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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집에 대한 생각을 다시 지어보는 전시

2021-05-31

펜데믹 이후 우리에게 집은 또 다른 의미가 됐다. 바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우리에게 휴식을 주었던 집은 이제 일을 하고 쉬고 문화를 즐기는 공간이 됐다. 

 

외출이 자유로워지지 않게 되었을 초반엔 많은 이들이 경제활동뿐 아니라 여가 및 문화생활에 있어서도 많은 한계를 느꼈다. 하지만 그에 맞게 점차 시스템이 자리 잡아가면서 많은 이들이 재택으로 근무를 하고, 온라인으로 문화를 경험하고 즐기게 됐다. 이제 집은 이 모든 활동이 가능한 멀티플 하면서도 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집은 어떤 곳일까.

 

팬데믹 시대, 오늘날의 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블루메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집에서 집으로(Home to Home)’전이다. 이번 전시는 블루메미술관의 두 번째 2021 포스트 팬데믹 시리즈 전시로, 현대미술작가와 건축가들의 작품을 통해 집을 돌아본다. 

 

EUS+, 문 Doors, 2021, 목재, 금속철망, 홀로그램필름, 가변설치

 

 

전시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집과 미술관의 거리가 더 멀어진 지금 학교, 일터, 놀이터, 카페, 피트니스장 등 모든 것이 모이고 이루어지는 집에 대한 생각을 다시 지어본다. 

 

모든 활동이 집으로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공적 공간으로 분화돼 가던 기능이 집으로 집중, 축적되고 이에 따라 우리의 활동 반경은 집과 자연으로 양분됐으며 우리는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에 역행하는 축소된 삶의 가능성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창훈, 탑, 2021, 공기 포집기, 포집한 물, 그릇, 목재, 냉동고, 가변크기_부분

 

 

자연의 반격으로 인해 우리의 서식지가 축소되고, 최소한의 반경에 대한 인식으로써 집을 다시 사유하는 전시는 경계, 흐름, 관계, 멈춤, 순환 등 집의 무게중심이 향한 곳에서 삶의 방향이 잡히기 때문에 ‘자연의 관계망 안에서 집의 본질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에서는 8점의 작품이 설치된다.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집을 보여주는 민성홍 작가, 축적과 반복으로 단단해지는 집을 선보인 조재영 작가, 고요함 속에 드러나는 기억과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창훈 작가, 계속 진동할 수 있는 활기와 움직임의 집을 표현한 황문정 작가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조재영, The Road of Time, 2021, 목재, 금속구조물, 550x1300x200cm

 

민성홍, Skin Layer, 2021, 수집된 오브제, 나무, 구슬, 천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릭, 바퀴, 종, 가변설치

 

 

EUS+ 건축사무소는 사회와 연결되는 동시에 구분되고자 하는 경계로서의 집의 문을 드나드는 행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집’을 주제로 한 사운드 드로잉 작품도 설치된다. 박관택 작가는 ‘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대중가요들을 모은 사운드 드로잉으로 집이라는 공통된 개념의 존재에 대해 묻는다. 

 

황문정, 언택트를 위한 접촉자들, 2020, 혼합재료, 가변크기

 

 

이번 전시를 좀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먼저 전시를 재해석해 주는 북 큐레이션으로 전시를 새로운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의 다락방 공간에서는 세운상가에서 심야책방으로 유명한 독립서점 커넥티드 북스토어와 어린이 놀이문화 콘텐츠기관 키즈캔이 함께 전시 내용을 해석한 책들로 전시 경험을 다중화해준다. 

 

집에 대한 어린이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키즈캔의 그림책 큐레이션, 매일 반복되지만 매일이 다른 집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담은 책 등 커넥티드 북스토어의 책 소개를 통해 색다르게 전시를 접할 수 있다. 

 

에듀케이터의 해설이 있는 미술관은 전시의 메시지를 관객 대상별로 재해석하는 전시연계 프로그램이다. ‘Little Spark, Beautiful Day’로 에듀케이터와 함께 전시투어를 하고 개인의 경험과 기억이 담긴 공간인 ‘집’을 통해 인간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목적, 본질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집에 관한 작품들을 감상한 뒤 집의 의미를 발견해보고, 집 모양에 색깔 조각패치와 사물 스티커를 붙이며 ‘꿈을 꾸는 집’을 제작해보는 ‘꿈꾸는 집’, 집과 이를 둘러싼 마을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쌓아가는 삶의 터전임을 이해하며 기억이 담긴 장소로서 집의 경계를 확장해보는 가족대상 교육프로그램 ‘집으로 가는 길’도 마련된다.

 

미술관 공간에 또 다른 집을 짓고 담아보는 이번 전시는 공간체계를 재구성하는 것 이상으로 땅을 딛고 점유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인간 조건인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고, 결국 인간의 본질과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 삶의 형태와 방향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확장된 집의 개념에 접근하게 한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열리며, 입장권은 성인 10,000원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블루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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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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