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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전시 포커스] 천재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

2023-01-03

예술가로 돌아온 패션계의 천재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b. 1957)의 전시가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데오도란트  Deodorant, 2020-2022년 작품

Deodorant, 2020–2022, UV print on PVC, 340 x 190 cm

"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 MWOODS

 

 

마틴 마르지엘라는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이자 장 폴 고티에의 첫 번째 어시스턴트, 에르메스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한바 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로 평가받은 그는 관습적인 사고에 대한 도전, 독창적이고도 전위적인 스타일로 명성을 떨치며 예술과의 관계를 이어오다 2008년 패션계를 은퇴, 시각 예술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마틴 마르지엘라의 국내 최초 대규모 기획 전시로, 2021년 프랑스 파리의 라파예트안티시페이션(Lafayette Anticipation)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 2022년 베이징 엠 우즈(M Woods)에서의 두 번째 전시에 이은 세 번째 전시다. 

 

전시에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깊게 고민해 오고 있는 ‘예술, 물질과 신체, 성별의 관념, 시간의 영속성, 직접 참여’를 주제로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헤어 포트레이츠 Hair Portraits, 2015-2022년 작품

Hair Portraits, 2015–2022, Collages, vintage magazines, steel, and plastic Pedestals: 90 x 30 x 40 cm Magazines: 34 x 26.5 cm, Courtesy RAF SIMONS COLLECTION, Belgium, "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 MWOODS

 

 

작가는 패션계에 몸담고 있을 무렵에도 이러한 주제를 작업에 표현해왔으며, 은퇴 후엔 여러가지 제약에서 벗어나 시각 예술가로서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누리며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 

 

총 50여 점의 설치, 조각, 영상, 퍼포먼스, 페인팅 등의 작품들은 패션의 시스템과 ‘인체’라는 매체의 한계를 넘어 뮤지엄이라는 새로운 공간 안에서 대안적 사유를 제시하며 예술적 시도를 지속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데오도란트((Deodorant)>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매우 일상적인 물건인 데오도란트를 통해 작가는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체취를 인위적으로 은폐하고 나아가 현대 사회의 위생에 대한 관념도 산업화돼 버린 현실을 일깨운다. 

 

 

토르소 시리즈 Torso Series, 2018년-2022년 작품

Torso Series, 2018–2022, Wood core, plaster, and polyurethane foam, Torso I: 145 x 30 x 27.2 cm, Torso II: 145 x 40 x 30 cm, Torso III: 145 x 50 x 40 cm Torso, Ⅳ: 145 × 38.7 × 29.4 cm, Torso Ⅴ: 145 × 38.7 × 29.4 cm, Torso Ⅵ: 145 × 50.5 × 39.4 cm, Courtesy the artist and Zeno X Gallery, Antwerp
"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 MWOODS

 

 

<토르소 시리즈(Torso Series)>는 인체의 일부를 3D 스캔해 만든 실리콘 조각으로 고대 조각상의 관념에서 탈피하는 동시에 젠더의 의미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다. 시각과 촉각을 모두 사용해 감상하는 것이 특징으로, 작품은 모든 시간 동안 노출되지 않고, 스태프가 하얀 천으로 작품을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 관람객은 제한된 시간 속에서 작품을 관람하게 된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감상하게 한다. 

 

레드 네일즈 Red Nails, 2019년 작품

 

레드 네일즈 모델 Red Nails Model, 2021년 작품

Red Nails, 2019, Lacquer on fibreglass Variable dimensions, Courtesy the artist and Zeno X Gallery, Antwerp (위)

Red Nails model, 2021, Nymphenburg porcelain enamel Variable dimensions, Courtesy the artist and Zeno X Gallery, Antwerp (아래)

"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 MWOODS

 

 

이와 함께 인체의 한 부분을 촬영, 크게 확대해 어떤 부분인지 알아볼 수 없게 표현한 <바디 파트(Bodyparts)> 시리즈와 붉은 손톱을 거대한 규모로 형상화해 변화하는 아름다움의 개념과 구성 원리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담은 <레드 네일즈 (Red Nails)> 등은 신체를 소재로 삼아 확대 재생산하거나 신체의 일부를 극적으로 시각화해 의미와 상징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머리카락에 관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모발로 얼굴이 덮힌 두상인 <바니타스(Vanitas)>는 인공 피부를 입힌 실리콘 구체에 작가가 자연 모발을 하나하나 이식해 완성한 작품으로, 이는 머리카락 색상만으로 유년부터 노년까지를 나타내며 생애 흐름을 드러낸다. 

 

카토그래피 Cartography, 2019년 작품

Cartography, 2019, Print on Forex, wood, and polyurethane foam, 210 x 200 x 90 cm, Courtesy the artist and Zeno X Gallery, Antwerp
"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 MWOODS

 

 

<카토그래피(Cartography>는 ‘지도 제작법’이라는 뜻으로, 한 방향으로만 쏠리는 인공 모와는 다르게 정수리에서부터 소용돌이치며 자라는 자연 모발의 방향을 심도 있게 연구한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시를 기획한 롯데뮤지엄은 뮤지엄 공간의 독특한 구조를 바탕으로 미로를 구성, 장소 특정적 작품 설치 등을 선보이며 독창적인 전시를 완성시켰다. 작가는 전시 연출의 미세한 부분까지 직접 신경쓰며 자신만의 시공간을 만들어냈고, 관람객은 그 공간 안에서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다. 

 

모뉴먼트 Monument, 2022년 작품

Monument, 2021–2022, Fiberglass mesh print, vintage sofa, and audio loop Variable dimensions, Courtesy the artist
"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 MWOODS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작품도 있다. 전시장 중반에서 만나게 되는 <모뉴먼트(Monument)>로, 관람객은 잠깐의 휴식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의복이라는 매체에서 시작된 상식과 경계를 뛰어넘는 독창적인 시각예술, 구성요소를 파괴 및 재배치하는 해체주의적 방식으로 완성되는 마르지엘라의 작품세계는 3월 26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김찬용, 이남일, 심성아 전문 도슨트가 진행하는 전시 설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으며, 관람료는 성인 19,000원이다. 

 

주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 타워 7층, 에비뉴엘 6층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롯데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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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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