개발 행정 업무를 이렇게 밖에 못하나 싶을 정도로 납득이 잘 안되는 부분이 많다.

서울시 관광브랜드 '마이소울 서울' (사진출처: 서울시)

 

 

기자B: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서울 마이소울’이라는 슬로건 부분이고, 두번째가 로고 디자인이다. 슬로건의 경우 이미 서울시 관광브랜드에서 먼저 ‘마이소울 서울’로 정해졌는데 단어의 배열만 바꿔서 ‘서울 마이소울’로 한 것에 대해 중복 개발이라는 지적이 있다. 일종의 자기 표절인 셈인데, 이럴바엔 관광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면 되지 뭣하러 비용을 들여서 도시브랜드를 따로 만드냐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기자C: 로고 디자인에 대해서는 온라인에서 ‘구시대적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무척 많다. 이런 디자인이 나온 경위 자체는 두 번째 용역 업체가 했던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이 디자인했다고 보기 어렵다. 포트폴리오에도 넣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내용으로 봤을 땐 해당 업체가 원해서 디자인이 나왔다기 보다는 서울시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군가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첫번째 업체도 그 부분을 만족시키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여겨진다. 디자인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윗선의 눈치를 살피는 공무원 내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이런 문제를 낳았을거라 생각된다.

 

기자D: 디자인 용역업체가 디자인 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 관계자의 의견이 많이 개입되면 더 이상 해결 방법이 없게 된다. 어떤 업체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업체의 입장을 유추해 보았을 때 개발과정에서 꽤 마음 고생을 많이 했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시 관계자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용역 업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좋은 디자인 안을 만들고, 이를 잘 어필해서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는 단계까지 밟았어야 했다. 경험 많은 업체였다면 그러한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했을 것이다.

 

기자E: 로고디자인 후보안만 놓고 보면 전문성이 많이 떨어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비 전문가들인 시민의 입장에서 볼때도 급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디자인 안을 만들어 놓고 전문가들로부터 검증받는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던져 놓고 맘에 드는 거 골라봐라 하는 식의 방법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디자인 업계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체면에 먹칠을 당한 느낌이다. 공무원 내부의 의사결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우리나라 디자인 수준을 깍아내리는 결과물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업계 모두가 함께 반성해야 할 점이다.

 

진행자: 이런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한다. 이러한 일을 진행하는 개발 프로세스 상의 문제일 수도 있고, 이러한 일을 추진하는 조직 시스템 상의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기자A: 도시브랜드를 개발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금기시 되는 것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바로 정치 논리 부분이다. 새로운 도시 브랜드 개발은 대부분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 단체장의 의지에서 시작된다. 여기에는 전임 단체장의 치적들을 지우려는 의도도 다분히 담겨있다.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이번 서울시 도시브랜드 개발도 진행되었을 것이고, 치밀한 계획없이 급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기자B: 도시브랜드 개발 프로젝트는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공유해 나가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단순히 용역 업체에 모든 책임을 맡기다보니 개발 업체나 시 관계자 모두가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된 것같다. 서로가 윈-윈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디자인 안은 반드시 정치 논리가 아니라 전문가 논리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자C: 오랜 시간을 두고 디자인 작업을 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데 짧은 시간에 진행하려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아마도 부산시와 비슷한 시점에 도시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어서 경쟁심리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로고 디자인에 대한 논란과 비판이 일자 그제서야 시민들의 의견을 받는다는 것은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이왕 이렇게 사태가 커진 바에는 차라리 모든 과정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라고 본다.

 

진행자: 개발 방법과 절차 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긴데, 이 부분을 좀더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자. 

 

기자A: 슬로건이건 로고디자인이건 시민공모가 먼저 이루어지고, 그 다음 전문업체가 투입되는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즉 공모와 전문업체 개발 방식의 투트랙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용역 업체로부터 결과물을 도출하고 시민대상 선호도 조사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기자B: 어느 지자체 건 도시브랜드 개발엔 시민참여 프로세스가 반드시 포함되고 중요한 단계로 여긴다. 이번 서울시의 경우는 초기 단계부터 시민들의 참여없이 용역업체에만 맡긴 것이 문제가 될 거란 걸 미리 예상했어야 한다. 이 부분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자C: 현재 로고디자인에 대한 선호도 조사와 새로운 디자인 공모를 함께 진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도시브랜드 개발에 있어선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시민참여 프로세스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슬로건이건 로고 디자인이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일반 시민공모 방식도 좋지만 아이디어 워크샵 같은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시민과 디자인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아이디어 워크샵은 시민 참여라는 명분을 쌓는 것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좋은 아이디어도 도출해낼 수 있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기자D: 어떤 기사에서는 이런 선호도 조사 자체에 대해 ‘묻지마 투표’라 하더라. ‘묻지 말고 하나 뽑아라’ 식의 선호도 조사는 공감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분노를 사기 쉽다. 애초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디자인 전문가들이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서 제시해 달라는게 시민들의 주장이다. 시민들의 의견이 먼저이고, 그 다음 전문가들이 만드는 게 맞는 순서인데, 아이디어 워크샵 방식은 시민과 디자인 전문가가 동시에 참여하는 방식이어서 도시브랜드 개발 방법의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E: 최근 기사를 보니 ‘처음부터 확정 짓자는 취지가 아니었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한번 결정하는 것 오래 사용하자는 취지’였다고 하는데 이것은 애초에 말이 안된다.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첫 단추부터 너무 잘못 끼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작단계에서부터 시민들 또는 관련 전문가들과 충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 공감하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대통령실 로고 (사진출처: 대통령실)

대통령실 로고에 대한 풍자 이미지 (사진출처: 페이스북 갈무리)

 

 

진행자: 이번 서울시 도시브랜드 로고 뿐만 아니라 이전에 대통령실 로고 발표 때도 문제가 됐었다. 이 두개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기자A: 여기엔 공통된 문제점이 있다. 자문 및 심의위원 구성 상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들고 싶다. 자문 및 심의위원단 구성이 전문 분야별로 이원화 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슬로건 부분과 로고 디자인 부분에 대한 자문 및 심의 기구가 달라야 한다는 것인데, 슬로건을 먼저 결정하고, 그 다음 디자인 안을 결정하는 방법으로 진행했어야 한다. 그런데 자문 및 심의위원 구성을 일원화시키다 보면 초반 단계에 언어적 부분에 대한 비중이 커지면서 네임이나 슬로건 위주로만 논의가 집중되고, 디자인 부분에 대한 논의는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실 로고의 결정이나 이번 서울시 도시브랜드 로고 후보안에 대한 결과물 사태는 바로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기자B: 규모가 큰 지자체의 경우는 내부적으로 디자인 담당 부서나 팀이 꾸려져 있다. 거기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자문 및 심의위원단 운영 업무, 용역업체를 지휘 감독하는 업무, 그리고 시민들의 의견들을 조율해 나가는 업무를 균형있게 잘 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의 경우를 보면 용역업체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고 있고, 자문 및 심의위원들은 뒤로 숨은 것같은 모습이다. 사실 자문위원이나 심의위원도 공범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들 집단이 한 배를 탄 입장으로 협업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서로 책임 떠넘기에 급급했거나 또는 서울시의 조직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팡질팡이 있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기자C: 담당 부서의 공무원이나 용역업체, 그리고 자문 및 심의위원단 모두가 다들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런 세세한 내용과 개발 과정들을 체감하지 못한다. 다만 시민들 입장에선 결과물만 놓고 ‘몇 억 들였다는데 겨우 저 정도인가’, ‘혈세낭비다’ 등의 식으로만 반응하게 된다. 개발과정부터 협업 관계를 효과적으로 이끌고 시민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진행자: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방법으로 역할을 하는게 가장 바람직할까?

 

기자A: 추진 조직 내에 총괄 디렉터를 두어야 한다. 이 총괄 디렉터는 도시브랜드의 언어적 분야와 시각적 분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고, 정치 논리와 관계없이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소신껏 밀고 나가야 한다. 담당 부서 공무원, 자문 및 심의위원단, 용역업체가 모두 서로에게 잘잘못을 떠넘기고 책임회피하게 해서는 안된다. 이 모든 것을 총괄 디렉터가 책임지고 조율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심의위원들의 명단 및 담당 공무원 명단도 실명화해야 한다. 그래야 책임감이 생긴다. 디자인 용역업체도 당당히 그 이름을 밝혀서 명예와 자부심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모두가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야 어떠한 난관이 닥쳐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기자B: 자문 및 심의위원단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같은 전문가라도 마케팅, 홍보, 카피라이팅 분야는 엄격히 브랜딩 전문가라고 말할 순 없다. 브랜딩 전문가 없이 자문 및 심의위원단이 꾸려졌다고 한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서울시 도시브랜드 개발시 다른 지자체나 해외 사례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를 했을텐데, 이런 수준의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자문 및 심의위원단의 여과 장치가 잘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브랜딩 전문가가 자문 및 심의 위원단에 몇명이라도 참여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C: 무슨 일이 잘못되었을 때, 자문 및 심의위원들도 공범이다. 이들은 회의 때만 나타나서 훈수두듯 책임지지도 않는 말 몇마디 던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진행과정에 함께 참여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자문위원단, 용역업체, 담당 부서 공무원 등 3개의 집단이 한 배를 타고 함께 노를 저어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기자D: 어떤 용역 업체가 선정돼서 도시브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공표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업체는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게 될 것이다. 건설현장에서도 공사 안내판에 시공회사, 설계 및 감리회사, 감독 공무원 등 모든 참여자를 실명제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가. 

 

기자E: 이번 서울시 도시브랜드 과정에 참여한 자문 및 심의위원 대부분이 마케팅, 홍보 분야 전문가로만 구성되었다는 기사 내용을 봤다. 도시브랜드 사업이니 당연히 브랜딩 전문가가 다수 참여했어야 했다. 같은 디자인 분야라도 로고 디자인 분야인 CI/BI 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만 봐도 이번 디자인 결과물들이 왜 논란이 커졌는지, 어떻게 이런 수준의 결과물이 나왔는지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진행자: 자문 및 심의위원 구성에 있어서 각 전문분야의 균형있는 배분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인데, 어떻게 구성하는게 맞다고 보는가?

 

기자A: 자문 및 심의위원단 구성은 홍보, 마케팅, 네이밍, 디자인 등 각 분야가 균등비례로 이루어져야 한다. 언어 분야와 시각 분야를 분리하여 이원화시키는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겠지만, 하나로 운영하더라도 각 영역별 전문가들이 균등한 비율로 참여를 해야 제대로 된 의견을 낼 수 있다. 도시브랜드 프로젝트인만큼 당연히 브랜딩 분야 전문가의 비중이 커져야 하지 않았을까.

 

기자B: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용역 업체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곤란하다. 용역업체 입장에선 이러한 프로젝트를 맡는게 오히려 독이 될 수가 있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업체가 빛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공로를 인정해 주어야 하는데, 잘해야 본전이거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잘되면 공무원의 몫이요, 잘못되면 용역업체의 과실로 덮어 씌운다. 

 

기자C: 공무원들의 속성은 무슨 일이든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랜딩 관련 용역을 진행하다보면 용역 기간이 수 개월을 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용역 기간 중에 담당자나 팀장급 관리자 또는 추진부서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는데, 인사이동 없이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진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용역 업체와 담당 공무원 조직이 서로 상생하는 구조가 되어야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다.

 

기자D: 도시브랜드를 개발할 때 브랜딩 용역 업체의 전문가들을 믿고 맡기는 풍토가 형성돼야 한다. 용역업체가 좋은 디자인 안을 제시해도 디자인 전문가 아닌 공무원들이 비전문가적 시각으로 수정을 거듭하다 보면 정체불명의 디자인이 나올 때가 많다. 좀더 전문가의 의견에 귀기울여 주고, 신뢰를 바탕으로 전문가를 믿고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기자E: 시민의 입장에서만 보면 지자체의 도시브랜드 개발 사업 자체가 세금낭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진심이 전달될 수 있도록 시민과의 소통에 힘써야 한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 및 심의기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하는 소통 노력 역시 매우 중요하다.

 

진행자: 용역을 수행하다 보면 갑과 을의 관계, 즉 발주자와 수행사 간의 궁합도 상당히 중요하다는걸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용역을 집행하는 공무원 조직의 체계라든지 의사결정 단계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자A: 지자체의 조직 내에는 디자인 직열 공무원들이 최근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 직열 공무원이 고위직이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오히려 프로젝트 진행에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의 경우도 수의계약을 한 2차 개발업체가 자신들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할 정도면 아마도 디자인 직열 공무원의 심한 간섭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기자B: 가장 좋은 방법은 브랜딩 개발 총 감독을 외부에서 영입하여 그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조직안에 높은 직위의 디자인 의사결정자가 있어서 그 사람이 전체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자문 및 심의위원단 구성만으로는 면피용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방패막이 역할만 하게 해서는 결코 좋은 결과물을 도출해내기 어렵다.

 

기자C: 디자인 업체도 과연 검증된 업체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일반 시민들은 개발 예산만 보고 그 만큼에 해당하는 결과물이 나온 거라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좋은 디자인 업체를 선정하는게 먼저고, 그들이 예산과 상관없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자문 및 심의위원단이 오히려 발목잡는 역할을 하게 해서도 안된다. 추진부서 공무원과 용역 업체, 그리고 자문 및 심의위원단 모두가 한 배를 탄 동료라는 공동체 의식을 지녀야 한다. 여기서 갑을 관계가 존재해서는 안된다. 수평적인 관계여야 한다. 이들 간에 삼박자가 잘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시민대상 선호도조사에 부쳐진 서울시 도시브랜드 슬로건 후보안(사진출처: 서울시)

 

 

 

서울시 도시브랜드 설치물. 도시브랜드를 바꾼다면서 모두 철거됐다. SEOUL은 그대로 살려두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출처: 서울시)

 

 

기자D: 로고 디자인을 결정히는 과정에서도 3~4 가지를 던져놓고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방식은 절대 좋은 방법이 될 수 없다. 이전 슬로건인 ‘I.SEOUL.U’의 경우에도 슬로건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디자인만큼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로고를 플렉서블하게 전개하는 방식도 참신했었다. 도시브랜드를 접근할 때 새로운 디자인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이전에 사용했던 디자인을 잘 계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진행자: 시민들로 하여금 디자인 안을 선택하게 하는 건 순전히 행정편의주의식 발상이다. 이제 이런 방법을 바꿀 때도 되었는데, 좋은 방법 없을까?

 

기자A: 그 방법은 공무원들의 면피수단으로 선호하는 방식인데, 사실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할 순 없다. 그리고 선호도 조사할 때 로고 디자인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로고가 어떤 범위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어플리케이션 작업까지 세심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매스컴을 통한 선호도 조사 한번으로 끝내기 보다는, 로고 전시회 등을 개최하여 심도 있고 품격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봐야 한다. 오프라인 전시회가 어려우면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전시회도 얼마든지 개최할 수도 있다. 예산은 이런데 써야 하는 것이다. 시민과의 소통방식의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기자B: 슬로건이나 로고 디자인이 완성되면 이것을 어떻게 공표할 것인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연구해야 한다. 또 시민들과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방법론이 중요하다. 시민 의견수렴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서울시 도시브랜드 개발을 계기로 발주자인 담당 부서와 자문 및 심의위원회 조직, 그리고 용역을 수행하는 디자인 업계가 어떻게 서로 협력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보는 좋은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기자방담 참여자]
•진행자: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참여기자: 임한균 기자, 박아름 기자, 송윤석 기자, 김수연 기자, 김현혜 기자
•장소: 디자인정글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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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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