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음악과 미술의 융합으로 그려낸 자연의 소리

2021-07-04

소리를 보고 그리는 최소리 작가, 최소리 작가의 ‘소리’를 시각 연출하는 정은하 관장

 

소리를 그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귀로 들리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표현을 한다는 것이 쉽게 상상이 가질 않는다. 듣는 것과 보는 것의 관계, 청각적인 것과 시각적인 것 그 사이를 잇는 작업은 소리에 대한 집중과 이해에서 비롯된다. 

 

최소리 작가

 

 

최소리 작가는 이 세상 모든 사물의 소리에 집중한다. 그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고유의 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체는 물론이고 형체를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에도 소리가 있다고 믿고 그 소리를 미술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스스로 “소리에 미쳐있다”고 말하는 그는 타악솔리스트로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 200여 개의 도시에서 타악 연주를 하며 울림을 전해왔다. 헤비메탈 그룹 백두산의 드러머로 활동하며 음악인으로 쌓아온 소리에 대한 경험과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작업을 해오고 있다. 

 

처음 그가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게 된 것은 20여 년 전 받았던 소음성난청 진단에서 비롯됐다.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의사의 말을 듣고 절망과 분노를 느끼며 드림 스틱을 던진 그는 벽에 남은 드림 스틱의 자국을 보며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각종 올림픽게임에서 공연 연출 및 총감독을 맡고 50여 개국 200여 개 이상의 도시에서 월드 투어 공연을 펼친 그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2007년 토포하우스에서의 첫 번째 초대개인전을 시작으로 15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전시를 통해 작품의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음악과 미술의 융합으로 탄생된, 어떤 장르나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그의 작업은 소리를 담고 그리고 표현하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음악을 만들고 소리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모든 과정이 그의 작업이다. 

 

최 작가는 현재 자연으로 둘러싸인 지리산 청학동에서 자연의 관용과 맑은 생명의 움틈의 소리를 듣고 작업하고 있다. 공기, 하늘, 물, 별, 바람, 빛 등 모든 자연적 요소와 그 안에 담긴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며 대자연의 이야기를 작곡하고 그려낸다. 

 

정은하 관장

 

정은하 관장의 아이디어로 관람객이 작은 캔버스에 방명록을 그림으로 그려 전시한 모습

 

작업에 사용된 도구들

 

 

최 작가가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기까지 그 뒤엔 은하갤러리 정은하 관장이 자리하고 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정 관장은 최소리 작가의 작품을 전시를 통해 시각적으로 연출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최소리 작가의 아내이기도 한 정 관장 역시 작가로 활동을 하기도 했었지만 최소리 작가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작가의 길 대신 최소리 작가를 알리고 그의 전시를 기획하는 길을 선택, 작가와 기획자인 부부가 만들어내는 콜라보와 그 효과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 관장은 은하갤러리, 아트인청학, 스타필드고양 작은미술관, 아트인티롤, 아트인동산 등 총 6곳의 갤러리를 운영, 이끌면서 미술을 친근하게 알리고, 작가들을 발굴,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아트인청학에서는 작가들의 무료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트인동산에서는 은하의보름달정원을 통해 작가뿐 아니라 관람객 등 다양한 사람들 모두가 참여해 문화예술에 대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지난달 열린 최소리 작가의 전시 포스터 이미지

 

 

최근 정 관장은 ‘겁(劫)’을 주제로 무한한 시간에 담긴 소리를 작품으로 표현한 최소리 작가의 전시를 준비했다. KOTE에서 6월 30일까지 진행된 초대전 ‘최소리의 소리를 본다_ 두드림으로 그린 소리: 劫(겁)’를 통해 최소리 작가가 2019년부터 자연과의 협업을 통해 작업해온 소리와 미술의 조화를 선보이면서 음악과 미술의 융합적 예술 감상의 장을 마련했다.

 

최소리 작가가 시각적으로 ‘연주’한 150여 곡의 곡은 대자연의 위로와 평온을 전하는 작품들로, 대자연의 기나긴 시간 속에 부유하는 찰나들을 포착한 자연과의 교감이자 천지인(天地人)의 하나 되는 순간순간을 전달하는 메시지다. 

 

 

 

최소리 작가가 선보인 전시 오프닝 퍼포먼스

 

 

 

전시 전경 ⓒ Design Jungle

 

 

최 작가는 알루미늄, 동, 황동, 캔버스 등 다양한 매체를 숲속, 계곡물속, 땅속, 돌 사이 등에 넣고 자연과의 접화를 시도, 자연이 스미고 움튼 사이로 발견한 자연을 작곡하고 작업했다. 두드리고 칠하고 갈고닦아내며 표현한 자연과의 교감은 작품으로 완성됐고, 이는 한 곡의 음악이자 춤이 됐다. 

 

최소리 작가와 정은하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에 자연의 이야기와 그 에너지에 담긴 긍정의 파동들을 통해 기운생동의 영감을 전했다. 앞으로도 최 작가와 정 관장은 협업이 이루어내는 시너지를 통해 소리와 미술의 그 자유롭고도 특별한 관계를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도 널리 선보일 예정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은하갤러리


 

facebook twitter

#최소리작가 #정은하관장 #음악과미술의융합 #소리의시각연출 #사물의소리 #소리의표현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