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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씨글라스로 환경에 대한 메시지 전하는 김경균 교수

2023-02-18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모래 사이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할 때가 있다. 작은 보석 같은 이것은 바로 오랜 시간 모래에 갈리고 파도에 쓸려 동글동글해진 바다 유리, 씨글라스(Sea Glass)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경균 교수는 4년전 강릉으로 이주했다. 바쁘고 복잡한 서울 생활에 지쳐 바다에서 위안을 받은 그는 줄곧 바다로 향했고, 그곳에서 우연히 씨글라스를 발견하게 됐다. 

 

강릉에서 부산을 왕복할 거리를 걷고 또 걸으며 씨글라스를 수집했고, 그는 그렇게 모은 씨글라스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파도의 기억들을 담아' 전시 전경 

 

 

지금까지 해온 씨글라스 작업을 총망라하는 전시 ‘파도의 기억들을 담아’가 파주 아르디움 카페 갤러리에서 오는 3월 31일까지 열린다. 

 

엽서장을 가득 메운 1,600장의 씨글라스 사진들

 

 

갤러리에 들어서면 높은 벽면을 가득 메운 엽서장이 눈에 띈다. 1,600칸의 거대한 엽서장엔 김경균 교수가 지금까지 수집한 씨글라스를 촬영한 엽서들로 가득찼다. 이 엽서들은 1,6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두께의 책자로도 만들어졌다. 

 

제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씨글라스들엔 각기 다른 표정들이 담겨있는 듯하다. 김 교수는 수많은 씨글라스들을 펼쳐 촬영하기도, 얼굴 모양을 만들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경균 교수의 씨글라스 작품

 

 

씨글라스가 김 교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씨글라스에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젠가 그는 자신의 글을 통해 ‘40년 전쯤, 겨울바다에서 깡소주를 비우고 바다에 던져버렸던 그 병이 오랜 세월 파도에 쓸려 뭉툭해진 모습으로 자신에게 돌아와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자신을 돌아보게 한 씨글라스로 이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는 김경균 교수의 작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경균 교수

 

 

언제,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강릉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다에 자주 나가게 됐고, 바다쓰레기를 많이 보게 됐어요. 쓰레기를 치우면 내가 사는 해안이 깨끗해지겠다는 생각에 바다를 청소하게 됐는데, 바다 유리가 보였고, 그걸 모으게 됐습니다. 가족들로부터 쓰레기를 뭐 하러 모으냐는 구박을 받기도 했는데, 계속 모으다 보니 이걸로 어떤 형태를 만들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파도의 기억들을 담아' 전시 전경

 

 

이전에도 일반적인 갤러리가 아닌 카페에서 전시를 하셨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테라로사 팩토리에서 전시를 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SNS에공유를 하고, 그것이 멀리 전달되는 걸 느꼈어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친구로부터 작품 잘 봤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죠. 화이트큐브의 갤러리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상업적 공간에 전시를 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테라로사 전시에서 특별한 점이 있으셨다면 무엇인가요?


전시 기간동안 작품만 전시하기보단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테라로사 커피뮤지엄에서 길이 10m정도 되는 바다거북이를 한 달 동안 관람객과 함께 만들었어요. 전 머리와 지느러미 부분을 만들었고, 나머지 부분은 사람들이 직접 바다 유리를 주워 와서 채워 나가는 방식이었죠. 

 

아이들의 참여도가 무척 높았는데, 많은 아이들이 바다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바다거북이에서 새끼거북이, 거북이알, 해파리 등으로 조형물이 늘어가는 걸 보면서 아이들의 아이디어에서 오히려 많은 걸 배웠습니다. 

 

 

'파도의 기억들을 담아' 전시 전경

 

 

씨글라스를 수집하실 때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셨다면?


지금도 일주일에 서너 번씩 나가서 계속 수집을 하고 있는데요, 유리 한 줌 정도를 모으려고 하면 그의 약 100배 정도되는 쓰레기를 주워야 해요. 보이는 쓰레기를 줍지 않을 순 없어서 바다에 나갈 땐 큰 쓰레기 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주으면서 작은 봉지에 씨글라스를 담곤 합니다.

 

파도에 엄청난 쓰레기들이 밀려오는데, 엉뚱한 쓰레기를 주운 적이 많아요. 돈을 주워 본 적도 있고, 전기 관련 용품을 주운 적도 있어요. 새로운 수집도 하게 됐는데요, 낚시를 할 때 사용하는 물고기 모양의 인조 미끼를 몇 백 개 모았어요. 

 

<빛의 바다>라는 그림책도 출간하셨는데요. 


지금까지 20여 권의 책을 만들어왔지만, 제가 그림책 작가가 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어요.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그림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스토리를 직접 쓰고, 주변 여러사람들에게 감수를 받아 거기에 맞는 하나하나의 장면을 연출해서 촬영을 했어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빛의 바다>를 통해 그림책 작가로 데뷔를 하게 됐습니다. 

 

김경균 교수의 씨글라스 작품

 

 

이번 전시 메인 작품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공간이 넓어서 전시 구성이 다채로운데요, 전시공간을 보고 공간에 맞춰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집한 씨글래스들을 촬영한 대형작품이 메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너무 선명하게 나오는 느낌을 피하면서 광택을 없애고자 캔버스에 여러 차례 출력을 했습니다. 

 

관람객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시나요? 


전시를 보시는 많은 분들이 바다유리를 모아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수채화로 그린 거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는데요, 오랜 시간 바다에서 닳은 유리를 모아 연출해서 촬영한 거예요. 자세히 보면 글자들도 보입니다. 쓰레기가 어떻게 바뀌어 나갔는지, 앞으로 해양환경에 대해 어떤 노력을 하고, 다음 세대에 어떤 바다를 물려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되셨으면 좋겠어요. 

 

 

김경균 교수의 '얼굴 시리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다음 버전의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 작업 중 100개 정도 되는 ‘얼굴 시리즈’가 있는데, 그 작업을 배경으로 ‘씨글라스 페이스북 100’이라는 3단의 얼굴책을 기획했고요, 2월말 출간 예정이에요. <씨글라스 페이스북 100>을 <빛의 바다>와 함께 볼로냐에 가지고 갑니다. 세계 출판계와 만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작업은 이제 입체의 조각 조형물을 만들어볼 계획이에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시간을 담은 예술이 될 만한 작품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소: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337-20 아르디움 카페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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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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