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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평범한 일상의 단면에 담긴 감성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2021-06-28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질감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모래사장 위 빼곡하게 새워진 형형색색의 파라솔 등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피사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사진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요시고의 국내 첫 개인전이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열린다.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전시전경

 

 

요시고는 베네통 매거진 ‘Colors’와 과학 산업 매거진 ‘Wired’ 등의 표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킨포크, 비트라 잭 다니엘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러브콜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본명은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Jose Javier Serrano). 요시고란 이름은 사진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써준 시에서 가져온 것으로 ‘계속 나아가다’라는 뜻을 갖는다.

 

작품 설치가 이색적인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의 전경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전에서는 지중해를 둘러싼 유럽 휴양지를 비롯해 마이애미, 두바이, 부다페스트, 도쿄 등 세계 여행지를 기록한 350여 점의 사진이 전시된다. 서사가 담겨있는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기록한 따뜻한 발자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건축, 다큐멘터리, 풍경 등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눠 구성된 전시장에는 평범한 풍경과 장소를 자신만의 감각적인 시각 언어로 담아낸 요시고의 작품들이 테마별로 설치된다. 
부드러운 색감과 정갈한 프레임으로 평범한 풍경마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포착하는 사진을 통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던 지난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La Grande Motte 〉 France 2020

 

 

이번 전시에서 시작은 건축 사진들이다. 테라스, 복도, 계단 등 건물의 특정 부분을 확대한 대칭적 구도와 기하학적인 디테일이 담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빛이 드리운 건물의 다채로운 모습들과 건축물에 따뜻한 색과 온도를 입힌 작품들도 전시된다. 빛에 의한 그림자, 그리고 그림자마저 풍경의 일부가 된 사진을 완성하기 위해 그는 건축물을 촬영할 때 강렬한 자연광을 선호한다고 한다.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전시전경

 

 

요시고는 구도나 편집, 보정 방식에 그래픽 디자인 요소를 접목해 독특한 방식으로 색조를 구현했으며, 색다른 시각과 독창적인 언어로 피사체를 재해석한다. 디지털로 이뤄낼 수 없는 아날로그 카메라 특유의 색감이 무게까지 더하며 구성, 프레임, 라이팅 등의 일관성으로 정갈한 느낌을 준다.

 

사막을 재현하기 위해 전시장에는 모래가 깔려 있다.

 

 

미국, 아랍에미레이트, 일본 등 새로운 지역과 문화를 경험하며 기록한 ‘다큐멘터리’ 섹션에서는 〈Explore the world〉, 〈Riu Avall〉 등의 프로젝트 작품이 전시된다. 
새로운 지역과 문화를 경험하며 기록한 여행 사진으로 구성되어 ‘현실의 기록’을 소개한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여행지에서 작가는 유명한 장소나 건축물이 아니라 흔히들 상상하던 장소의 풍경과는 다르지만, 낯선 공간과 함께 감춰져 있던 장면을 담아낸다. 마이애미부터 두바이까지 사진 속 장소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전시장 바닥에 사막을 재현한 공간에서는 이색적인 체험을 경험하게 한다. 평범한 사진 속 장면들은 도시들의 공통된 색과 아름다움을 완벽히 포착하며 포근한 색채와 나른한 분위기로 편안함을 준다. 

 

일본의 풍경을 담아낸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Riu Avall〉 프로젝트에서는 바르셀로나의 료브레가트 강을 따라 탐험하며 지역 경제의 중심이 되었던 산업단지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쇠락하는 현실을 기록한다. 낙후된 삶과 강의 오염에 대해 마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영상과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전시전경

 

 

어느 여름날의 풍경을 연상케 하는 사진들로 구성된 마지막 섹션 ‘풍경’에서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관광객의 관계를 독특한 시각적 언어로 표현한 작품을 비롯해 요시고가 태어나고 자란 산 세바스티안으로 안내한다. 모래가 깔린 전시장은 해변에서 마주친 영롱한 빛과 따뜻한 온기를 그대로 느끼며 작품을 감상하게 한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는 팬데믹으로 쉽지 않은 여행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킨다.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전시전경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 속 낭만을 포착하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시시각각 다른 렌즈로 담아낸 풍경을 통해 서정으로 가득한 해변 도시의 일상을 보여준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사진을 위해 그는 70-200mm 렌즈를 사용해 최대한 멀리서 촬영해 최대한 사람의 존재감을 없애고자 한다. 이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과 무심코 스쳐 보내기 쉬운 장면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새롭게 구성해 지난여름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라운드시소 서촌 테라스에 설치된 작품

 

 

35mm 필름 사진부터 5M에 이르는 초대형 디지털 사진에 이르기까지 빛에 대한 오랜 관찰과 탐구를 거쳐 완성된 다양한 크기의 사진들이 설치되는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전은 2021년 12월 5일까지 펼쳐지며, 입장료는 성인기준 1만 5천 원이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사진제공_ 미디어앤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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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고 #요시고사진전 #그라운드시소서촌 #사진전 

한혜정 객원기자
경계를 허무는 생활속 ART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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