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7
우리는 예부터 행복을 빌기 위해 다양한 행위를 해왔다.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기도 하고, 한 해의 복을 빌며 복조리를 걸어 두기도 했다. 이런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은 그림에서도 드러난다. 부부의 해로를 바라며 고양이와 까치를 그린 그림을 걸어 두고, 재물과 행운이 들어오길 바라며 해바라기 그림을 걸어 두기도 한다.
행복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르지만 우리가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생활 곳곳에서 드러난다. 좋은 상징을 주변에 두고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길상 특별전 '그 겨울의 행복' 전시장 입구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길상은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를 뜻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이번 겨울 시민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길상 특별전 ‘그 겨울의 행복’을 열고 있다.
전시에서는 생활 속에서 바라는 좋은 일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길상 관련 소장품 20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 전경. 정원과 돌탑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오는 3월 2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1에서 열리는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1부 ‘지금, 행복’, 옛사람들이 생활 속에 가까이 두고 마음에 새겼던 길상을 살펴보는 2부 ‘길상-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행복의 변화상과 함께 우리의 행복은 늘 곁에 있다는 것을 전하는 3부 ‘행복-언제 어디에나 있는’이다.
1부 전시 전경 ⓒ Design Jungle
국립민속박물관 이주홍 학예연구사로부터 이번 전시에 관해 물었다.
‘길상’을 주제로 잡으신 특별한 의도는 무엇인가요?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을 관람객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길상(吉祥)은 옛사람들에게는 매우 흔하고 당연한 개념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대로 오면서 ‘길상’이라는 말은 낯설고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여겨질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길상이라는 전통적 개념이 어떤 것인지 현대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그것이 옛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대를 초월해 이어지고 있는 보편적인 개념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2부 전시 전경 ⓒ Design Jungle
어떤 내용이 전시되나요?
전시의 주요 키워드는 전통적 개념인 ‘길상(吉祥)’과 현대의 ‘행복’입니다. 따라서 전통사회에서의 길상을 ‘오복(五福)’이라는 주제에 맞춰 ‘수(壽)·부(富)·귀(貴)·강녕(康寧)·자손중다(子孫衆多)’라는 다섯 가지로 나누어 각 주제가 표현된 자료들을 전시했습니다.
특히, 길상이라는 개념은 전통사회에서는 워낙 보편적인 개념이었기 때문에 문양 장식이 있는 유물들은 거의 다 길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전시에서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좋은 유물이 너무 많았기에, 자세한 설명보다 눈으로 다양한 재료에 나타난 길상 문양을 감상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했습니다.
현대의 행복에 대해서는 ‘행운’과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근·현대의 생활 속에서 행운이나 행복과 관련된 유물과, 일반인들이 행복에 대해 가진 생각을 보여주는 인터뷰나 통계 지표 등을 전시했습니다.
2부 전시 전경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의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됩니다. 1부에서는 길상과 행복, 행운 등에 대한 개념을 가볍게 되돌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2부는 전통적 개념인 길상을 오복(五福)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3부는 근현대의 행복을 중심으로 이야기합니다. 2부와 3부는 공간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중정을 채운 영상콘텐츠 및 체험콘텐츠와 연계돼 전시 주제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합니다.
2부 전시 전경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조상들의 행복과 현대인들의 행복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길상으로 본 옛사람들의 행복은 오복(五福)처럼 무엇을 이루거나 획득하는 가치 중심이라면, 현대인들의 행복은 가치뿐만 아니라 만족감이라는 정신적인 개념 또한 포함된 복합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아주 작은 순간의 행복함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현대 사회가 각박하고, 행복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길상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번 전시에서 길상을 주요 주제인 다섯 가지로 나누어 제시했는데요, 그 다섯 가지를 놓고 보아도 모두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다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조금씩 다른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정 화목’이라든가 ‘부귀’, ‘출세’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장수’의 경우 과거에는 가장 중요한 가치였으나 현대에 와서는 의학이 발달하면서 장수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건강하게’ 또는 ‘젊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3부 전시 전경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전시 콘텐츠를 준비하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으시다면?
현대의 행복에 관해 자료를 조사하면서 본 내용인데, 경제적 풍요가 어느 정도 갖춰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세계 행복 순위가 낮은 이유는 개인보다 조직이 더 우선시되는 문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어요. 남의 눈치를 더 많이 보고,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적기 때문에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이번 전시의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내용까지 전시에 녹여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전시를 기획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신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기획자로서 이번 전시의 방향성을 고민할 때 저희 과장님께서 저에게 해 주신 조언이 있었습니다. ‘전시는 한정식 밥상을 차리는 것과 같다. 혼자 하는 작업도 아니고 주변에서 여러 조언이나 간섭 등이 있을 것이므로 그것은 그런 것대로 수용하되, 메인 기획자는 떡갈비만 잘 만드는 것에 집중해라.’ 그래서 저도 그 조언을 되새기며 전시의 주제를 잘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콘텐츠 큐레이터와 전시공간 큐레이터는 어떻게 협업하나요?
전시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어떤 유물과 보조 자료를 전시할 것인지 등 전시 콘텐츠가 어느 정도 정해진 후에 회의를 거치면서 전시공간 큐레이터가 공간 디자인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말하기에 전시는 그 자체로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시를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그 후의 대외 홍보와 관리 운영 측면까지도 포괄하는 복합적인 사업입니다.
이번 전시의 경우 콘텐츠 큐레이터, 즉 기획자는 총 3명이 한 팀을 이루어 진행하고, 전시공간 큐레이터, 즉 공간 디자이너는 2명이 한 팀을 이뤘습니다. 이 외에도 시각디자인과 영상디자인 담당자가 각각 1명씩 참여하고, 또 연구관님과 과장님이 전시 전반을 총괄하셨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전시 시공 업체, 홍보물 제작 업체, 영상 제작 업체 등이 함께 전시를 진행합니다.
전시의 주제와 내용을 기획하고 구체화하는 전시 콘텐츠가 전시의 중심이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공간 디자인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물의 대한 이해가 부족해 오류가 생기거나, 미학적인 측면만 강조해 기획 의도를 반감시키는 식으로 잘못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회의를 거쳐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죠.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전시의 마지막 부분을 ‘길상여의(吉祥如意)’라는 문구로 마무리했는데, 이 말이 곧 전시의 주요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길한 일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이 옛말을 좀 더 관람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어서 써보았습니다. ‘행복은 바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전시장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 Design Jungle
전시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행복이라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주제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체험하며 느낄 수 있는 감각적 경험을 주고자 마련된 여러 콘텐츠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으로 구현된 귀여운 새가 내 운세를 점쳐주고, 그에 해당하는 부적 카드 실물을 받아볼 수 있는 ‘새점 보기’ 영상 콘텐츠나, 말랑말랑한 쿠션으로 만들어진 돌로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어보는 ‘돌탑 쌓기’ 등 다양한 참여 요소를 즐겨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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