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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 거침없이 그려내는 김정기 작가 

2021-04-20

넓게 펼쳐진 하얀 종이 위를 검은 펜 하나로 거침없이 채워나가는 김정기 작가. 아무런 밑그림도 없이, 그 무엇도 보지 않고 끝없이 그림을 그려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유롭게 펜을 움직여 종이 위에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는 그는 마치 상상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눈앞에 가져다주는 마법사 같다. 

 

<Life _ Death, Heading towards a Future Somewhere>, 2018, Ink on paper, 147 × 256 cm ⓒ 2021 Kim Junggi

 

 

마치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의 눈엔 또렷이 보이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세상과 이야기가 그의 머리와 마음속에 존재하는듯하다. 검은 잉크 하나로 모든 것을 이루어내고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담아내는 김정기 작가는 ‘라이브 드로잉’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천재 아티스트다. 

 

그는 생각나는 모든 것을 즉흥적으로 그려내는데, 이 모든 것은 유년시절부터 이어져온 훈련에 의한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지독하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크기가 어떻든, 백지 앞에선 두려움이 없었다. 아버지가 사주신 스케치북 표지에 매료돼 만화가를 꿈꾸었던 소년은 좋아하는 만화를 따라 그렸다. 소유하고 싶은 것도 그림으로 그렸다. 갖고 싶은 신발을 그림으로 그리고, 엄마 아빠의 워커와 하이힐도 그려보고, 그러다 발의 구조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겨 그림으로 또 그렸다. 새로운 달이 돼 아버지가 달력을 뜯는 날이면 그렇게 즐거웠다고 한다. 자신이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크기의 종이에 자신만의 세상을 그려나갔다. 

 

<The Other Side>, 2021, Ink on paper, 90 × 60 cm ⓒ 2021 Kim Junggi

 

<The Sun and the Moon>, 2021, Ink on paper, 213 × 150 cm ⓒ 2021 Kim Junggi

 

 

부모님이 다투신 어느 날은 TV가 망가졌다고 했다. 부서진 TV 조각들을 치우며 투덜거리던 그는 이내 TV 부품들에 관심을 가졌다. ‘아, 이렇게 생겼구나’. 또 그림을 그렸다. 그때 보았던 TV 부품들의 모습은 그의 기억 속에 ‘저장’됐다. 어린 시절 그는 이렇게 늘 주변을 관찰했고, 모든 경험이 그림과 연관됐으며, 자연스럽게 훈련을 하게 됐다. 

 

그림 안에선 자신이 왕이라 생각한 작가는 갖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 바라는 세상, 그것이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림을 그렸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기도 하고, 다양한 문화가 섞이기도 한다. 욕망과 미움, 기쁨도 그림으로 그려냈다. 혹자의 “배설하듯 그림을 그린다”는 표현처럼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본능과도 같아 보인다. 

 

광고, 미디어,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그가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2011년 부천국제만화축제 참여 당시 밑그림 없이 부스 전면을 드로잉으로 채우는 영상이 공개되면서였다. 영상을 본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직관적이고 자유로운 드로잉과 라이브 드로잉 실력에 놀랐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천재성을 인정받은 그는 현대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2016년 파리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에서의 첫 개인전에서는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양한 컬래버레이션도 선보였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블리자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격전의 아제로스> 등과의 협업을 진행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라다이스>와 <제3인류>, 마블 <시빌 워>와 DC코믹스의 커버 아트 등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Leo _ Taeho>, 2011, Graphite, ink, and watercolor on paper, 27.3 × 39.5 cm ⓒ 2021 Kim Junggi

 

 

그의 첫 활동은 2001년 KTF 간행물 <Na>, 2002년 <영점프>에 <퍼니퍼니> 연재였고, 이후 네이버 웹툰 <TLT>(2008~2010) 작업을 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그에게도 어두운 시절은 있었는데, 첫 연재를 시작하기 전 11군데의 만화사에서 퇴짜를 맞고, 모든 곳으로부터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그림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그는 프랑스에서 연락을 받고 프랑스 만화를 작업하기도 했다. 

 

김정기 작가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국내 최초 대규모 기획전 ‘김정기, 디아더사이드(The Other Side)’가 롯데뮤지엄에서 개최된다. 세계 최초로 그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상상력의 원천이 된 만화 작품과 1,000여 점 이상의 드로잉, 대형 회화 작품, 영상, 사진 등 총 2,000여 점의 작품들을 통해 그의 예술적 궤적을 돌아볼 수 있다. 

 


 

 

 

 

전시 전경 ⓒ 2021롯데뮤지엄

 

 

전시는 김정기 작가의 무한한 상상에서 펼쳐지는 서사의 출발점인 ‘기억의 라이브러리’, 대서사의 서막 ‘라이브 드로잉 시작’, 소재의 스펙트럼과 기억의 자료를 확장시킨 계기가 된 ‘여행’, 봉준호 감독의 다양한 영화들의 시각적 기억들이 담긴 <기생충> 라이브 드로잉,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즌 3기념 글로벌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의 첫 주자로 선정돼 작업한 <기묘한 이야기> 드로잉,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삽화 작업 등을 선보이는 ‘컬래버레이션’, 김정기 작가의 창작 환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김정기 아트 스튜디오 ‘@kimjunggius’로 구성된다. 이곳에선 그의 드로잉이 담긴 스케이트보드, 컨버스 운동화 등의 소품도 전시된다.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김정기 작가 ⓒ Design Jungle

 

 

전시장에서는 김정기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10m 크기의 종이 위에서 그가 그려내는 세상이 완성돼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퍼포먼스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격주 토요일 정해진 시간에 진행된다. 

 

김정기 작가의 작업에 대한 철학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도 5월 25일(일) 진행, 작가의 설명과 라이브 드로잉 작업이 펼쳐질 예정이다. 

 

롯데뮤지엄은 이번 전시를 기념해 김정기 작가와 롯데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와의 협업 아트 상품을 한정으로 선보인다. 롯데 GRS 카페 엔제리너스 아트 컬래버레이션 MD 상품, 롯데자이언츠 유니폼 및 로고 볼 디자인 제품, 롯데케미칼의 친환경 프로젝트 ‘Project LOOP’ 등을 통해 김정기 작가의 작품을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다. 

 

라이브 드로잉을 통해 만화와 시각예술의 경계를 아우르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김정기 작가의 무한한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11일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성인 12,000원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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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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