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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두 번의 선택의 기로를 거쳐 다시 찾은 회화 작가의 길, 디자인 아티스트 신경훈

2021-04-15

[디자인정글 특별기획_ 디자인 아티스트를 찾아서 4] 신경훈

 

신경훈 작가는 디자인 업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디자이너였다. 주로 광고 디자인과 로고 디자인 작업을 했던 그는 IAA 영문 뉴스레터 편집 디자인으로 해외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디자이너 시절 신경훈 작가의 모습

 

 

디자이너로서 많은 작업을 성실히 해온 그는 이제 작가가 됐다. 이러한 그의 삶에 대해 그는 ‘트와이스(twice)’라는 단어로 설명을 한다. 아이돌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인생의 방향을 만들어온 두 번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회화과를 가려다 디자이너가 더 어울릴 것 같아 응용미술학과를 갔어요. 첫 번째 망설임이 전공의 선택이었다면 두 번째 기로가 영화였습니다.”

 

대표작 포스터 이미지

 

 

두 번째 직장인 영화사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던 1982년, 그는 매일같이 했던 영화 홍보 광고디자인 작업이 아닌 영화 연출을 해보고 싶었고, 전문 영화인 양성 아카데미에 지원하려 했지만 나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꿈을 접었다. 이후 직장을 옮기기도 하고 회사를 운영하기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 그는 인생의 방향에 대해 고민할 때 처음으로 떠올렸던 회화 작업에 정착했다. 

 

그림에 대한 본능적인 이끌림과 디자인이라는 전공, 영화라는 꿈은 신경훈 작가의 예술적 열망과 장르를 불문한 새로운 도전을 말해준다. 

 

“두 번 아니라 서너 댓 번이라도 바뀌는 것이 인생이죠.” 신경훈 작가는 인생의 중간에서 만나는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기며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가 만들어낸 세상에선 선과 면, 둥근 원을 기본으로 아름다운 색들이 조화를 이룬다. 우주의 깊이를 머금은 듯 고요한 느낌의 작품들은 그가 과거 디자이너로 활동할 때 키워온 감각과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경훈 작가는 2년간의 준비 끝에 2019년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고, 5월 초 킷사텐아틀리에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제 디자이너가 아닌 회화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디자인 아티스트 신경훈 작가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전한다. 

 

신경훈 작가

 

 

Q. 응용미술을 전공하신 후 현업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셨는데요, 어디에서 어떤 작업들을 하셨나요?


첫 직장은 LG애드의 전신인 희성산업이었어요. 이후 현진영화사와 한국무역협회 광고대행사 무역광고기획에서 오래 근무하다 마지막으로 개인회사를 운영했습니다. 무역협회시절과 개인회사를 운영하던 시절 광고 및 마크 디자인 등의 중소기업 프로젝트 작업을 많이 했었어요. 

 

Q. 언제부터 작가로 활동하게 되셨나요? 작가 활동을 시작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2017년 서울미대 74학번 동문그룹전 ‘갑인동인행전(리서울 갤러리/서울)’에 참가했는데, 이것이 첫 번째 회화 전시였어요. 2018년 서울미대 전체 동문전 ‘빌라다르페스티벌(한가람미술관)’에서는 작품이 판매되는 첫 영광을 느꼈고요, 이후 (저도 작업을 하고 싶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회화 작업을 권하는 74학번 황현수 회장(조각가)와 디자인과 동기인 이혜민 화백 등의 격려와 도움으로 첫 개인전을 2019년에 하게 됐어요. 동문들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늦은 선택이라 약간 힘이 부치긴 했습니다. 

   
Q. 작업을 시작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잘 놀고 쉴 무렵 양평 이 화백네 놀러 갔다가 밤에 별을 보게 됐어요. 별빛 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그 별에도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저를 맞이한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됐어요. ‘보라행성의 또 다른 나’ 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요. 이후로 보라행성 소설도 써보려 했지만 그러진 못했고, 굴러다니는 돌멩이와 낙엽을 볼 때면 보라행성 이야기를 독촉하는 듯했죠. 어느 날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면서 보라행성의 이야기가 시작됐어요. 

 

보라행성 21-A diameter 32cm 2021,acrylic on canvas

 

보라행성 밤 21-3 41X31.8cm, 2021,  acrylic on canvas jpg 

 

 

Q. 작업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창피하게 마흔이 넘어 읽었는데요, 우주에 대한 꿈을 자주 꾸고 3만년이 지난 먼 미래의 지구 또는 다른 별에서의 내 모습을 꿈속에서 보기도 하며 쌍둥이별 보라행성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됐어요.

 

Q. 표현방식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아크릴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제도기를 이용해 불투명 기하학 컴퍼지션을 만들거나 투명하게 겹치는 그라데이션 분위기로 표현합니다. 색상의 명도나 그라데이션 등 정밀한 느낌의 표현은 디자인 분야 사람들의 특장점이기도 하죠. 스프레이 락카페인트(유성)과 혼합되는 회화 기법 등을 섞어서 쓰기도 해요. 


이번 3회 개인전을 앞두고는 새로운 표현방식을 추가했는데, 컴퓨터를 활용하는 방식이에요. 물론 1회, 2회 때도 컴퓨터는 사용했지만 주로 레이아웃 단순 비교, 색상 조정 등 단순하게만 이용했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마치 컴퓨터로 디지털 프린트 완성작을 작업하듯 일단 작품을 마음에 들 때까지 만들고, 그 작품을 다시 캔버스에 수작업으로 그리기 시작하는 것이죠. 

 

모니터와 물감색이 전혀 다르듯 컴퓨터 화면 속 작품을 그대로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니 어차피 다시 새로운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스케치와 머릿속 구상을 캔버스에 계속 그리는 것보다는 마치 기본 시나리오가 있는 작업을 하는 듯하고, 이 프로세스가 완성돼 익숙해지면 완성된 캔버스 그림을 다시 컴퓨터에 입력해 변형하거나 컴퓨터 그래픽을 접목해서 새로운 작업으로 연결할 수도 있어 시도할 예정입니다.

 

작업실 풍경

 

 

Q. 많은 매체 중 회화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영상매체, 설치 등은 끌리지만 노하우가 없었고, 회화 분야는 사실 그동안 사진과 일러스트를 다뤄왔기 때문에 그래픽 디자이너로서는 너무나 익숙하게 같은 평면작업으로 느껴지며 다가왔어요. 

 

Q. 디자이너와 작가의 작업 간의 차이점 혹은 비슷한 점은 무엇인가요?


같거나 다른 부분은 많지만 결국은 기본적 평면 조화라는 틀안에서는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물론 처음에는 ‘마감시간도 없고 클라이언트도 없으니 행복하군’ 하다가도 루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결국은 다른 부분이나 같은 부분 모두 각각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Q. 자신만의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은데요, 이런 꿈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아직 성공한 작가가 아니지만 작은 조언이라도 해본다면, 앞으로는 더욱 세상이 좋아지고 (또는 복잡(?)해지고), 결국 모든 경험과 능력이 서로 도움을 줄 것이니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맞을듯합니다. 얼마전 타계한 밀튼 글레이저 같은 대가도 항상 새로운 책과 경향을 찾아보고 공부한다고 했었는데요, 그것은 자기 작업에 보탬이 되려 하는 것보다도 혹시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작업과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었고, 영향과 모방과 표절의 3단계가 있다고 했죠.  

 

저만의 작은 에피소드를 밝히자면, 대광중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 처음 도서관에서 대출했던 책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어요. 노인이 고기를 잡느라 분투하며 최후에 가까워질 무렵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희망을 버린다는 것은 죄일지 모른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도 살아가면서 힘들 때, 희망을 버리거나 딱 포기하고 싶을 때 견디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포기의 법칙’이라고 차라리 빨리 포기해야 할 때가 물론 있고, 어쨌든 우리 삶에 적어도 삼세번 정도는 새로운 길과 도전이 열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결국 실수도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정답이에요.

 

보라행성연대기 21-1 33.3X24.2cm, 2021, acrylic on linnen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일단 회화 작업의 깊이에는 끝이 없으니 더욱 노력해서 완성도 있는 ‘보라행성 시리즈’를 작업하는 것이고요, 지구상의 모든 픽토그램과 시공간이 얽혀지는 이미지와 스토리의 두 번째 프로젝트 ‘픽토맨 시리즈’에도 새롭게 도전해 볼 예정입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신경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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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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