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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

2021-06-23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탄소 저감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며 탄소 중립실천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전은 기후위기에 맞닥뜨린 현실에 대한 인식을 촉구한다.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이 펼쳐지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전경 (사진: 남기용)

 

 

‘오이코스’는 그리스어로 집을 의미한다. 전시는 같은 어원을 가진 사람이 사는 집 그리고 모든 사물과 생명체의 집으로 비유한 지구의 생태계를 미술관 여러 장소에 설치된 세 개의 ‘집’으로 표현한다. 전시실과 미술관 외벽, 마당, 정원, 옥상을 활용했으며 10팀의 작가와 5개 기관이 참여해 사진, 영상, 표본, 설치 등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영상, 표본, 설치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 전경 (사진: 남기용)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전은 ‘기후시민 3.5’의 연구를 토대로 기후위기의 현실 인식을 앞당기고자 한다. 세 개의 집의 접점에서 작가, 활동가, 과학자, 건축가 등이 이야기하는 바다 사막화, 빙하 소실, 해수면 상승, 자원 착취, 폐기물 등의 문제점을 담고 있다. 


‘기후시민 3.5’는 지난해 7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프로젝트이다. 인구의 3.5%가 행동하면 사회변화가 가능하다는 사회학자 에리카 체노워스의 연구에서 영감을 얻어 기후위기와 관련한 전시, 영화제, 홍보 활동 등을 하고 있다.

 

경북 울진에서 고사한 금강소나무이 설치된 모습 (사진: 남기용)

 

 

첫 번째 집은 기후변화로 죽어가는 오이코스, 지구의 생태계에 관한 내용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입구와 로비에는 고사한 나무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강원도 정선 일대의 함백산에서 옮겨온 고사한 전나무와 경북 울진에서 고사한 금강소나무를 가져와 설치한 것들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한라산에서 백두대간까지 침엽수들이 집단 고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서식지를 잃고 아사한 산양, 북극곰 등 멸종위기에 처한 박제된 동물들이 설치된 전시장에는 홍수, 산불, 이상기온으로 이어지는 남극과 북극의 해빙,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는 데이터 센터 등 기후위기의 현실을 작품을 통해서나마 물리적으로 경험케 한다.

 

테크캡슐, <모든 것일 수도 아무것도 아닐 수도> 짓는 집, 부수는 집, 3D 공간 정보, 항공사진, 2채널 비디오, 10분28초, 2021

 

 

‘집의 체계: 짓는 집-부수는 집’이란 주제로 마련된 두 번째 집은 사람의 주택이다. 근대기 이후 우리나라 살림집과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사물의 생애주기를 보여준다.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40%가 건설 산업에 기인하는 만큼 우리나라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을 짓고 부수는 과정에서 생산, 소비, 폐기되는 사물 등을 영상과 데이터를 통해 전달한다. 수명이 짧은 주택의 생산, 유통, 건설, 폐기와 같은 사람과 사물의 생애주기도 대형 인포그래픽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설치된 작품들은 폐기물과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친환경적(eco-friendly)인 삶의 실천을 위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 전경 (사진: 남기용)

 

 

전시장 한편에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들이 설치되어 있다.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제품과 일회용품 소비량 증가로 인한 플라스틱 폐기물 과다 발생으로 인해 초래된 환경 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알리며, ‘제로웨이스트’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이동용, <B-플렉스> 혼합재료, 가변설치 2021 (사진: 윤수연)

 

 

미술관 옥상과 정원에 세워진 세 번째 집 ‘B-플렉스’는 서식지를 잃은 벌, 새, 나비들의 생존을 돕는 공간이다. ‘B-플렉스’는 새의 산란기와 봄부터 꽃가루를 모으고 월동 준비를 하는 벌의 활동을 고려해 초가을까지 설치된다. 벌, 새, 나비의 생활이 방해되지 않도록 관람객의 방문은 제한된다. 하지만 미술관 마당에 준비된 망원경과 CCTV 화면을 통해 관찰은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외벽 아치형 창문에 설치된 ‘기후미술관 윈도우’ 모니터를 통해 전시장 밖에서도 전시 전경을 볼 수 있다. 그 밖에 정원에 설치된 태양열 스피커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의 파장이 알리는 빙하가 녹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 포스터

 

 

전시를 구성하는 세 개의 집을 하나의 화면에 담아낸 전시 포스터는 디자이너 홍박사가 디자인했다. 전시의 취지에 걸맞도록 잉크를 절감할 수 있는 서체를 사용하고 1도 인쇄를 하였다. 또한, 전시에 사용하는 비닐, 플라스틱 대신 사무실과 학교에서 나온 이면지를 재사용한 시공 방식을 선보이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기존 전시와 다르게 이번 전시는 일상생활 속 실천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도모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 전시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과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도록을 제작하지 않고 재사용 가능한 가벽을 사용했다.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며 모듈형 벽체, 버려진 액자, 중고 노트북 등으로 재사용과 재활용을 원칙으로 하였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변화를 끌어내기 위하고자 마련된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은 8월 8월까지 펼쳐지며, 전시 기간에는 전시 전경과 전시 과정을 담은 온라인 전시투어 영상이 미술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제공된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사진제공_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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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정 객원기자
경계를 허무는 생활속 ART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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